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갑오년 정월 초하루, 통도사 극락암
통도사 극락암은 제게 아주 특별한 곳입니다.
이곳에서 저의 두번째 이름인 법명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에 계사인 경봉 스님께 원성이라는 이름과 오계를 받았습니다.
통도사 극락암이 제게는 또 하나의 고향과 같은 의미를 가진 장소랍니다.
그래서 새해 첫날은 꼭 친정을 찾듯이 가족들과 함께 찾아 갑니다.
경봉스님은 입적하고 계시지 않지만 영정 앞에 세배를 올립니다.
극락암은 차에 관해서도 특별한 곳입니다.
통도사 극락암은 고려의 선원 다법을 재현한 극락선차 삼소다회를 열고 있다고 합니다.
경봉 스님께서는 차가 귀하던 시절에도 사람들이 찾아오면
‘시자야, 차 한 잔 다려오너라’며 대중을 위해 아낌없이 차를 건네며 한 잔의 차에 선기를 담아 대중을 교화하셨다고 하네요
경봉 스님이 입적하신 때가 저는 대학3학년이었으니 스님의 차향은 맡아보지도 못했지요.
소박한 작은 암자였던 극락암이 지금은 중창불사로 큰 절 못지 않은 규모가 되어 갈 때마다 생소합니다.
그래도 계를 받았던 자리인 옛모습의 영월루와 법당이 건재하니 스님의 차 향기를 그곳에서 느껴봅니다.
차를 모르던 시절에 인연을 맺어 차를 즐기며 다연을 붙여서 의미를 찾아 봅니다.
해마다 극락암의 달력은 경봉 스님의 휘호로 만들어집니다.
올해는 '차'자로 표지를 삼아서 특히 정감이 가네요.
차를 건네며 제자를 기르고 대중을 교화하셨다는 경봉 스님을 생각해 봅니다.
선기를 나누는 매개체로 쓰였던 차,
저는 스님의 뜻을 받들어서 정을 나누는 매개체로 차를 건네며 살아가렵니다.
극락암 달력
영월루
삼소굴
영취산 정기를 담은 산정약수
영월루 내부
극락암 선원 전경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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