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18 대평보이 방해각 고수 생, 숙차

무설자 2018. 11. 21. 17:46
728x90

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1811

'18 대평보이 방해각 고수 생, 숙차



보이차를 마시는 재미는 누구나 다를 것이다.

건강을 염려해서 마시기도 하고 값싸게 다양한 종류를 마실 수 있어서 좋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새 차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 말하고 싶다.


요즘같이 사람이 그립고 만남이 어렵고 대화가 막힌 세상에 차는 소통의 수단이 된다.

"차 한 잔 할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사치례로 하는 말 중에 가장 많이 쓰지 않는가?


길 거리에 눈길 닿는대로 널린 커피점에 마주 앉아 있는 사람들은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을까?

그나마 커피를 매개체로 얘기를 나눌 수 있으니 다행이다 싶다.

대화가 아쉽고 그립고 고픈 세상에 누구와 커피 한 잔 하면서 마주 앉을 수 있는 것도 복이라 한다.



誰與坐,

누구와 더불어 앉아 있는가?

저를 찾아 오시는 분은 누구든지 귀한 분이다.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지금 누구와 함께 앉아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그 자체로 희유한 일이라 여긴다.


누구와 더불어 차를 마시는가?

차를 함께 마실 수 있는 벗이 있다면 그보다 더 소중한 관계는 드물 것이다.

차가 있어서 그 누군가 이 자리를 찾아 주기를 기다린다.




고수차를 모료로 방해각을 병배해서 만든 귀한 차이다.

대평보이의 근작 고수차로 생차는 고목봉춘, 숙차는 만복지원 모료에 경매 방해각을 10% 섞었다고 한다.

고목봉춘은 못 마셔 보았고 만복지원은 다행히 맛 본 기억이 있으나 방해각이 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판단하지 못함이 아쉽다.





숙차부터 마셔보는데 고수차 모료로 만들어서 편안하기 이를데가 없다.

고수차 모료로 만복지원 같은 숙차를 만든다면 굳이 노차에 목맬 필요가 없지 않을까?

방해각이 숙차의 부드러운 맛에 생기를 더해주는 듯하다.


내가 주장하는 숙차는 노차를 찾아 마실 이유가 없음을 고수 숙차로 반증한다.

요즘 나오는 숙차의 흐름이 경발효인데 개인적으로는 중발효를 좋아한다.

중발효는 어쩔 수 없이 숙미를 가지게 되는데 방해각 숙차는 좋은 풍미로 즐길 수 있다.



이제 방해각 숙생 형제 중 생차를 마셔 본다.

앞서 언급했지만 생차는 고목봉춘 모료에 방해각을 10% 섞었다고 했었다.

고목봉춘은 아직 마셔볼 기회가 없어서 방해각이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없겠다.



차의 병면을 보니 가지런한 잎이 아니라 크기가 다양하게 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지차와 고수차의 모료 차이는 균일한 크기의 잎과 크고 작은 잎이 섞여 있는데서 찾기도 한다.

재배환경으로 보면 대지차는 같은 조건으로 자라지만 고수차는 한 나무에서 생장하는 여건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병에서 훼괴한 잎을 펼쳐서 방해각이 어디에 있나 살펴본다.

눈으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는데 대평님 얘기대로 10%는 섞여 있을 테지.

방해각의 맛은 쌉스레하니 차맛에도 그렇게 영향이 올 것이다.




차호와 찻잔은 차기정 장인이 감수해서 만든 옥차호를 잔을 쓴다.

두툼한 두께의 옥잔은 겨울에 쓰기가 아주 좋은데 뜨거운 차를 담아 손에 쥐면 따스한 온기가 전해온다.

즐겨 쓸 수 있는 다구가 있으면 차를 내기가 얼마나 즐거운지...ㅎㅎㅎ



미지근한 온도로 빨리 부어내어 짧은 세차를 했다.

첫탕을 세차의 개념으로 씻어내는데 뜨거운 물로 우려내면 맛있는 성분이 빠져나간다.

그래서 세차가 아니라 찻잎을 적셔주는 정도로 하는 게 좋다.



2포와 3포를 우려낸 차맛은 부드러운 바탕에 단맛을 쓴맛이 싸고 있는 느낌이다.

고목봉춘은 아마도 임창차구의 차가 아닐까 싶다.

蜜香이 꽉 찬 단맛에 쓴맛은 부담이 없어서 방해각이 쓴맛을 보충해주면서 차의 특징으로 드러난다. 



차를 좀 더 진하게 우려 보았다.

두터운 맛에 꽉찬 향미가 입 안에 가득하면서 회감이 침샘을 자극한다.

단맛과 어우러지는 쓴맛이 조화롭게 다가온다.


차의 단맛과 방해각의 쓴맛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향미가 이 차를 다시 보게 한다.

방해각이 병배된 고수 생차와 숙차를 마시는 분들은 어떤 향미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대평보이의 특별한 차로 음미해 보기를 바란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