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연회 창립9주년을 기념하고 세석평전님을 추모하는 다회 후기
그대 있었음에
-부민동 에피소드 인 커피 별실-
고 세석평전
벌써 11월이라 한해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다연회를 창립한지도 어언 9년이 되었습니다.
열세 분이 모여서 다연회를 시작했고 오늘 아홉돌을 맞는 이 자리에 그 열세 분을 다 모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 자리에 우리와 늘 함께 했어야 하는 다우님들은 언제든 기회가 닿으면 모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는 모실 수 없는 한 분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자리로 창립 아홉 돌의 다회로 진행할까 합니다.
늘 우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고 어른이셨던 그 분을 이름을 가만히 불러봅니다.
세석평전님....
가을이 깊은 어느 날 밤입니다.
바쁜 일정을 우선해서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열 다섯 분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특히 세석평전님과 특별한 교분을 가지신 세 분을 모시게 되어 이 자리의 의미를 더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습니다.
차를 마시기 전의 죽 한 그릇, 세석평전님도 에피소드인커피에서 다회를 가지면 이 호박죽을 참 좋아라했었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누군가를 떠 올리게 되는데 저는 호박죽을 먹을 때마다 그를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다우님들도 맛있게 드시니 이 죽을 준비해 준 에피소드인커피 주인장이 좋아라 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세석평전님과 각별한 인연을 가지신 세 분을 모셨습니다.
화가이신 한 분은 세석평전님의 가장 가까운 다우이셨고 그림에 대해서도 마음을 나누는 좋은 벗이었습니다.
친구인 두 분은 돌아가시기 전까지 벗으로서 다우로서 각별한 우정을 나누셔서 세석평전님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차를 즐기신 세석평전님의 추모다회를 위해 귀한 노차까지 준비해 오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진년 오룡과 광운공병, 이름만 들었을 뿐 마시기란 차덕을 쌓은 분만 가능하다는 그 차들입니다.
오늘 이 다회에 참석하신 다우님들은 전생에 덕을 많이 지으셨겠죠?
귀한 차를 마실 때는 이 정도 다식은 나와야 격이 맞겠죠?
세원님이 직접 정성껏 만들어 온 양갱입니다.
세원님은 우리 다연회와 8년을 같이 해 온 안방마님같은 다우님이십니다.
오늘 다회의 1부 순서, 창립 아홉돌을 기념하는 자축 케잌을 자르는 시간입니다.
창립 멤버는 저와 명공거사님만 참석했지만 이듬해부터 꾸준히 함께 해 주시는 청원님, 세원님 고맙습니다.
내년이면 십 주년, 그동안 모시지 못한 다연회 식구들을 다 모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상에 가득 차려진 그릇을 보니 생일잔치집이 맞는 것 같습니다.
열다섯 분께 차를 우려 드리려고 하니 무설자의 손이 정말 바쁩니다. ㅎㅎㅎ
맛있는 차를 저도 마셔야 하는데 차 우리느라 정신이 없어서 후기를 쓰는 지금 차맛은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
이제 1부 순서를 끝내고 세석평전님을 기리는 추모다회를 시작합니다.
먼저 세석평전께 올릴 차를 우립니다.
생전에 숙차를 드시지 않으셨지만 언젠가 제게 숙차를 한 잔 달라고 하셔서 이 차를 우려 드렸었습니다.
그 때, 이 차라면 한번씩 마실만 하다고 한 이 숙차는 세석평전님이 제게 나누어주셨던 것이었지요.
2006년 다연회 창립 이후 다회 사진을 세석평전님과의 추억을 엮어서 만든 영상을 다우님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순서가 지나고 세석평전님이 차와 함께 한 시간을 참석하신 분들이 돌아가면서 얘기하면서 그를 기렸습니다.
그는 차 뿐만 아니라 수석, 그림 등 문화 예술 일반에 대해서도 높은 식견과 지식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산 속에 버려진 절터를 찾아 무너진 탑신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물던 그의 모습은 수행자의 고독을 읽었답니다.
아끼시던 골동찻잔을 비단보자기에 싸서 홍인을 소장한 분께 올리던 그 정성은 그가 얼마나 차를 아끼던 사람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가 가진 차에 대한 안목과 해박한 지식을 혼자 듣기 아깝다며 책을 집필하기를 권하고 호수가 보이는 서재를 마련해 드렸지만 한번도 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며 고개를 떨구는 벗의 탄식이 마음을 아리게 했습니다.
다연회와 세석평전님,
그는 떠나고 없지만 다우님들과 오래오래 지켜갈 것입니다.
그가 없는 찻자리에서 그리울 때마다 눈을 감고 그를 떠올리며 가만히 그의 이름을 불러볼 뿐이겠지요.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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