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을 지으면서 간과하면 후회할 열 가지
- 프롤로그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 연못에는 수련이 꽃을 피운다. 잘 가꾼 정원에는 온갖 꽃들이 철마다 피어나는 ‘우리집’, 우리 식구가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단독주택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몇 년씩 집터를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파트에 갇혀 사는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껴 전원생활을 준비하며 귀촌, 혹은 귀농학교를 다니며 시간과 정성을 다해 집짓기에 나서는 사람이 많다.
요즘은 꼭 전문가가 아니라도 얻고자 하는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 요지경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키워드만 입력하면 그에 관련된 정보가 끝없이 제공되는 스마트폰이 그것이다. 정보 검색에 있어서도 문서로 읽기가 귀찮으면 전문가가 동영상으로 친절하게 해답을 가르쳐 준다. 그렇지만 정보마다 각각 견해가 달라서 어느 것이 정답인지 선택하기는 쉽지 않아서 딱 거기에서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여기게 되는지 모르겠다.
단독주택을 짓고 싶은 사람을 위한 정보도 검색 키워드마다 읽어내기 어려울 만큼 끝없이 쏟아진다. 그런데 그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관점과 견해를 내어놓는다. 아마도 그들이 지어서 얻은 결과인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데 설계 작업을 한 건축사나, 공사를 한 시공자가 그 집에서 건축주가 그동안 살아보며 생겨나는 결과를 챙겨 다음 작업에 반영하면서 경험을 축척해 왔는지는 미지수이다. 또 ‘우리집’을 짓는데 관여하는 설계자나 시공자가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집에 살면서 생기는 요소요소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다시 집을 지으면 성을 간다는 사람
단독주택을 지어서 사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다시 또 집을 지으면 성을 간다고 하는 얘기이다. 집터를 찾고, 설계 단계를 거쳐 공사를 마치고 입주하기까지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오직하면 집 세 채를 짓고 저승에 가면 무조건 천당으로 보내주는 데 그 이유는 지옥을 세 번 거쳐 왔기 때문이라나.
집을 지으면서 이런 저런 일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어떻게든 시작한 일이니 감당하며 이겨내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살아보며 좋은 집만 얻을 수 있다면 통과의례로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집을 짓는 과정도 지난至難했는데 완성된 집까지 마음에 차지 않고 하자까지 이어진다면 그런 낭패가 또 있을까?
시공자를 잘 만나면 좀 더 수월하게 집을 지을 수 있겠고 그렇지 않으면 고생을 좀 더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설계에서 소홀한 부분이 생활에서 장애가 된다면 그런 낭패가 있을까? 모르고 살면 그만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알고 나면 집을 다시 짓고 살아야 될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삶이 있는 단독주택과 아파트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아파트에서 살다보니 단독주택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이 없어 누구에게나 생소할 수밖에 없다. 설계를 하는 건축사도, 공사를 하는 시공자도 단독주택에 살아 보지 않았거나 지금 살고 있지 않으면서 전문가로 참여해서 집을 짓는다. 아파트처럼 사업자들이 지어서 분양하는 단지형 단독주택이 늘어나고 있다. 한 단지에 꼭 같은 집이 들어서 있는 단독주택을 분양 받아서 산다면 아파트와 무엇이 다를까?
아파트와 비슷한 평면에 외관만 별나게 디자인이 되었거나 설계자가 작품이라며 황당한 평면을 제안하며 설득하기도 한다. 건축주의 행복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생소한 집의 얼개를 받아들여야 할까? 그 집에서 살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만 ‘집다운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는 집이 곧 내부공간이지만 단독주택은 울타리 안의 내외부공간이 모두 집이다. 우리 한옥의 전통을 이어서 이 시대의 집으로 지어내야만 집을 쓰는 식구들이 다 만족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우리는 조상들께 물려받은 유전자가 한옥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길보다 손길, 부부만큼 소중한 손주
잔디 깔린 넓은 마당을 가지는 게 꿈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녹색 융단 같은 잔디 마당에 뾰족 지붕이 있는 그림 같은 집에 살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전망이 좋은 대지를 찾아 일이층을 틔운 큰 유리창으로 바다나 호수가 보이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일까? 노후에 전원생활을 꿈꾸며 부부 둘만을 위한 집을 지으면 행복이 보장될 수 있을까?
잘 정리되어 있는 넓은 잔디마당은 누군가 그렇게 유지하기 위해 땀 흘리는 노고가 따라야 한다. 잔디마당의 쓰임새는 보기에 좋은 관상용일 뿐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된다. 마당은 보기에 좋기보다 쓰임새가 있어야만 행복한 일상이 될 수 있다.
어떤 집이라 할지라도 그곳에 오래 살아보면 전망은 곧 익숙해져서 일상생활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 전망을 고려해서 서향집을 지었다고 하면 피곤한 오후 햇살 때문에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전망보다는 남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뒤늦게 알게 되면 그 후회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싶다.
손님을 배려하지 않고 부부 공간만 들여 지은 집이라 손주가 와도 잘 방이 없다면 이를 어쩌나? 손님이 들지 않는 집이라면 그 외로움을 이기고 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외로움이 가장 큰 병이 된다고 하니 그 집에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단독주택은 부동산 가치가 아파트와 달라서 매매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단독주택에 살아보니 집을 짓기 전에 꿈꾸던 그 생활이 되지 않아 후회 한다면 노후의 삶을 견뎌내기가 어렵다. 단독주택을 짓는 시기로 볼 때 노후의 일상이 거의 집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맞춤옷이 몸과 하나 되듯이 편안해야 한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짓는 단독주택, 후회하지 않는 집짓기를 위해 설계단계에서 간과하고 빠뜨릴 수 있는 몇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그 중에서 하나만 빠뜨려서 집을 지으면 더 이상 참아내기 어려워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 그림 같은 집은 사진으로 보면서 부러워하면 그만이지만 내가 살 집은 소소한 일상의 작은 불편이 없도록 살펴야 한다. 눈길보다는 손길에 관심을 두어야 하며 남의 이목보다는 우리 식구들이 만족할 집을 짓기 위해 매의 눈으로 살펴야 할 몇 가지를 챙겨보도록 하자.
-DAMDI E.MAGAZINE 연재중 (2019, 8 )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kahn777@hanmail.net
전화: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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