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일배, 표일호도 5세대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40503

표일배, 표일호도 5세대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표일배? 그게 뭔데? 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표일배는 차를 우리는 그릇으로 세상에서 가장 편리한 다기라 할 수 있다. 차를 마시고 싶지만 번거로워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면 표일배에 주목해 주기 바란다.    

 

차를 우려 마시려면 차를 우리는 차주전자와 우린 찻물을 담는 공도배-숙우가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다구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차판도 필요하니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 커피는 근무지나 집 주변 어디에나 있는 카페에서 카드만 들이밀면 마실 수 있다. 그런데 차는 직접 우려 마셔야 하니 귀찮아서 엄두를 내지 못한다니 이해할 법도 하다.     

 

표일배는 차를 마시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집이나 일터에서 손쉽게 쓸 수 있는 다기이다. 표일배도 귀찮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커피나 드시라고 할 수밖에 없겠다. 표일배는 이 하나로 차주전자와 공도배의 역할이 결합된 다기인 데다 별도로 차판을 놓을 필요도 없다.    

 

사무실에서는 다기를 갖춰서 차를 마시기 어려운데 표일배 하나로 쉽게 차 생활을 할 수 있다

 

표일배는 찻물을 담는 외병, 차를 우리는 거름망이 달린 내통과 뚜껑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통에는 버튼을 누르면 찻물이 내려가도록 장치가 되어 있다. 건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차가 우러나면 버튼을 눌러 내린다.  몇 번 차를 내려 머그컵이나 찻잔에 부어 마시면 되니 이보다 더 편리한 다기는 없을 것이다.

 

커피포트가 없어도 사무실에 있는 온수기를 쓰면 되므로 어디에서나 차를 마실 수 있다. 어떤 차도 가릴 필요가 없고 심지어 티백도 넣어서 우리면 몇 번이고 내릴 수 있다. 필터만 넣어 우리면 가루 커피로 드립 해서 마실 수도 있다·. 표일배 하나만 있으면 차 생활은 만사형통이다.

    

차를 시작하는 시기에는 이 표일배로 우려 마시면 어려워하지 않고 습관을 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차 생활을 권하면서 표일배를 줄잡아 백 개 이상 선물했다. 숙차 한 편에, 표일배 하나로 차 생활을 권해 왔는데 그중에 절반 이상은 차 생활을 시작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아마도 차 전도의 효과는 표일배의 역할이 지대하지 않을까 싶다.     

 

표일배는 중국산 밖에 없는데 가격도 저렴해 스무 개 들이 한 박스를 구입해 두고 차 생활 전도를 해왔다. 숙차도 비싸지 않으니 차 생활 전도에 표일배와 한 세트를 전해도 큰 비용이 들지 않았다. 누가 마셔도 맛있는 숙차를 편리한 다기에 우려 마시니 내 주변에 차 마시는 사람이 많아졌다.     

 

일세대 표일배와 모양과 누르는 기능을 개선한 표일배, 유리가 깨지기 쉽고, 손잡이 부분이 조악해서 금방 부서진다

 

표일배는 내통이 플라스틱인 제품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만 원대로 구입할 수 있다. 최근에는 내통까지 유리로 된 고급 표일배는 차를 내리는 기능도 업그레이드되어 여러 종류가 나오고 있다. 외병도 일반 표일배의 유리는 얇은데 고급 표일배는 내열 유리를 쓰고 있다.    

 

찻물을 내리는 가능이 표일배마다 다르다. 일반 표일배는 뚜껑에 달려 있는 버튼을 누르면 찻물이 외병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다. 최근 출시되는 고급 표일배는 뚜껑을 돌리면 찻물이 내려가게 되어 있는 종류와 투터치 기능으로 찻물을 내리게 된 제품도 있다.     

 

내가 최근 구입해 써 본 고급 표일배는 두 종류이다. 하나는 일반 표일배의 기능으로 내열유리와 나무뚜껑, 유리 내통으로 고급화시킨 제품이다. 다른 하나는 세련된 디자인을 채용해서 찻물 내리는 기능을 투터치로, 나무뚜껑에 손잡이를 부착해 외병 손잡이와 자석으로 일체화시킨 제품이다.

 

우리나라 다기 제조 및 유통 회사인 차모아에서 공급하는 고급 표일배

 

우리나라 회사로 차그릇을 제조 유통하는 차모아에서 구입한 ‘제5대 표일배’라는 제품은 프리미엄급 표일배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제5세대 표일배-The 5th Generation Glass Teapot with Button은 분명 차별화된 제품으로 보인다. 일반 표일배에 비해 가격이 높아서 구입이 망설여질 수 있겠지만 오래 쓰게 되는 다기는 표일배라 해도 좋은 걸 구입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음식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맛도 다르게 느껴진다. 차를 편하게 우려 마시는 다기로 표일배를 쓴다고 해도 이왕이면 고급 표일배라면 향미도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오늘은 개완을 쓰지 않고 ‘제5대 표일배’로 차를 우려 마시면서 중국 다구의 진화에 탄복하는 하루를 보냈다. ‘목수가 연장 나무란다’라는 말도 있지만 좋은 연장을 쓰면 그만큼 목수가 솜씨를 더 발휘할 수 있는 건 자명한 일이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