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
-다섯 번째, 넓은 잔디밭을 가진 집에 사는 게 꿈이라는데?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이유 중의 하나로 넓은 잔디마당을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green green grass of home’이라는 노래가 녹색잔디가 깔린 고향집을 그리워한다는 내용이니 대부분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그런 환상을 실현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단독주택을 보면 건물은 한쪽으로 붙여서 앉히고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건축물을 대지의 한쪽으로 붙이고 마당을 넓게 남겨서 잔디를 심어 ‘green green grass of home’의 꿈을 실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넓은 마당을 두고 잔디밭을 만들면 마당도 정원도 아닌 한국식 외부공간 처리가 되는 셈이다. 건축물은 아파트처럼 내부에서 모든 주거생활이 이루어지게 되니 외부공간은 관상용으로만 용도가 설정이 되는 셈이다.
잔디가 깔린 외부공간이 보기에 좋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고된 노동이 필요한지는 입주해서 살아보면 알게 된다. 넓은 잔디밭을 골프연습장으로 쓰는 이외에 왜 필요할까? 잔디를 깎는 정도는 별 어려움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풀씨가 날아들어 풀을 뽑아야 하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한중일 세 나라 외부공간의 차이
양동마을 관가정의 사랑마당, 건물은 대지의 가운데 배치하고
마당을 매개공간으로 담장이 집의 경계를 이룬다.
건축물을 배치하면서 남은 외부공간을 마당이라고 쓰는 건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주거영역이라는 의미이다. 마당과 정원은 그 쓰임새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한중일 세 나라에서 외부공간은 완전히 다르게 쓰이고 있다.
중국은 담장이 없이 건축물을 대지경계선에 채워서 짓고 중앙을 비워서 집 안으로 들어가는 동선을 수용하는 데 쓴다. 일본은 현관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가서 복도를 통해 방으로 가는 동선을 처리하므로 외부공간은 정원으로 쓴다. 우리나라는 건축물을 대지의 한가운데 배치하고 외부에서 각 방으로 들어가게 되므로 마당이 내부와 이어지는 하나의 공간체계를 가지게 된다.
중국의 전통가옥 형태인 四合院은 입식생활을 하는 주거방식이므로 잠을 잘 때만 겉옷을 벗는다. 따라서 내외부의 활동복장이 다르지 않아서 따로 난방을 하지 않아도 각 실을 드나드는 문이 내부에서 외부로 바로 개방이 된다. 각 실의 출입구가 중정을 향해 면해 있고 외부공간의 크기는 집의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일본의 주거형태는 우리나라처럼 좌식생활을 한다. 외출을 할 때는 겉옷을 걸치지만 집에 있을 때는 실내복을 입는데 난방을 하지 않으므로 보온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본가옥은 복도로 집을 둘러싸고 그 안에 방이 배치되므로 한중일 삼국 중 유일하게 현관이 존재한다.
같은 동북 아시아권이지만 한중일 세 나라는 주거방식에 의해 집의 얼개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의 외부공간이 집을 쓰는 내부의 사정에 의해 그 쓰임새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 나라의 주거공간의 외부는 중국은 동선을 수용하는 공간, 일본은 집 안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관상공간인 정원, 우리나라는 내외부가 하나로 쓰는 기능공간인 마당으로 쓰게 되었다.
‘우리집’인 韓屋의 고유공간인 마당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는 집은 과거의 유물로서 조선시대의 집만 한옥이라 부르는 게 온당할까? 이 시대의 단독주택도 당연히 韓屋이라 불러야 한다. 과거의 집은 목조와가木造瓦家이었고 이 시대의 집은 철근콘크리트구조에 평지붕이라고 해도 우리나라 고유의 주거행태가 그대로이어져 유지되어야 한다.
이 시대에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아파트의 편리함을 그대로 담아 평면이 구성되고 마당은 관상공간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조선시대의 한옥을 그대로 옮겨 짓고 잔디밭을 마당이라 부른다. 어떤 구조방식과 마감 재료를 써서 짓더라도 이 시대의 우리집으로 손색이 없게끔 지어야 이 시대의 한옥이라 할 것이다.
특히 마당이라는 우리 고유의 외부공간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韓屋이라 부르기에 주저해야 할 집이 대부분이다. 현관으로 들어가서 실내에서 주거 일상이 그치고 마는 대다 외부공간은 정원으로 쓰는 집은 일식 주거와 다름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일층의 각 실을 외부공간과 연계해서 쓸 수 있게끔 얼개를 짜면 마당이라는 기능이 살아나게 된다. 거실과 큰 마당, 주방과 정지마당, 테이블과 안마당, 서재와 정원을 연계시킬 때 내외부가 하나의 공간 체계를 가지면서 일상이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몸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이라야 한옥
마당을 살려서 집의 얼개로 구성하면 대지의 가운데에 건축물이 배치하게 된다. 정원도 마당도 아닌 넓은 잔디밭은 집을 쓰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집에서 생활하면서 제대로 쓰지 않는 넓은 잔디밭을 두게 되면 풀을 뽑는 노동만 가중될 뿐이라는 걸 미리 알았으면 좋겠다.
이 시대의 한옥인 우리집에서 살아야만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한국인의 유전자가 담긴 몸이 편안해진다. 새로 짓는 단독주택이 우리집도 일본집도 아닌 애매한 집이라는 걸 안다면 어떤 얼개를 가져야만 한옥의 정서를 이 시대의 집에 담아내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목조와가를 지어 불편한 한옥에 살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우리집으로 지은 한옥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길 바란다.
이 시대의 한옥으로 짓는 해법 중의 하나가 바로 마당의 정서가 오릇히 살아 있도록 집의 얼개를 짜는 일이다. 넓은 잔디밭을 마당이라고 부르는 우愚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상들이 오랫동안 살아온 우리의 옛집에서 우리집의 얼개를 찾아내면 집에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DAMDI E.MAGAZINE 연재중 (2020,01 )
다음 편은 '우리집이 한옥韓屋이라면 한실韓室을 두어야지'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kahn777@hanmail.net
전화: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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