집을 지으면서 가장 돈을 아끼지 않아야 할 자재는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단 하나로 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그야말로 사람마다 주관적인 선택을 할 수 있으니 우문이라 할 수 있다.
설계를 하면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내 답을 얘기하자면 창호이다. 창호는 창과 문을 통틀어 이르는 말인데 선택 장애를 일어킬 정도로 다양한 제품이 있다. 디자인도 그렇지만 가격대도 다양해서 지불해야 할 적정한 값을 정하는 것도 어렵다.
창호는 쾌적한 실내를 지키는 첨병
나는 왜 집 짓기에서 돈을 아끼지 않아야 할 자재로 창호를 선택했을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한데 집을 구성하는 하드웨어에서 움직이는 건 창호뿐이기 때문이다. 현관문을 통해 집으로 드나드는 현관문, 마당으로 나가고 들어오는 거실 문과 자주 여닫지 않지만 각 실의 창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부위보다 먼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창호는 벽체와 함께 수시로 변하는 외부환경으로부터 쾌적한 내부 공간을 유지하도록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벽체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건 단열인데 요즘 법적 기준에만 맞추면 패시브 하우스 수준에 가깝다. 그렇지만 창호는 법적 기준에 맞춘 제품이라 해도 품질에서 크고 작은 차이가 난다.
저렴한 창호는 하드웨어가 단순하고 고급 창호인 시스템 창호는 아주 복잡하다. 눈으로는 틀과 유리만 보이지만 새시 안에 내장된 기능에서 있고 없다는 정도로 다르다. 시스템 창호가 비쌀 수밖에 없는지는 하드웨어의 기능을 알게 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시스템 창호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시스템 창호가 아무리 탐이 난다고 해도 가격을 알고 나면 선택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 동녘길 주택을 짓는 예산에 미루어보면 손사래를 치게 될 것이다. 그림의 떡은 이럴 때 쓰는 말이 된다.
시스템 창호가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될 90년대 말에는 가격대가 깜짝 놀랄 정도로 비쌌다. 그 무렵 단독주택을 설계하면서 건축주에게 시스템 창호를 권했는데 가격 때문에 망설였다. 설계자의 적극적인 제안에 거실의 창호만 설치하는 걸로 했었다. 그랬는데 전시장을 방문하고 난 건축주는 집 전체에 다 쓰는 걸로 결정하게 되었다.
지금은 창호 회사마다 시스템 창호를 생산하고 있어서 가격대도 부담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일반 창호와 비교하면 선택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 동녘골 주택에는 거실과 주방의 큰 창호 세 군데만이라도 시스템 창호로 했으면 좋겠다. 방은 창을 자주 여닫지 않으므로 기본 창호로 이중창을 써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집짓기는 공사 예산의 적절한 분배
부산에 한 중견 시행사의 대표는 예산 관리에 철저한 분이다.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지독하다 할 정도로 관리를 하지만 최고급으로 선택하는 부분은 구동하는 하드웨어라고 한다. E.V와 기계식 주차장치가 그것이고 창호도 포함된다. 집의 유지 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생기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집에서 상표가 보이는 자재는 어떤 게 있을까? 부엌 가구와 창호 정도가 아닐까 싶다. 손님이 오면 주방과 거실을 쓰게 되는데 고급 창호 메이커를 보고 집을 다시 보게 되지 않을까? 우리집을 짓고 나서 초대한 손님이 부러워해야 집을 짓느라 고생한 보람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내 집을 지으면서 잘 짓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렇지만 예산이라는 한계는 뛰어넘기 어려운 장벽이다. 그래서 아낄 데는 가성비 높은 자재를 찾고 돈을 들여야 할 부분은 큰마음먹고 좋은 걸로 선택해야 한다. 나라면 돈을 들이는 우선순위에서 무조건 창호를 꼽을 것이다.
부끄럽게도 건축사라는 직업으로 남의 집 설계는 평생 해왔지만 내 집은 아직 지어보지 못했다. 내 집을 짓는다면 내 맘에 꼭 드는 창호를 선정해서 시스템 창호의 다양한 기능을 누려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동녘길 주택은 빠듯한 예산으로 지어야 하지만 창호에 들어가는 비용만은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 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 김해, 양산 지역에 단독주택과 상가주택을 여러 채 설계 했으며 부산다운건축상, BJEFZ건축상을 수상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kahn777@hanmail.net
전화: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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