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마음이 담겨야 좋은 차

무설자 2013. 2. 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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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마음이 담겨야 좋은 차

 

 

마신지 20년, 그래도 아직 차맛을 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관에 찻잎을 넣고 물을 부어 우려서 찻잔에 따라 마신다'

이렇게 해서 차를 마시면 그만이지만 '차맛을 안다'고 하는 건 좀 다릅니다.

물 마시듯는 것이야 차와 입만 있으면 되지만 차를 제대로 마시기 위해서는 다른 게 더 필요합니다.

 

차를 알아야 하고 그릇을 알아야 하며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하지요.

중국에는 차 종류가 셀 수 없을만큼 많고, 그릇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그 많은 차와 그릇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만 제맛을 알 수 있겠지요.

가까이 하되 잘 알지 하면 사용하는 것이지 어우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꽤 오래 차를 마셨으나 차나 그릇을 알려고 하는 노력은 하지 않았습니다.

차를 구하기보다는 손에 들어오는대로 마시다보니 진지하게 차를 알 기회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보이차, 우롱차, 철관음 등으로 이름만 알았 이래서 좋고 저래서 괜찮은 지도 몰랐었지요.

 

그릇 또한 손에 잡히는 대로 주전자로 생겼으면 그 그릇에 차를 우렸고

잔으로 보이면 그 그릇에 차를 담아 마셨습니다.

중국차를 마신 지 그럭저럭 몇 년이 되었지만 변변한 자사호 하나 갖춘 게 없었습니다.

자사호 하나에는 한 종류의 차만 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릇이 차맛을 다르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차를 마시는 마음을 가진다는 건 마음을 다해 차를 대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마시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차를 찾아야 하며 어떻게 구했느냐에 따라 그 기대치도 달라집니다.

돈으로 사기 어려운 귀한 차를 조금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두어번실 양이니 한 번 우릴 때마다 마음이 설레고 차를 따르는 손이 떨리기까지 합니다.

 

마음이 설레고 손이 떨리는 차 자리, 그런 자리에서 차를 마시면 온전하게 차를 음미할 수 있습니다.

그런 자리에 같이 앉아서 차를 마실 수 있는 벗을  다우라고 부릅니다.

그냥 구할 수 있는 차, 아무 그릇에나 차를 우려서 마셨던 나의 차 생활이 달라졌습니다.

 

언제나 마음을 담아서 차를 마신 필요는 없겠지요.

물을 마시듯 편하게 마셔도 차를 마시는 것이지만 마음을 더하면 삶이 더 풍요로워집니다. 

좋은 것, 귀한 것의 의미가 차에서는 마음을 담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주지 않고는 받을 수 없다는 진리를 항상 생각하면서 살려 합니다.

좋은 차 한 잔은 돈을 주고 얻을 수 있기보다는 마음을 나눌 때 마실 수 있었습니다.

그 차 한 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벗, 주고 받는 거래가 끊어진 마음의 벗이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요?

좋은 차를 제대로 마시기 위한 노력이 나의 삶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제가 마음이 담겨야 좋은 차라고 하는 이유랍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