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10923
보이차 입문3 - 숙차 가나다라
숙차를 얘기하기 전에 보이차에 대한 개괄을 살펴보아야겠다. 보이차는 중국 운남성에서 나는 찻잎으로 만들어진다. 차의 고향은 중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운남성은 차나무의 원산지라고 한다. 운남성에서만 자라는 대엽종 차나무가 차의 원종原種이라고 볼 수 있다. 운남성에는 수령이 3000년 된 차나무도 있는데 사람이 재배해서 심은 종류라고 하니 놀랍다.
일부 소엽종도 있지만 주로 대엽종 차나무 잎으로 만들어진 차가 보이차이다. 후발효차로 분류되는 보이차는 오래되면 될수록 맛과 향이 더 깊어지는 차로 다른 종류의 차와 차별이 된다. 후발효는 차가 보관되는 과정에 성분 변화가 계속되어서 1900년대 초에 생산된 동경호, 송빙호 등의 차는 그 가치가 상상 이상으로 평가된다. 동경호나 송빙호 등의 호급차號級茶는 경매를 통해 거래되는데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후발효차로 분류되는 보이차는 오래 되면 될수록 맛과 향이 더 깊어지는 차로 다른 종류의 차와 차별이 된다
후발효로 가치가 더해지는 보이차의 특성으로 오래 묵힌 차를 노차老茶라고 부른다. 생산된 지 30년 정도 지난 차를 노차라고 부르는데 일부러 발효 작업을 한 가짜차가 많이 나돌고 있다.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노차에 대해서 경외심을 가지게 되므로 이런 가짜 노차가 시중에 나돌게 된다. 보이차는 세월이 지나면 맛과 향이 더 깊어지지만 가격이 부담이 되므로 급속 발효를 통해 쓰고 떫은맛을 완화시킨 차를 개발하게 되었다. 그 차가 숙차이다.
대엽종이 주류를 이루는 운남의 차는 중소엽종에 비해서 폴리페놀 함량이 높아 쓰고 떫은맛을 낸다. 폴리페놀은 커피나 포도 등에도 많이 들어있는 성분인데 항산화 작용으로 인체 건강에 유효해서 많은 관심을 가진다. 그렇지만 쓰고 떫은맛을 가지기 때문에 음료로 즐기는데 부담이 된다. 녹차는 주로 소엽종 찻잎으로 만들어지는데 폴리페놀 함량이 낮고 아미노산 성분이 많아서 감칠맛이 많아 차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보이차의 주성분인 폴리페놀은 커피나 포도 등에도 많이 들어있는 성분인데 항산화 작용으로 인체 건강에 유효해서 많은 관심을 가진다
쓰고 떫은맛의 폴리페놀은 급속 발효 과정에서 양이 줄게 되므로 숙차는 마시기에 편한 향미를 가지게 된다. 또한 숙차로 만들어진 뒤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거친 맛이 부드럽게 바뀌게 되므로 장기보관이라는 후발효차의 강점을 유지하게 된다. 생차가 오래되어 변화되는 향미는 주로 산화작용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발효차인 숙차와는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쓰고 떫은맛이 완화된 대엽종 차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보이차의 대중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숙차는 떫은맛이 완화된 대엽종 차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보이차의 대중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중국차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녹차는 생산된 그 해가 지나면 햇차에 밀려 폐기 처분된다. 그러나 오래되면 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보이차의 특성을 뒤늦게 알게 된 중국 사람들이 2010년 이후에 자본이 밀려들어 상종가를 구가하고 있다. 향미가 뛰어난 차는 2010년 이전에 비해 10~50 배로 값이 치솟아 벽촌이었던 차 산지가 명소로 바뀌고 있다.
십만 원이 넘는 보이차는 진품 여부를 판별하는 등의 복잡한 지식이 필요하므로 입문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일상에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보이차는 숙차이므로 이제 이야기의 방향을 돌리기로 한다. 오만 원 정도면 두 달은 넉넉하게 마실 수 있는 입문 단계의 보이차인 숙차 이야기를 시작해보기로 하자.
숙차는 운남성 특산품이라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이 이름으로 차를 만들 수 없다. 차나무의 고향이라고 하는 운남성의 대엽종 찻잎을 따서 한 번만 덖고 비벼서 햇볕에 말리면 숙차를 만들 수 있는 원료인 모차毛茶가 된다. 이 모차에다 물을 뿌려서 덮어두면 곰팡이가 생기고 발효가 일어나게 된다. 찻잎에 곰팡이가 생긴다고 해서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 것이 메주를 띄워서 된장을 만드는 그 과정을 생각하면 된다.
보이차의 효능으로 보면 심혈관에 좋다고 하며 항산화와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약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하게 마셔야 한다
숙차를 만드는데 쓰이는 곰팡이는 메주에서 생기는 검은곰팡이 종류이다. 찻잎에 물을 뿌려서 45일 정도에 걸쳐 뒤집고 덮어주는 과정을 거치면 숙차가 완성된다. 발효 과정이 끝나면 건조과정을 거쳐 마른 차가 되고 덩어리차로 보게 되는데 동그란 차는 병차餠茶, 벽돌처럼 생긴 차는 전차磚茶라고 부른다. 숙차는 고급 찻잎을 쓰지 않기 때문에 가격은 생차에 비해 싼 편이다.
보이차의 효능으로 검색해서 나오는 정보를 보면 만병통치약처럼 건강에 이로운 성분이 많다. 특히 심혈관에 좋고 항산화와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약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하게 마셔야 한다. 숙차에도 카페인이 있지만 몸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서 늦은 오후에 마셔도 각성효과가 적어서 잠을 자는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차를 마시는 요령은 거름망이 있는 찻주전자에 차를 적당량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서 바로 따르면 된다. 커피메이커를 이용해서 커피를 내리는 방식으로 우려도 되는데 수차례 우릴 수 있어서 차를 한번 넣고 하루 종일 마셔도 된다.
숙차를 구입하는 방법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5만 원 전후의 가격으로 구입하면 된다. 더 좋은 차에 대한 기대가 있어도 차맛에 대해 확신이 오는 만큼 찻값을 울려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주변에 보이차를 먼저 마신 사람이 있으면 차를 구입하는 요령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것도 좋다.
숙차를 꾸준히 마시면 몸이 냉한 사람은 속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숙차를 처음 마셔보면 특별한 향이나 맛을 느낄 수 없지만 자꾸 마시다 보면 점점 구분이 되기 시작한다. 이때가 입문 단계를 넘어 다음 단계로 들어가는 시점이라고 보면 되겠다. 숙차를 꾸준히 마시면 몸이 냉한 사람은 속이 따뜻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하루 종일 마셔도 괜찮은 음료는 물 다음으로는 숙차로 꼽아도 되겠다. 건강을 위해 커피도 좋지만 보이차 숙차를 마셔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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