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창(窓), 불이 켜져야 빛나는 존재-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7

무설자 2015. 4. 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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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7

창(窓), 불이 켜져야 빛나는 존재

 

창窓의 존재 의미를 생각해 보자. 창은 실내 공간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환기, 채광, 일조, 조망의 목적으로 외벽을 뚫어내어 설치한다. 그다음으로는 예쁜 집을 만들기 위해, 즉 아름다운 외관을 디자인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래서 건축물의 창은 사람 얼굴로 보자면 눈에 해당되니 안에서 밖을 보는 기능보다 외관을 꾸미는 디자인 요소로 우선시되는 것이 보통이다.

 

창을 만들 때 우선순위를 따져보면 당연히 기능적인 부분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설계자의 디자인 의도를 따라 외관을 구성하는 요소로 쓰이고 만다. 그러다 보니 전면을 모두 창으로 내기도 하고 동, 서쪽 벽에 큰 창을 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너무 넓은 창은 여름 햇볕을 감당하기 어렵고 적당하게 창을 두어 아늑한 실내 공간을 확보하는 건 설계 당시에는 생각밖에 있다. 

 

주택을 가족들의 행복한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보면 모양새보다 쓰임새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창을 외관을 만드는 데에 신경을 쓴다면 보기에 좋은 그릇으로 치우치고 만다. 쓰임새에 맞지 않고 모양새만 그럴듯한 그릇을 보자.  처음에 몇 번은 쓰겠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장식장이나 진열장으로 들어가 버리지 않던가?

주택을 가족들의 행복한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보면
모양새보다 쓰임새에 더 비중을 두고 설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 설계 경남 양산 심한재-불이 켜지면 더 돋보이는 집

집 앞에 멋진 경치가 있다면 조망을 즐기기 위해서 큰 창을 필요로 할 것이다. 만약에 남쪽 창을 크게 내야 한다면 여름의 햇볕을 어떻게 가릴 것이냐를 꼭 따져야 한다. 동서 측에 조망창을 크게 내고 싶더라도 아침저녁의 일사각이 낮은 사계절 햇볕을 감당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북쪽 창으로 들어오는 빛은 무겁고 차가우므로 되도록 적은 창으로 내는 것이 좋다. 

 

천정에서 바닥까지 내려오는 통창과 눈높이를 고려해야 하는 수평 창, 환기를 고려해서 고창으로 내야 하는 경우도 잘 생각해서 선택해야 한다. 맞통풍을 고려해서 창을 내지 않으면 환기는 물론 얼굴을 스치는 바람결도 포기해야 한다. 여닫는 방법에 의해서도 집을 쓰는 쾌적함이 달라지니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집에서 공용공간인 거실과 식당 등은 창을 크게 내어 외부로 확장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 좋다. 차경借景이라 부르는 외부의 경관을 실내로 끌어들이는 효과는 집을 크게 쓰는 지혜가 된다. 반면에 침실은 안락한 휴식을 위해서 너무 큰 창을 내는 건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일이다.

창은 남향으로는 큰 창을 내고 동서 향은 아침저녁으로 드는 깊은 햇살을 고려하고
북향은 환기창 정도로만 내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창은 뭐라 해도 밤에 불이 켜질 때를 보아야 한다. 아무리 크고 아름다운 집일지라도 불이 켜지지 않으면 생명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작고 볼품없는 집일지라도 어둠이 깔리기 전에 창마다 불이 켜져서 식구들을 반기는 장면보다 아름다운 그림이 있을까?

 


 

어떤 집이라도 밤에 불빛을 담아내는 창이라야 식구들의 삶도 빛나는 것이다. 어둑해지는 저녁 시간이면 창에 켜진 불은 귀가하는 식구들에게 등댓불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이슥한 밤 시간에 마당에 나가 집 안을 바라보니 아이들의 방에 불이 밝혀져 있고 책을 읽는 소리가 들린다면 그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김 정 관

건축사 / 수필가

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Email : kahn777@hanmail.net

tel : 051-626-6261

 

도서출판담디 E-MAGAGINE  70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