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차는 나에게 이런 행복을 주고
차를 단순하게 목을 축이는 음료라는 이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거창하게 차에다 도道를 붙여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닌 정도의 의미로 생각해 봅니다.
차라는 자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붙이다보니 차를 가까이 하기에 어렵게 되어 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차가 고가의 상품이 되고 품을 위한 특별한 시료가 되기도 하며 그 차를 마시는 사람의 수준이 되기도 하지요.
‘얼마짜리 차입니까?
진기 몇 년, 어느 지역의 차라서 시가가 얼마지요.’하는 얘기는 좋은 차를 말하는 게 아니라 상품의 가치가 됩니다..
-이 차는 어떤 맛이 독특한 이런 저런 차잎을 병배해서 석모로 찍은 몇 년도 모모차창차입니다.
그 해에 차의 작황이 좋지 못한데다 날씨가 맑지 않아서 쇄청모차로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어렵고 그동안 이 차가 주로 보관된 곳이 어디인데 습창의 흔적을 이렇게 저렇게 볼 수밖에 없기에...’라는 대화가 오가면 실험시료 이야기하는 것 같지요.
-모 차창의 브랜드, 호급차, 인급차는 가격이 얼마가 되는데 그게 적정할까 아닐까?
차의 가격을 논하는 이야기에 집중되면 얼마짜리 차를 많이 가진 재산의 척도처럼 되어버려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비싼 차는 몇 천만원, 수억을 호가하기도 하는데 다인들의 관심 뿐 아니라 세간의 주목을 받아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주 행복한 주제를 가지고 있으니 그게 바로 차를 통해 알게 된 사람과의 인연입니다.
보이차를 마신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좋은 분들을 참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보이차를 매개로 해서 만나게 된 분들이 저의 삶을 이렇듯 여유롭고 풍성하게 해 줄지 몰랐습니다.
한달에 한번 다회의 만남도, 가끔 전화로 주고받는 차와 관련한 대화도 보통 즐거운 게 아닙니다.
차를 보내주시며 품차를 해보고 의견을 달라고 하는 분도 있어서 저를 당황하게 만드는 분도 있습니다.
사무실을 찾아주시며 소장하고 있는 차나 직접 만든 녹차를 가져다주시기도 합니다.
카페를 부지런히 드나들다보니 좋은 차를 선물 받는 기회를 가지기도 합니다.
선물로 받는 차는 한 편 밖에 없으니 더욱 소중하게 대하게 됩니다.
선물로 받은 차는 마실 때마다 주신 분을 떠올리며 차 한 잔의 의미를 음미하게 되지요.
서가에 책이 모이듯 차를 얹어 놓은 선반에도 차가 점점 채워져 갑니다.
그 차들 중에 한 편만 있는 차는 사연을 메모해 의미를 새겨 두었습니다.
차를 보며 사람을 떠올리고 차를 마시며 사람의 향기를 느끼고 차를 생각하면서 사람에 대한 그리움도 함께 합니다.
차를 마시는 자리의 정경처럼 아름다운 그림이 있을까요?
차담茶談은 좋은 음악처럼 마음을 안정되게 하니 차와 어우러지는 삶 속에는 공유되는 철학이 있습니다.
아직 차를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차와 함께 하는 일상이 마냥 즐겁습니다.
차와 더불어 알게되는 사람들은 다인이라는 공통분모로 오랜 지기처럼 편안해집니다.
여러분이 차 생활을 하는 관심사는 어떠하며 어떤 의미가 함께 하는지 궁금합니다. (2007, 10,21)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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