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도반에서 지은 집

싱글맘이 짓는 동녘길 단독주택 1 - 단독주택을 꼭 지으려고 하는 분께

무설자 2024. 1. 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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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다르게 내 의지대로 지어서 살 수 있답니다. 만들어진 집을 돈만 주면 살 수 있지만 선택 요건은 투자 가치가 우선이 되지요. 우리 식구가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로 아파트를 선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파트 분양 광고지에는  입주하기만 하면 무조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문구 일색이지요. 그런데 분양 전단지에는 행복이 넘쳐난다는 문구로 가득한데 신축일수록 행복에서 더 멀어진다는 느낌을 받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왜 그런고 하니 아파트는 시행자의 이윤에 초점을 맞춰 설계되기 때문이지요.

     

신축 아파트는 더 높게, 더 많은 세대수로 단지를 만들고, 첨단 제어 시스템이 들어가 더 편리하게 살 수 있게 공급됩니다. 그런데 초고층, 거대 단지에다 첨단 시스템이 들어 있다고 해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데 동의할 수 있을까요?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으려 하는 건 투자 가치에 관심을 둘 뿐이니까요.   

  

이에 비해 단독주택을 지어 살려고 하는 분들은 도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단독주택은 짓는 순간부터 투자 가치보다 손실을 안고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물론 입지 여건이 좋은 동네라면 부동산 가치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대지라면 그런 목적은 거의 실현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필자 설계 서른 평으로 지은 양산 석경수헌, 일흔이라는 연세에 여생을  보낼 집을 지으셨다

  

왜 단독주택을 지으려 하나요?     

 

단독주택은 집집마다 집을 짓는 사유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후를 마당이 있는 집에서 보내려는 소박한 바람을 가진 사람, 자연 속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 자신만의 특별한 취미 생활을 누리고 싶은 사람 등 수많은 사유가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바라는 함의의 목적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인 게 분명합니다.  

   

제가 거의 쉰 채에 가까운 단독주택을 설계하면서 건축주가 집을 지으려는 사유가 없었던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처가 식구를 부양해야 하기에 두 가구가 한 집에 조화롭게 살고 싶다는 분, 홀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불편하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집, 가장의 직업 특성 때문에 손님이 자주 와도 식구들이 편히 지낼 수 있는 집, 자식들을 결혼을 해도 같이 살 수 있는 집 등의 요구에 따라 설계를 하고 그 바람대로 만족하게 살고 있어 건축사로서 보람을 느끼고 있답니다.     

 

이번에 설계하게 된 울주 동녘길 단독주택은 싱글맘인 작가님이 아이 둘과 노모를 모시고 살 집이지요. 아이들의 교육 환경과 노모의 여생을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집을 짓는 어려운 결단에 머리를 숙이게 됩니다. 초등학생인 두 아이의 엄마이니 경제적인 여건이 넉넉하지 않을 게 분명할 터인데 어떻게 이렇게 어려운 결심을 할 수 있었을까요?   

  

그런데 집은 십 년 뒤, 이십 년이 지나고 훨씬 더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삶을 온전하게 담아내야 한답니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십 년이 지나면 고등학생이 되지요. 오래 같이 살고 싶어도 늙은 어머니는 그 집에 계속 머물 수 없는 때가 오겠지요. 그때도 우리집은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하며 그 집에서 떠나고 싶지 않아야 한답니다.

 

     

서른 평 단독주택인 양산 심한재-설계 김정관(도반건축사사무소)

 

집은 어느 누구의 소유가 아니다  

   

집을 지을 때는 주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식구가 아무리 많아도 주체적인 입장에 서는 한 사람이 있고 부부라 할지라도 어느 한쪽의 의견이 담길 수밖에 없지요. 누가 주체가 되어 지어지더라도 그 집에 사는 식구들은 누구라도 만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집이 지어지고 나면 그 가치는 누구라도 인정해야만 좋은 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집을 지은 사람이 오래 그 집에서 살고 싶지만 불가피한 사유로 다른 사람이 살게 된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답니다. 따라서 나만 좋아하는 집이 아니라 누구나 좋아할 집으로 지어야만 가치 있는 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집을 짓는 당시의 처지에 몰입하게 되면 시간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집이 되고 맙니다. 초등학생이 쓸 방이라는 말은 집에서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누구라도 편히 쓸 방이 되어야 한다는 게 맞는 말이지요. 지금 우리 식구의 일상만 담으면 되는 집으로 지으면 편협한 공간이 되고 맙니다.     

 

우리집에 온 손님이 너무 좋은 집에 사니 얼마나 좋으냐고 부러워하는 집이어야 합니다. 지금은 아이지만 청소년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짝을 찾아 그들의 아이를 데리고 오게 되는 날이 옵니다. 그때도 우리집은 그날에 맞는 일상을 행복하게 담아낼 수 있어야 하겠지요.   

  

땅의 조건이 집을 만든다  

   

장방형의 땅에는 정방형의 평면을 담아내기 어렵고 정방형의 땅은 장방형의 평면을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땅은 제 각각의 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그 주변은 높낮이가 다를 수 있습니다. 또 남향으로 길기보다 동서로 긴 땅이라야 집 안에 햇살을 온전하게 담아낼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물 좋고 정자 좋은 땅이 쉽게 얻어지기 어려우니 내 땅이 가진 여건을 잘 살펴야 합니다.     

 

집에 면한 도로는 남쪽에 있으면 좋고 집터가 도로보다 높아야 습하지 않은 집이 됩니다. 배산임수가 집터의 조건으로 기본이지만 앞뒤로도, 좌우로도 집이 가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 조건은 집 안에 남향 햇살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랍니다.     

 

마당이 넓으면 좋겠지만 집을 쓰는 데는 작은 외부 공간을 곳곳에 두어서 내부 공간과 연계해서 쓰는 게 좋습니다. 넓은 마당은 보기에만 좋을 뿐 쓰임새가 별로 없고 관리만 힘이 들 뿐입니다.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이 닿아 있으면 한정된 실내를 확장해서 쓰는 효과가 좋지요.  

   

네모반듯한 땅은 작은 외부 공간을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땅처럼 이형의 대지는 건물을 배치하고 남은 자투리 공간이 나오기 마련이라 쓰임새를 부여하면 효과적인 외부 공간을 만들 수 있겠지요. 단독주택은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이 모두 집의 영역이랍니다.     

 


 

단독주택은 집의 크기로 그 중요도를 따질 수 없습니다. 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어야 합니다. 집의 구성 요소가 되는 방, 주방, 식당, 거실, 욕실뿐 아니라 수납공간까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살펴서 설계를 해야 합니다. 단독주택이 아파트와 다르다는 건 외부 공간의 가치에 있다고 봅니다. 쓰임새가 별로 없는 큰 마당보다 실내와 연계된 작은 외부 공간을 잘 구성하면 단독주택에 사는 특별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동녘길 단독주택은 모든 여건에서 만만찮은 한계를 안고 시작하게 됩니다. 이번에 진행된 경계 측량의 결과에서도 북쪽의 도로가 우리 대지를 많이 점유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우리집을 지어내겠다는 의지로 설계 작업에 최선을 다해 봅시다.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 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 김해, 양산 지역에 단독주택과 상가주택을 여러 채 설계 했으며 부산다운건축상, BJEFZ건축상을 수상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kahn777@hanmail.net

전화:051-626-6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