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40321
봄나들이 나서며 호사가가 되어
제가 사는 부산에는 목련이 지고 이제 벚나무 가지에 꽃망울이 부풀어 한두 송이 꽃이 피어납니다.
목련도 그렇지만 벚꽃은 일시에 피어나 순식간에 절정을 이루곤 속절 없이 지고 맙니다
벚꽃이 만개하면 꽃잎이 바람을 타고 흩날려 눈이 귀한 부산에 꽃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힙니다.
목련은 피었다 싶더니 어느새 출근 길에 나무 아래 뚝뚝 떨어진 꽃 송이를 봅니다.
꽃 송이가 큰 목련이 떨어져 길바닥에 내동댕이 치듯 흐트러져 있는 모습을 보니 애절한 마음이 듭니다.
나무 주변이 떨어진 꽃잎으로 뒤덮혀 있어 피해갈 수 없어 짓밟히니 봄볕보다 환히 피었는 그 꽃인가 싶습니다.
봄은 언제 왔느냐고 인사를 나누자마자 일어서는 아쉬운 손님같이 곧 떠나버릴 것입니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니 봄나들이에 나서야겠다는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여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홍매화로는 우리나라 제일이라는 화엄매가 이제 만개했다는 말에 주말 나들이 길을 나서기로 했습니다.
봄꽃 길을 걷는 건 호사라고 할만 하지만 매일 호사로 즐기는 건 따로 있습니다.
늘 차를 마시며 지내는 걸 보고 부러워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 차 생활이야말로 호사라 할만 합니다.
好事호사는 우리말로 좋은 일인데 호사가라는 말은 살짝 비아냥이 섞여있지만 차 마시는 일로 호사가가 됩니다 .
사무실에 오는 분께 이차 저차 내놓으면 부러운 눈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그냥 차 한잔 할 뿐인데 어떻게 차를 마시면서 살 수 있느냐는 눈길이지요.
차를 마신다는 것은 돈으로 만드는 호사가 아니라 전생에 공덕을 지어여 받을 수 있는 복일까요?
차를 내주면서 혹시 호사가라고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했던 적이 없는지요?
만약에 그런 시선을 느끼면 호사이고 못 느끼면 그냥 일상이 되겠지요.
구태여 호사라는 말을 붙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또 어떻습니까?
이 말 저 말 뭐라고 붙이든 안 붙이든 차를 마시는 건 좋은 일이니까요.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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