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연회 2018년 11월 다회후기
경주에서 가진 晩秋茶會
-경주 아사가 차관
오랜만에 부산을 벗어나서 다회를 가졌습니다.
다연회도 십년을 넘기면서 권태기일지도 모를 침체기를 지나는듯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올해부터 시행한 정회원 연회비 제도와 주제가 있는 다회를 진행하면서 회원의 참여도가 높아졌습니다.
올해에는 헤세드님, 산수유꽃님, 박가이버님, 백공님이 참여하시면서 활기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기존 다우님들은 공사다망한 일들이 많아지면서 참석율이 떨어지지만 마음은 늘 다연회에 있을 것이라 여깁니다.
시외에서 가지는 오랜만의 다회라 참석인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참석하신 다우님은,
청원님과 친구분, 헤세드님과 지인 두 분, 대구에서 아하컴님과 두 분과 오랜만에 포항에서 클로버님이 참석하셨고
산수유꽃님, 박가이버님, 혜원님, 백공님, 감시우님과 저까지 모두 열다섯 분이 다회에 함께 했습니다.
이번 아사가 노차 다회에 참석하지 못한 다우님이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새로 지어서 오픈한 아사가차관입니다.
다원, 찻집이라 이름하지 않고 茶館이라고 쓰는 경우는 참 드뭅니다.
다만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건 주메뉴를 전통차와 커피라고 간판을 쓰는 점입니다.
차나 커피나 대중적인 음료인데 차는 왜 '전통'이 붙어야 하며 커피 없이 차 전문점이 유지될 수 없냐는 겁니다.
차 전문점은 대부분 대용차를 위주로 전통찻집이라 이름하여 이 시대의 주류에서 밀려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커피보다 홍차 유통량이 더 많은 데도 우리나라에서 잎차는 특별한 사람들이 마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사가 차관의 일층입니다.
커피를 찾는 분들이 많아서 일층은 식사를 겸해 다용도 공간으로 배려한 듯 합니다.
다목적 공간이라 분위기는 좀 애매해서 오히려 차관의 특성을 흩어 버린듯 하여 아쉽습니다.
다회에서 차를 마시기 전에 배를 채우기에는 아주 좋은 메뉴입니다.
놋그릇에 담아 나온 정갈하고 맛깔스런 비빔밥,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밥은 정성이 들어야만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채우게 되지요.
우리 다연회 다우님들은 대부분 아사가에 첫나들이 입니다.
규모에서나 분위기로나 그동안 접했던 차 마시는 장소와 비교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茶館은 중국에서는 흔한 차 전문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아사가만 쓰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점심을 먹고 이층에 있는 차를 마시는 전용공간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방이 두 개, 마루 공간이 한 곳이 있고 스무 명 이상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차를 마시게 되겠죠?
이층에서 보이는 정경입니다.
황룡사 구층목탑을 본 따서 만든 중도타워와 목탑의 이미지를 비워서 지은 경주타워가 보입니다.
아직 두 군데 다 가보지 않았는데 올해 안으로 꼭 가봐야겠습니다.
이제 김이정 아사가차관 원장님을 팽주로 모시고 차를 마십니다.
김이정 원장님은 올해로 제3회 경주세계차문화축제를 주관해 오고 있습니다.
아직 한번도 참석하지 못했는데 우리 다우님 중에는 참석하신 분이 있으시지요.
김 원장님은 소담한 체구지만 경주에서 우리나라의 차문화의 한축을 잡아나가고 있는 분입니다.
매월 두 번 정기적으로 열리는 아사가 다회는 노차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정평있는 찻자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이차를 마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노차에 대한 환상이 아사가 다회에서는 늘 지금입니다.
첫차는 우리 발효차로 만든 황차입니다.
김 원장님은 보이차를 중심으로 차관을 운영하다보니 우리차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꼭 다회의 첫차는 우리차로 낸다고 합니다.
우리 다인들의 우리차에 대한 관심...저도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차나무는 소엽종, 중엽종, 대엽종이 있어서 그에 맞는 특성을 살려서 녹차, 발효차, 보이차를 만듭니다.
우리나라의 차나무는 거의 소엽종이라 녹차를 만들기에 적합하지만 발효차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사가에서 내는 발효차는 우리나라 찻잎으로 만든 괜찮은 점수를 줄 수 있는 향미를 지녔다고 합니다.
우리 황차를 마시고 나서 침향을 맡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향을 즐기는 것도 차 이상의 취미인데 그 끝이 침향이라고 하지요.
