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차 한 잔의 짧은 생각

물 한 병

무설자 2014. 9. 1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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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병

 

 

동생이 물 한 병을 가져왔습니다.

태백산 현불사에서 길어왔다고 합니다.

도인이 터를 잡아 절을 조성한 신령한 곳에서 솟아나는 물입니다.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찻잔으로 한잔씩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셨습니다.

귀한 자리에서 길어온 동생의 정성을 단숨에 들이키듯 마셔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그랬지요.

작은 잔에 부어서 한잔씩 마시노라니 물이 마음까지 적시는듯 싶었습니다.

 

물 한 잔이 때로는 비싼 술이나 귀한 차보다 더 중하게 다가오기도 하지요.

하긴 술도, 차도 그 바탕은 물이니 물이 더 중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물이라 해도 다 같은 물이 아닐 터 가려서 마시고 때를 알아 잘 마신다면 어떤 보약보다 이로울 테지요.

 

공기도 청정기로 걸러서 마시고 물도 정수기로 걸러 마시는 세상입니다.

청정지역과 오염지역으로 나누어진 세상이라서 숨쉬기도 먹기도 무섭습니다.

세상이 점점 오염지역으로 바뀌다보니 말하기도 듣기도 조심해서 해야 합니다.

 

청정한 산중에 도인이 터를 잡아 조성한 절에서 길어온 물을 마시며 마음도 살펴 봅니다.

물 한 잔에 귀를 씻고, 또 한 잔에 입을 씻으며 물 한 병으로 마음까지 씻어냅니다.

마지막 한 잔은 마시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뿌렸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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