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천년 보이차'를 마시며 첫물 고수차에 빠지다

무설자 2022. 7. 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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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711

'천년 보이차'를 마시며 첫물 고수차에 빠지다

 

 

보이차를 오래 마셔온 사람이라고 해도 지금 마시고 있는 차의 정체를 제대로 알기가 쉽지 않다. 포장지에 적혀 있는 정보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2010년경 이후로 고수차가 보이차 시장의 대세가 되면서 차의 산지가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소비자는 시장에 공급되는 차만큼 알 수 있을 뿐이다.     

 

차 산지의 큰 범위는 시상반나, 보이(사모), 임창 차구로 나누어지고, 시상반나는 다시 이무와 맹해 지역으로 다시 나누어진다. 이무 지역은 구 육대차산, 맹해 지역은 신 육대차산으로 나누어진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름을 드러내는 차산을 일일이 이름을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많으며 앞으로 더 많은 차산들이 존재를 알리게 될 것이다.

 

내 손에 들어온 차의 포장지에는 유명 차 산지의 이름이 거의 다 적혀 있다. 그중에 가장 많은 차가 빙도인데 열 종류가 넘으니 차의 정체가 궁금하다. 이름은 빙도인데 차의 정체가 어떤 모료를 써서 만들어졌을까?     

 

보이차의 명품-노반장과 빙도     

 

이 수많은 차산들을 대표하는 산지로 맹해 지역의 노반장, 임창 지역의 빙도라고 하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봄이 오면 차 산지별 모차 값이 공지되는데 다른 산지보다 노반장과 빙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2022년 공시된 모차 가격은 노반장은 11,000~12,000위안/kg, 빙도노채는 첫물차가 55,000~70,000위안/kg이고 두물차는 28,000~35,000 위안/kg이며, 대수차는 7,000~8,000 위안/kg, 중소수차 3,500~4,000 위안/kg이다.     

 

공시 모차 가격의 2.5 배 정도 보이차 가격으로 잡는다면 노반장은 12,000위안×180원/위안=2,160,000원이므로 357g 병차 한 편은 200만 원 정도가 된다. 빙도 첫물차의 가격을 추산해 보면 55,000 위안/kg×180=9,900,000 원/kg이므로 병차 한 편 가격은 약 900만 원으로 계산된다. 노반장과 빙도노채 모차 가격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게 놀랍지만 고수차 첫물차의 가격이 그야말로 넘사벽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공시되는 모차 가격은 첫물차가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빙도 지역은 두물차 가격도 함께 공시되니 수요자가 몰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고수차는 수령 100년 이상된 차나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고수차를 마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차가 노반장과 빙도인데 과연 이 차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사실 궁금해할 필요가 없는 것이 그 차들은 대부분 수령이 얼마 되지 않은 소수차이거나 늦봄부터 가을 사이에 채엽해 만들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만약 포장지에 빙도나 노반장이 산지이며 早春茶조춘차라고 표기되어 있다면 허위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사람이 최초로 중국 현지 차창을 만들어 보이차를 공급하고 있는 '오운산'에서 만든 차산 지도

 

차산, 고수차, 첫물차     

 

유명 산지일수록 첫물 고수차는 생산량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중국 내 수요를 맞추기도 모자라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첫물 고수차를 착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내 손에 있는 고수차가 정말 수령 100년 이상, 첫물차라고 적혀 있고 내 입에 맞으면 따지지 말고 즐겨 마시면 그만이지 않을까 싶다.     

 

또 요즘 고수차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넘치는 수요에 생산량을 맞추지 못하다 보니 일부 산지는 겨울을 제외한 일 년 내내 채엽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새 잎이 나오기 무섭게 따다 보니 나무의 생장 상태가 좋지 않아 생장촉진제를 주사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차나무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 잎으로 만든 차가 우리가 만족하며 마실 수 있을까?     

 

그래서 믿을만한 고수차는 모차 값이 폭등하기 시작한 2015년 정도 이전에 생산된 차를 찾으면 좋을 것이다. 2010년부터 고수차 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2015년에는 광풍으로 변해서 모차 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버렸다. 필자가 2010 년에 맹해를 방문했을 때 시골이었던 그곳에 6차선 도로가 나 있었고 5성급 이상 호텔이 지어지고 있었으니 고수차 모차 값이 오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고수차의 고유한 향미는 그 어떤 차와 비교될 수 없을 만큼 특별하다. 산지마다 다른 향미를 즐길 수 있는 차는 오직 고수차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수차의 특별한 향미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産地산지, 樹齡수령 100년 이상, 첫물차가 되어야 할 것이다. 노반장이나 빙도를 첫물 고수차로 구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니 어느 산지의 차라고 해도 첫물차라면 그 산지의 독특한 향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노반장 차산의 차나무

오리지널 첫물 고수차-‘천년 보이차’     

 

내가 요즘 자주 마시는 첫물 고수차는 2010년 파달산, 포랑산, 대호새, 향죽림이 산지이다. 이 차를 만든 사람은 첫물 고수차의 가치를 알아보고 청명 전에 산지로 들어가 모차를 집중 매입했다고 한다. 그때는 아직 고수차가 본격적으로 시장 진입을 하지 않았을 때라 첫물차로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그 차를 만들었던 분과 인연이 되어 마시게 된 첫물 고수차는 그동안 마셨던 고수차와 확연히 다른 향미는 탄복할 만했다. 우리가 뜨거운 대구탕이나 생태탕을 마시며 시원하다고 표현하듯이 천년 보이차는 따뜻한 차가 목으로 넘어가는데 시원한 느낌이 다가왔다. 이 차를 마시면서 처음으로 시원하다고 느끼게 되었는데 몸의 기운이 단전 쪽으로 집중되는 그 느낌이 아닐까?            

 

'천년 보이차'의 대표는 사업으로 차를 만들었던 게 아니라고 했다. 중국에 오래 머물 일이 있었는데 그때 보이차를 알게 되어 차 공부를 하다가 첫물 고수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그가 알아차린 첫물 고수차의 가치만큼 시장에는 좋은 차가 나오지 않고 있어 보였다. 그래서 자신의 여력이 허락하는 만큼 첫물차가 나오는 시기에 운남 차산에 머물며 차를 만들게 되었다고 했다. 그 차에 자신의 소신을 담아 브랜드를 만들어 포장지에 기재한 게 ‘천년 보이차’이다.          

 

천년 보이차' 고수차, 2010년 첫물차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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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사업가가 아닌 사람이 첫물 고수차를 자신의 브랜드로 만들었고 이제야 판매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차복이 많아 내가 마시게 되었다.  기대만 할 수 있을 뿐 시장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첫물 고수차인 ‘천년 보이차’, 몇 종류가 되지는 않지만 마시기 시작하니 손이 저절로 가게 된다. 매일 차를 마시는 처지에서 좋은 보이차를 알게 되니 내가 누릴 수 있는 큰 복이 아닐까 싶다.

 

차 생활의 즐거움을 글로 써 알려온 내 입장에서 좋은 차를 소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만약 2010년에서 2015년에 만든 첫물 고수차를 마시고 싶다면 '천년 보이차'를 추천한다. '천년 보이차'에서 판매할 가격을 알 수 없지만 상업적인 가성비보다 첫물 고수차를 만들고 싶은 순수한 열정으로 만들어진 차를 많은 분들이 맛볼 수 있길 바란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