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心閑齋이야기 6
심한재心閑齋, 마당으로 '우리집'을 말한다
-한옥은 마당, 일본집은 정원, 중국집은 중정
건물부분 공사는 거의 다 되었으나 조경 등주변공사는 건축주가 천천히 마무리하기로 해서 새집이 생경스러워 보인다
온전히 모습을 갖춘 심한재心閑齋라는 당호의 집이 세상에 드러났다. 심한재를 옷 입은 모습에 비유해 보면 넥타이를 매지 않은 편안한 정장을 한 모습이라고 할까? 다르게 보면 이른 봄에 하얀 셔츠에 화사한 스웨트를 걸친 캐주얼 복장 같기도 하다. 자연 속에 담긴 집이라 편안하게 캐주얼을 입은 모습이라고 보는 것이 좋겠다.
아직 마당과 연못이 있는 작은 정원, 뒷마당 등의 집 주변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매화나무는 원동면에 꼭 심어야 해서 규정대로 식재를 했다. 연못과 대문, 외부 공간 포장 등 소소한 공사는 건축주가 직접 하기로 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점은 예정하기 어렵겠다. 주변 공사가 잘 되어야 집이 돋보이게 되는데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기다려볼 수밖에 없다.
여유가 있는 공사비로 집을 짓는 입장이 아니라서 부대공사는 건축주가 손수 끝내기로 한 것이다. 내 집을 내 손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밀양에 지은 이안당도 시공자 사정으로 마무리를 건축주가 직접 할 수밖에 없었다. 손수 마무리 공사를 끝낸 건축주는 앞 선 공사에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어서 괜찮았다고 했다.
기능을 가진 마당을 쓰는 유일한 나라, ‘우리집’인 ‘한옥’
집 밖에 딸린 외부공간을 살펴보자면 마당, 정원, 뜰이 있다. 마당과 정원은 뚜렷한 차이를 두지만 뜰은 마당과 정원의 사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마당을 쓰는 주거문화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시피 하고 정원이 발달된 나라는 일본이다. 중국의 옛집은 중정을 중심으로 디귿자내지 미음자로 집이 둘러싸고 있어 우리 한옥과는 차이가 있다.
중정이 있는 중국의 고택과 달리 우리 한옥은 터 가운데 집이 앉고 내부공간의 기능에 대응하는 여러 마당들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다. 사랑채에는 사랑마당, 정지에는 장독대와 텃밭 등이 있는 정지마당, 안채에는 안마당이 등이 있다. 각 영역마다 내부공간에 대응하는 외부공간이 서로 관계 맺기를 하고 있다.
마당은 비워져 있어 내부공간에서 해야 할 기능에 덧붙여 행하게 된다. 한옥에서 마당의 역할은 연계된 내부공간의 성격에 맞춰서 주어지게 된다. 사랑마당은 사랑채의 기능에 맞춰 손님을 맞이하고 교유하는 집 밖과의 전이공간이 된다. 안마당은 안채의 다양한 일을 담아내고 정지마당은 식생활에 필요한 장독대, 빨래터 등의 작업공간이 될 것이다.
일본의 고택의 외부공간은 마당이 아닌 정원
한옥에서 여러 가지 성격의 마당은 비워져 있어서 필요한 기능을 그 자리에서 행할 수 있다. 일본의 고택은 한옥의 마당을 대신하는 정원이 있다. 일본은 위도로 보면 우리나라보다 따뜻한 기후환경이지만 집의 얼개는 내부공간이 패쇄적이다. 현관을 통해 집으로 들어가서 복도가 방풍실이 되고 방은 그 안에 있다.
한옥에서는 현관이 따로 있을 수 없이 외부와 내부는 개방적으로 이어진다. 마루문화가 일본보다 훨씬 발달되어 있다. 대청마루, 정지마루. 사랑마루와 툇마루까지 외부공간과 이어지는 완충공간이라 할 수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바닥난방 방식을 가졌기에 한옥은 방마다 외부로 열리는 출입구를 가질 수 있었다.
건물이 가운데 앉고 방마다 외부공간으로 출입이 가능한 건 온돌난방 덕택이라 하겠다. 같은 좌식주거 문화권이라고 해도 바닥 난방이 없는 일본은 방한防寒 때문에 폐쇄적인 평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내부에서 주거생활기능을 해결했기에 외부공간은 마당이 아닌 정원으로 발달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중국의 고택은 중정
일본과 한국이 좌식 주거 생활을 하지만 중국은 입식 주거 생활을 한다. 마당에서 방으로 직접 출입을 하는 건 한국과 비슷하지만 건물이 디귿자내지 미음자로 되어 있어 가운데 마당을 두는 중정방식이다. 중국 고택의 중정은 건물의 내부공간으로 동선을 수용하는 기능이 우선이라 우리의 마당과는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한옥과 중국의 고택은 비워진 마당을 쓰는 건 같지만 그 활용도에서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옥은 건물이 터의 가운데에 앉고 내부공간의 성격에 따라 부속된 외부공간을 거느린다. 반면에 중국의 고택은 중정을 중심으로 각 실들이 배치되는 형국이니 정반대의 개념을 보여준다.
입식주거문화권인 중국은 실내난방이 따로 없지만 겉옷과 신발을 벗지 않고 생활하기에 외부로 직접 출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한옥처럼 외부를 향해 개방적인 마루문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의 고택은 중정을 향해서는 열려있지만 담장이 없이 건물의 외벽 역할을 하기에 집은 극히 폐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의 한옥이 주목해야 할 외부공간인 마당
요즘 지어지는 단독주택을 보면 마당에 대한 깊은 사려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주거문화의 특징인 마당은 비워진 공간에 기능이 담길 수 있어야 한다. 우리집에서 마당에 대한 깊은 사려는 은 내부공간과 지극한 관계맺기를 해야한다. 건물을 터의 한쪽으로 붙이고 나머지 외부공간에 잔디를 심고 마당이라고 한다.
아파트 평면을 변형시켜 집의 내부공간을 구성하면 생활의 중심이 실내에서 그치게 된다. 내부공간과 관계맺기가 되어 있지 않은 외부공간은 쓰임새에서 고립되고 만다. 잔디 깔린 큰 마당은 기능이 담기지 않아서 관리 부담만 늘어날 뿐이다. 잔디관리가 얼마나 어렵고 힘 드는지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다.
내부공간과의 관계 맺기를 한 여러 종류의 마당이 다양하게 쓸 수 있을 때 아파트와 다른 단독주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목조로 지은 조선시대의 집을 형태로 복제해서는 이 시대의 한옥이라고 할 수 없다. 조상들의 집에 대한 얼을 이 시대의 집으로 옮겨내어 이어가야만 우리나라 사람이 사는 ‘우리집’이며 ‘이 시대의 한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단독주택을 짓는데 관여하는 분들이 ‘우리집’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마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잔디 깔린 넓은 외부공간을 마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
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kahn777@hanmail.net
전화: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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