저는 아직 관심이 없어서 아마 처음 침향의 향기를 맡아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제 차를 바꾸어 노오룡차, 90년대 철관음을 마시게 됩니다.
청차도 후발효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노차를 가끔 마실 기회가 있는데 보이차 못지 않은 풍미를 음미할 수 있습니다.
청차를 보관하면서 홍배를 지속적으로 하기도 하고 습기를 조심하면서 그대로 오래 묵힌 차도 있답니다.
홍배를 계속한 경우에는 구수한 향이 있지만 깊은맛이 덜하다고 합니다.
오늘 마신 노오룡은 홍배를 한번만 하고 묵힌 차입니다.
보이노차에서 맛 볼 수 없는 노오룡차의 풍미를 음미하는 특별한 기회라 하겠습니다.
차를 마시고 있는데 차꽃으로 만든 화차를 김 원장님께 선물로 전해 주고 갑니다.
차꽃을 예쁘게 담아서 가져온 선물을 김 원장님이 몇 그램이 될런지 퀴즈를 내었다.
다우들이 돌아가면서 무게를 얘기했는데 청원님이 350g이라고 답을 맞춰서 당첨~~~
노차를 마시는 특별한 재미는 아주 진하게 우려낸 깊은 맛을 즐기는데 있지요.
80년대 노산차, 홍인, 7542로 세 종류를 아사가에서 준비를 했습니다.
80년대면 거의 30년의 진기를 가진 노차인데 문제는 제대로 나이를 먹은 차라야 珍香을 음미할 수 있습니다.
오늘 마신80년대 홍인,
차칼로 조심조심 뜯어내지 않고 부러뜨려서 차를 냅니다.
묵힌 노차는 보관과정에서 병면의 겉과 속이 익어가는 상태가 다르므로 병의 단면을 다 써서 우려야 한답니다.
80년대 홍인을 저울로 28g을 계량했습니다.
보통 서너명이 마실 때 쓰는 차의 분량은 5g 내외인데 20g이면 될 것을 거의 30g입니다.
귀한 차일수록 넉넉한 양을 내는 것이 통례입니다.
이 정도로 차를 내면 간장색에 가까운 탕색이지요.
진하게 우려도 독하다거나 거북하지 않은 향미를 내줘야 잘 보관된 노차의 품격이 드러납니다.
80년대 차를 세 종류나 30g씩 차를 썼으니 굳이 차값을 따지자면 파격입니다.
팽주의 마음이 어떠냐에 따라 찻자리의 만족함이 달라집니다.
차를 아끼기보다 함께 마시는 사람을 배려하는 김 원장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우리 다우님 한 분이 귀한 차를 너무 많이 쓴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ㅎㅎㅎ
80년대 7542를 마시고 찻자리를 마무리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노산차, 홍인, 7542 순으로 맛이 좋았는데 다우님들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보이차의 취향은 사람마다 달라서 우열을 따지기 보다 취향을 존중해야 하지요.
귀한 차를 아낌없이 내어주신 아사가의 김 원장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찻자리의 말미에 완전히 부서진 자사호를 수리한 애기를 하십니다.
수리비만 백만원 이상 들어갔다고 하는데 얼마나 귀한 호이길래...
다구를 다룰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하는데 호를 감상할 때는 팔꿈치를 탁자에 붙이고 들어야 한답니다.
호를 다른 사람에게 옮겨갈 때도 손에서 손으로 옮기면 안 됩니다.
호를 감상한 사람은 탁자에 놓아서 다시 다른 사람이 호를 들어서 봅니다.
그릇은 떨어 뜨리면 깨질 수밖에 없으니 항상 조심해야 하지요.
김 원장님이 노차를 세차하는 방법,
차를 넣은 호에 물을 천천히 부어서 이물질을 흘려 보내도록 합니다.
첫포를 따루어 내면 찻물에 우러난 아까운 향미를 생각해서 이 방법을 쓴다고 하네요.
아사가에서 가진 다연회 11월 다회,
만추의 귀한 시간을 내어 참석해 주신 다우님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일정이 겹쳐서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던 다우님들께 후기로 아쉬움을 덜기를 바랍니다.
아사가 다회는 매월 두차례 찻자리를 가지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서 참석하면 되겠습니다.
다연회 다회를 위해 애써 주신 김이정 원장님과 저의 다우이신 달구지님께 다시한번 고맙다는 말씀 전합니다.
다연회 12월 다회는 송년의 자리로 재미있게 진행했으면 합니다.
우리 다우님들 일정을 잘 정리해서 한분도 빠짐없이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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