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다연회 경자생 갑장다회

무설자 2012. 5. 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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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갑장다회

 

 

 

 

인연,

사전에 보면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분 또는 사람이 상황이나 일, 사물과 맺어지는 관계, 연분이나 관계를 맺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게 되는 동기라고 할까요?불교에서는 모든 만남을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합니다.어떤 사람과도 꼭 만나야 하는 사이로 맺어지게 된다고 하지요

 

어떤 만남은 악연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만남은 善緣일 수도 있습니다. 악연은 피하고 싶고 되도록 선연으로 만나고 싶겠지요.만나고 싶은 사람, 약속을 하고나면 그날이 기다려지는 그런 사람이 많길 바랄 것입니다. 그런 만남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름하여 '다연회 경자생 갑장 다회'입니다. 제 도반과 갑장인데 거의 40년 지기인 갑장이 있고 또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7명이나 됩니다.

 

기분 좋은 숫자 '7'로 만나게 된 갑장들, 찻자리의 인연이니 다회를 한번 해보자고 이전부터 이야기를 했더랬지요. 그래서 멍석을 폈는데 일곱명 중에 네명만 시간이 맞아졌습니다. 장소는 당연히 '에피소드인커피' 차실입니다. 차실의 정원은 8명이니 앞으로 한명만 더 멤버로 모실 수 있습니다. 차를 좋아하는 경자생 다우를 선착순 한분만 더 받습니다 ㅎㅎㅎ

 

 

 

 

 

제 도반 응관님, 다연회를 누구보다 아끼는 묵향님, 늦게 참여했지만 다회 날짜만 기다린다는 금은동님. 저까지 네 명이 퇴근 시간에 맞춰 저녁 7시에 다실에 집합이 되었습니다. 우선 카페에서 준비한 김밥과 샌드위치와 묵향님이 특별히 만들어 오신 쑥털털이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 '갑장들의 수다'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무설자가 준비한 차는 이 자리가 아니면 마실 수 없는 귀한 것입니다. 60년대 복전, 대충 진기 30년을 예측할 수 있는 황인과 올해 순료 노반장입니다. 60년대 복전은 출원을 알 수 없는 애지중지 모셔놓은 딱 한번 마실 수 있는 분량입니다. 진기 30년의 노차는 제 차멘토께서 하사하신 것을 아껴아껴 마시다 털이가 되는 양입니다. 그리고 순료 노반장은 동경당에서 올해 노반장 촌으로 가서 만들어 온 진짜 순 노반장입니다

 

갑장 다회가 아니면 내 놓을 수 없는 보물(?)들로 오늘 갑장들을 죽여줄까 합니다.ㅎㅎㅎ 노반장은 앞으로도 마실 수 있지만 복전과 황인은 오늘로서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는 역사적인 시간에 초대됨을 축하드린다는 농으로로 다우들이 낸 귀한 시간의 의미를 함께 나누어 보았습니다. 갑장들과 같이 앉기 위해 오늘이 준비된 것이라고 이렇게 귀한 차도 없어지지 않고 기다린 것인지 모른다고 억척을 부립니다.

 

 

 

 

誰與坐,

누구와 더불어 앉을 것인가?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참 귀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해가 다가도록 만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데 매달 다연회 찻자리에서 만나고 또 특별한 시간을 가지는 아주 특별한 사이로 앞에 앉는 것이지요. 우리 갑장 다우들은 이렇게 앉으니 아주 오랜 지기처럼 편하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렇다니까요 전생에 이렇게 만날 인연이미리 지어져 있었다니까요.

 

먼저 노반장을 우렸습니다. 마셔보기나 했을까요? 순료 노반장의 진정한 맛을 나누면서 팽주가 제일 좋아하는 말, "바로 이맛이야, 참 좋~네"를 거푸 내뱉습니다. 묵향 다우는 민들레를 생채로 먹는다고 하면서 노반장의 쓴맛의 포스를 뭉게 버립니다. "뭐, 달기만 하네." 그런데 응관 다우는 "쓴데쓴데"를 연이어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차맛은 정답이 없는가 봅니다.

 

노반장에 이어서 60년대 복전을 냅니다.우리 나이랑 비슷한 진기의 귀한 차입니다. 차맛에 탄복을 합니다. 차를 준비해서 팽주로 차를 우리는 내내 그냥 행복합니다. 몸에 땀이 후끈 한다느니 감기 몸살끼가 있는데 자고 일어나면 거뜬 하겠다느니 하면서 저를 즐겁게 했습니다. 저도 맛있고 다들 맛있다고 하니 이보다 더 행복한 자리가 있겠습니까?

 

복전을 한참 우리다가 오늘의 대장차인 30년 가량 진기의 홍인을 우립니다. 제가 보이차를 처음 접했던 시기에 모시게 된 차 멘토께서 귀한 차를 분질러 주시며 좋은 차의 맛을 제대로 기억하라던 말씀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 차를 아주 가끔 마시며 5년을 버텼는데 마지막 남은 것을 호에 넣었습니다. 노란색이 빠질 때까지 십수차례 차를 뽑았습니다. 이제 기억에만 남을 차가 되었지요.

 

차는 그렇게 마시면서 사는 이야기로 '隨茶'를 떱니다.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사는 이야기가 차에 담겨 차맛이 이렇게 더 좋게 다가옵니다. 술을 마시며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하면서 참 오랜 지기처럼 이야기가 끝이 없습니다. 참 도타운 인연이 만나는 자리입니다. 차실 바깥에는 이름을 알지 못하는 가로수의 흰꽃이 길을 밝히는데 봄밤의 차실은 살아온, 살아가는 애환과 정이 담긴 이야기로 따뜻해집니다.

 

이렇게 갑장들이 함께 한 찻자리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어떤 차면 또 어떻습니까?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한 자리에 앚을 수 있으면 그만입니다. 좋은 차는 값비싼 차가 아니라 정성으로 내는 차입니다. 차를 마시며 나누는 삶의 이야기 자리를 자주 만들어 보자며 아쉬운 자리를 파했습니다. 행복을 그림으로 그리는 건 어렵겠지만 이렇게 차 한 잔을 우려서 함께 즐거울 수 있으니 그 자리의 즐거움을 마음에 담아두고 살면서 색이 옅어지면 또 만나서 담아가면 될 것입니다. 함께 한 갑장 다우들 고맙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