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다시는 보이차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
어느 노교수님은 차를 즐겨 마시는데 유독 보이차는 마시지 못하고 있다더군요
왜 하필 보이차만 마시지 못하고 있을까요?
그 분은 보이차를 선물로 받으면서 처음 마시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그 선물 받은 보이차는 년수가 아주 오래된 건창 노차였습니다.
그 차를 다 마시고나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노차만한 차를 다시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번 마시고나면 다시는 구하기가 어려운 차,
더구나 건창 노차는 아주 특별한 향미가 있어서 다른 차에 익숙해지기가 어렵지요
그래서 그 첫 보이차에 길들여진 교수님은 다른 보이차를 드시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후발효차인 보이차는 세월이 더해지면서 차마다 다른 향미를 가지게 됩니다
적당한 습도와 온도, 냄새가 없는 곳에서 잘 보관된 보이차는 세월만큼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후발효에 적합한 보관환경에서 수십년의 세월을 보낸 차를 만나기란 너무 어렵지요.
노교수님의 선물 받았던 보이차가 아마 그런 차였던 것 같았습니다
향미가 강하지 않아서 특별하게 어떤 차가 좋다며 가릴 필요없이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차가 보이차입니다
하지만 노차가 되면 사정이 달라져서 오직 한편 밖에 없기에 아무나 마실 수 없는 차이기도 하지요
그 교수님은 처음 마시게 된 보이차가 건창 보관된 귀한 노차였기에 다시는 구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입니다
한 편을 마시면서 그 차의 향미에 익숙해졌으니 다른 보이차를 마시기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노교수님은 단 한 편의 보이차와 진한 사랑으로 더 이상 다른 보이차를 만날 수 없게 된 셈입니다
그 노교수님과 보이차와의 조우는 행복한 것일까요?
보이차 한 편과 나눈 깊고 진한 향미의 기억을 오래 간직하시길 빕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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