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8
집 이전의 집, '우리집'이라는 사회성
보통 휴일을 집에서 보내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하루를 지내는 것일까? 한 주 동안 쌓인 먼지를 없애느라 집안 구석구석 털고 닦는 청소와 세탁 바구니에 가득 쌓여있는 빨랫감을 처리하는 게 우선 이리라. 그러고 나면 식구들이 기대하는 점심 식사가 주방에서 준비되느라 맛있는 냄새가 집 안 가득 퍼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친구를 초대해서 수다를 떨며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회포를 풀고 있는 집도 있겠다.
단독주택 설계를 계속하다 보니 요즘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휴일의 일상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아파트에서 지내는 일상은 다 그렇고 그럴 것이라는 생각에 궁금해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평일에는 아침밥을 먹지 않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주말이나 휴일에는 식구들이 식탁에 마주 앉지 않을까 싶지만 어떨지 모르겠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가족들을 위해 특식을 먹으면서 한 주 동안 있었던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손님은 고사하고 식구들의 주말 휴일 일상마저 궁금해할 일이 없다면 참 서글픈 우리네 삶의 자화상이 되어버린다. 아파트라서 그렇다는 체념 어린 얘기보다 집에서 행복해질 궁리를 해보면 어떨까.
집이라고 생각하면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
아파트에서는 하지 못하는 우리네 일상
집이라고 생각하면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 아파트에서는 하지 못하는 우리네 일상이다. 아파트에서 산다는 건 잠자고, 씻고, 옷 갈아입는 행위로 한정되어 버렸고 주방과 거실에서 해야 할 사회적 기능은 퇴화되어 가고 있다. 아파트에서는 집에서 이루어져야 할 사회적 기능이 카페나 술집, 음식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 이를 어째야 할까?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은 잃어버린 집의 사회적 기능을 되찾아 보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독주택의 얼개를 짤 때 사회적 공간인 거실과 주방, 식탁의 기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회적 기능을 살릴 수 있어야만 물리적인 집(house)이 아니라 정서적인 집(home)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련된 인테리어로 집 안을 꾸미고 고급 주방기구와 식탁, 값비싼 소파가 있다고 해서 식구들이 집에 머무르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녁 시간이 되어 식구들이 귀가를 서두르게 하는 건 아마도 맛있는 저녁밥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밥상머리에서 하루를 지낸 얘기를 나누면 절로 웃음꽃이 피어나게 되고 그 집에서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라는 의미를 알게 되지 않겠는가?
저녁 시간이 되어 귀가를 서두르게 하는 건
아마도 식구들과 함께 먹는 맛있는 저녁밥이 되지 않을까?
가족들은 귀갓길을 서두르는 집의 물리적인 공간 얼개를 떠올려보자. 거실과 식탁이 있는 주방이라는 사회적 공간이 독립되어 있고, 아이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방과 남편도 작으나마 자신의 서재가 있어야 한다. 개인적 공간과 공적 공간이 구분되어 있어야만 '우리집'이라는 기초단위의 사회성이 회복될 수 있다.
가족 중 누구의 손님이라 하더라도, 아무 때고 찾아올 수 있는 집, 손님과 식구들이 늦은 시간까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사회적 공간이 회복된 ‘우리집’이 된다. '내 집'이 아니라 '우리집'은 부부가 아니라 손주와 할아버지 할머니의 웃음이 담장을 넘는 집이다. 우리집은 가장 작은 사회로서 공동성이 살아있어야 일상의 에피소드가 생겨나 그로 인해 우리 사회도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행복이 샘솟아 나는 집, 식구들의 웃음이 담장을 넘는 집을 설계하는 내 일이 바로 행복을 짓는 일
건축사인 나에게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 찾아오는 분들께 사회성이 확보된 집이라야 우리 식구들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얘길 전해 준다. 내 얘기를 받아들여 개인의 공간과 사회적 공간이 잘 구분된 '우리집'을 지어서 살고 있는 분들이 그 집에서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이러니 나의 단독주택론이 바로 행복론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지금 설계하는 집도 행복이 샘솟는 집, 식구들의 웃음이 담장을 넘는 집이라고 감히 얘기해본다.
김 정 관
건축사 / 수필가
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Email : kahn777@hanmail.net
Tel : 051-626-6261
도서출판담디 E-MAGAGINE 71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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