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단독주택 양산 심한재

心閑齋, 한옥의 전통을 잇는 사랑채를 들이다-‘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心閑齋이야기 5

무설자 2018. 5. 28. 14:53
728x90

 

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心閑齋이야기 5

 心閑齋, 한옥의 전통을 잇는 사랑채를 들이다

 

 

심한재 공사가 준공이 기약 없이 늘어지니 건축주는 속이 탄다. 시공자가 정성을 다해 짓느라 늦어지는 공기를 독촉할 수 없지 않는가. 평생 살 집을 짓는데 몇 달 늦어지는 것이 대수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건축주는 미리 잡아둔 이사 계획이 복잡해졌다.

 

집을 세 채 짓고 저승에 가면 무조건 천당행이라는 얘기가 있다. 집을 짓는 일이 얼마나 힘 들고 어려운 일이기에 지옥체험이라는 비유를 드는 것일까? 심한재 건축주는 공기가 늘어진 것 말고는 그다지 힘든 일은 겪지 않았으니 전생에 공덕을 많이 쌓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유월 중에는 준공검사를 받을 수 있겠지만 외부 공간 공사는 건축주가 직접 해야 하므로 실제 준공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설계자가 기다리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만큼의 마무리는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할 듯하다.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었지만 외부공사가 남아서 사용검사 신청이 늦어져 애를 태우고 있다

 

한옥의 전통을 이어짓는 두 번째 컨텐츠

 

심한재를 이 시대의 한옥으로 짓는 첫 번째 컨텐츠를 눈으로 볼 수 있는 한실韓室을 들어 얘기를 꺼냈다. 겨우 방 하나를 한실로 꾸몄다고 이 시대의 한옥이라는 근거로 삼는다면 침소봉대라 하겠다. 요즘 유행처럼 짓고 있는 전통한옥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할지 모르겠다.

 

조선시대의 목조한옥의 외형을 복제해서 지은 집을 우리시대의 한옥이라 부를 수는 없다고 본다. 전통을 이어 짓는 이 시대의 한옥이라면 외관보다 조상이 지었던 옛집에 관한 지혜를 담은 집이라야 할 것이다. 형태의 모방이 아니라 이 시대의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으로 전통을 이어서 짓는 다양한 시도가 많으면 좋겠다.

 

내가 시도하는 이 시대 한옥의 두 번째 컨텐츠는 사랑채의 복원이다. 반가班家라면 사랑채와 안채가 분리되어 있는 건 당연하다. 사랑채에는 연중무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손님이 끊이지 않아야 집의 기운이 살아 있는 집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시대의 집인 아파트는 손님이 들지 않으니 집의 기운이 정체되어 있다고 보면 어떨까 싶다.

 

 

아파트에 없는 것, 단독주택에는 있다

 

아파트는 손님을 배려하는 공간이 아예 무시하고 설계된 집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사랑방을 현관입구에 배치하는 등의 손님을 배려하는 평면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파트는 큰 박스 안에서 일어나는 한정된 동선 경로에서 가족 이외의 사람은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없다.

 

언제부터인지 아파트에는 손님이 들지 않게 되었고 이제는 식구들만 사는 집이 되었다. 부모가 자식의 집을 찾아가도, 출가한 자식이 부모를 찾아와도 하룻밤을 지내기가 편치 않다. 손주들이 찾아오면 반갑고 돌아가면 더 반갑다는 광고의 카피는 삼세대가 함께 살기 어려운 이 시대 가족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가족이지만 함께 살지 않으면 손님이 되는 부모자식 마저 지내기가 불편한 집이 아파트이다. 특히 부모의 입장에서 사위와 며느리는 늘 가까이 두고 싶지만 하룻밤을 같이 머무르기가 편지 않은 이 시대의 주거가 한탄스럽다. 자식이 부모와 지내기가 불편한 집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주가 친하기가 어렵다.

 

아파트에서는 삼세대가 편히 지내기가 어려우니 단독주택에서는 가능하도록 할 수 있을까? 아파트에서는 가능하기 어려운 삼세대가 하나 되어 지낼 수 있는 지혜는 옛집에서 찾을 수 있다. 손님이 아무리 들어도 안채의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았던 사랑채를 이 시대의 집에 들이면 어떨까?

 

 

심한재의 거실동을 사랑채로 두어 식구 중의 누구라도 마음 편히 손님을 초대하더라도 다른 식구들의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했다.

 

 

 

심한재의 사랑채 역할을 하는 거실, 손님이 편히 머물 수 있으니

 

심한재에는 조선시대 반가의 안채에 해당하는 침실동이 두 층으로 되어있다. 일층에는 주인 침실과 한실이 있고 이층에는 아이들 방에서 후에 객실로 쓰일 방 두 개와 가족실이 있다. 사랑채 역할인 거실동은 계단실인 중앙홀을 사이에 두고 침실동과 떨어져 있고 계단으로 동선은 이어진다.

 

거실동은 중앙홀에서 침실동의 일층과 이층 사이에 중층에 있으므로 손님과 주인의 동선이 중앙홀에서 구분된다. 손님은 거실에서 반층을 올라 객실로 가고, 주인은 반층을 내려간 자리에 있으므로 손님의 영역이 편안하게 확보된다. 하룻밤을 머무르기 어려운 아파트와 달리 며칠을 지내도 편하게 지낼 수 있다.

 

단독주택을 소유하는 연령대는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는 장년층이다. 나이가 더 들수록 행동반경은 좁아지게 되므로 찾아오는 손님이 많을수록 덜 외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손님에 대한 배려가 잘 되어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 집이라면 노년기의 삶에서는 이보다 더 복된 삶이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기다리는 손님은 아마도 자식이 될 것이다. 특히 며느리와 사위가 기꺼이 찾아주는 집이라면 손주와 어울려 살 수 있는 노후가 되지 않겠는가?

 

사랑채와 객실이 편안해서 손님이 자주 드는 집, 옛 조상들이 가장 염두에 두었던 집의 얼개이다. 아파트에서 살아온 50 여년의 우리네 주거생활은 오순도순 살았던 삼 세대 가구에서 고독한 삶인 일 인 가구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마주보고 밥을 먹는 식구食口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삶을 오래 하고 싶은 건 누구나 바라지 않겠는가?

 

집에서 바라다보는 원경, 오른편은 낙동강이고 왼편은 편안해보이는 산이 있다

 

심한재 배면, 침실동의 일층, 계단실과 주방에서 뒷뜰로 바로 드나들 수 있다

 

손님이 들어야 생기가 넘친다고 하는 건 끊임없이 샘솟는 물이고 가족들마저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운 집은 고여 있는 물과 같다. 손님이 들 수 있는 집, 손님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집, 손님이 다시 찾아오고 싶은 집은 옛집의 사랑채에서 원형을 찾을 수 있다. 심한재가 준공이 되면 내가 손님이 되어 하룻밤을 머무르며 얼마나 편한지 느끼고 싶다.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kahn777@hanmail.net

전화:051-626-6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