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512
그야말로 다반사-대평통보 시음기
일 없는 일 차 마시기,
내 일상의 여백은 차 마시기이다.
내 직업인 건축사로서 설계 작업을 하거나 사무실을 찾아오는 손님과 만날 때도 차가 늘 함께 한다.
올해 사무실의 환경이 바뀌면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기가 어려워졌다.
손님이 오시면 표일배와 머그잔으로 차를 낸다.
오후즈음 혼자 차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지면 자사호로 차를 우려 마신다.
손님께 차를 낼 때는 숙차나 육보차, 혼자 차를 마시게 되면 생차를 마시게 된다.
차맛에 익숙치 않는 분은 생차보다 발효차를 좋아한다.
차를 마시지 않는 분들에게는 차의 약리적인 얘기를 차를 내며 곁들이는데 대부분 건강과 관련해서 관심을 가진다.
친구와 공동으로 사무실을 경영하면서 접견실을 따로 두고 편리하게 차를 우릴 수 있도록 한쪽에 차코너를 만들었습니다.
보온포트와 표일배 두개면 접대용 다구는 해결이 되고 선반에는 숙차, 생차용 자사호를 두었습니다.
테이블에는 컴펙트 사이즈의 차기정 장인의 옻칠목다선을 놓으니 일상의 차 마실 준비는 완료되었습니다.
여기에서는 하루에 한번도 혼자 차 마실 시간을 내기가 어렵지만 차차 여유를 만드려고 합니다.
차를 마시는 시간은 글의 쉼표와 같으므로 일상에도 리듬이 있어야 몸도 마음도 쉬어갈 수 있습니다.
새 사무실로 옮기면서부터 10년 이상된 생차와 고수차를 자주 마시게 됩니다.
오늘은 대평보이의 대평통보를 우립니다.
대평차는 순료 고수차를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귀한 차지요.
싸게 좋은 차를 구하기는 어렵지만 좋은 차를 싸게 마실 수 있다는 나의 지론을 대평차에서 찾게됩니다.
대평통보는 200g 소병으로 만들어 곁에 두고 뜯어내어 우리기도 좋네요.
한통을 구입하여 나누기도 부담이 없으니 100g보다 200g 소병이 긴압단위로는 적당한 것 같습니다.
긴압도도 적당해서 풀어내어 잎을 손상시키지 않고 차를 우릴 수 있습니다.
고수차는 오래 묵혀서 마시는 차라기 보다 고수차향을 즐기면서 지금 마시는 것이 더 좋더군요.
묵히면 묵히는대로 향은 좀 날아가지만 차맛이 깊어지니 시간을 두고 마셔도 좋고요.
대엽종이 쓰고 떫은 맛 때문에 오래 묵혀서 마신다는 말은 고수차에는 적용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약 3g 정도 되려나...잎을 살살 풀어내어 짧은 세차후에 우려냈습니다.
뜨거운 물을 부으니 고수차향이 코끝을 기분좋게 하네요.
연노랑의 맑고 투명한 탕색이 맛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합니다.
차를 마시니 입안에 그득하게 담기는 농밀함이 물에 잘 우려난 차성분을 느끼게 합니다.
다른 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입 안에 꽉 차는 느낌에 쓴맛보다 구수한 숭늉같은 편안함이 다가옵니다.
'맛 있네~'라는 좋은 느낌이 차를 우린 만족감으로 포만한 기분이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빙도? 노반장? 석귀? 등으로 유명한 차도 좋겠지만 이 정도면 더 좋은 차를 구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사무실에서 혼자 차를 우리면서 '음~~이 맛이야'를 연발하는 재미에 차를 마시는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차맛을 디테일하게 나누어 표현하는 재주가 없어....차 한 잔 드셔보지요?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ㅎㅎㅎ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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