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209
무상無常의 차, 보이차는?
보이차를 마시는 분들은 대부분 수십에서 수백 종류의 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만해도 백 종류가 넘는 차를 소장하고 있지요
아주 적은 양이지만 몇 십 년 묵은 차도 있고 작년에 만든 차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인연이 닿아서 돈을 주고 사기도 하고 그냥 얻기도 합니다
온전하게 포장지에 싸인 차도 있고 두세번 우릴 양이 봉투에 들어 있기도 합니다
가까이 두고 즐기는 차만해도 수십 종류이니 잊어 버리듯 보관하는 차는 그 몇배가 되겠지요
보이차는 시간과 공간을 담고 있는 차입니다
보이차는 후발효차라는 특성을 가져서 시간을 두고 계속 맛과 향이 변해가고 보관되는 장소에서 달라집니다
그래서 보이차는 무상無常의 차이며 무아無我의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장지는 같을지 모르지만 이 세상에 있는 보이차는 한편 한편이 다 다른 차입니다
그러기에 보이차를 만나는 건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차를 접하는 흥미진진한 이벤트가 됩니다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차를 불현듯 생각나서 열어보며 얻어내는 즐거움은 일상의 소확행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2009년에 구입했던 1998년산 생차를 열어서 마셔 봅니다
수장하고는 3년 동안 잊어먹고 있다가 오늘 차맛을 보게 됩니다
만든지 14년이 된 차이니 이제 묵은 차라 부르는 노차라고 해도 되겠지요?
탕색도 향미도 묵은 차라고 해도 될만 합니다
무상하므로 지난 시간과 보관되었던 공간에서 이렇게 깊은 맛을 내는 차가 되었습니다
무상하므로 앞으로도 시간과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해가면서 어떤 향미를 보여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이차는 포장지에 적힌 이름과 함께 나만의 차라는 특별한 이름을 또 가집니다
나만의 차인 보이차, 그래서 보이차는 다른 차와 다르게 즐기는 넓이와 깊이가 있습니다
무상無常하므로 무아無我라는 붓다의 가르침을 담아 나만의 즐거움을 차 한 잔에 담아 냅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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