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말 없는 말

2012년 첫날에...

무설자 2012. 1. 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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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첫날은 항상 가족들과 통도사 극락암을 다녀옵니다

극락암은 제게는 정신적인 고향과 같습니다

1975년 여기서 경봉스님을 계사로 법명과 계를 받았으니 마음이 태어난 곳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지금은 큰 절이 되어있지만 그 때는 그야말로 암자였었지요

큰스님이 계시는 작은 암자...

이제는 큰 절에 옛 흔적을 담아 고향집에 오듯이 마음이 허해지면 찾는답니다

 

 

신년을 맞는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곳,

영축산의 신령스런 기운이 담겨 있는 듯 갈 때마다 마음에 그득하게 무엇을 담아 옵니다

멀리 병풍을 두른듯한 산봉우리와 가까이 소나무 숲이 여기가 신령스런 곳임을 말해 줍니다

 

 

저처럼 신년에 극락암을 찾는 사람들,

마음을 의지하기보다 마음을 다지고 가기를 바랍니다

원을 세우고...그 원을 다지는 자리가 도량이기에...

 

 

극락암은 너무 사람이 많아서 자장암으로 길을 돌려 잡습니다

극락암이 신령스러운 느낌이라면 자장암은 아주 편안한 곳입니다

그래서 옆집 가듯이 극락암 다음 코스로 꼭 들러게 됩니다

 

 

종교를 왜 믿는 것일까요?

아마도 바람(願)을 성취하기 위함이겠지요

바위에 새긴 부처님께, 작은 탑에도 의지하고 빕니다 

 

 

하늘과 나무, 바위도 의지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바위처럼 무겁게 마음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서 있는 나무처럼 당당하고 싶은 한해를 그려봅니다

 

 

그 하늘 아래

바위 위에

나무를 울 삼아 절이 있습니다

 

 

신령스런 큰산을 앞으로 마주하지만 소나무로 울을 삼으니 늘 편안한 암자를 만듭니다

더 커질 수 없지만 자장암이라는 이름에 딱 맞는 규모입니다

큰 산이 정원이 되는 작은 절...자장암에서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느려서 편안하고 작아서 늘 가고 싶은 자장암이 있어서 제게는 정말 다행입니다

 

올해는 큰 것을 이루려는 욕심을 마음 안에 감추어 두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무조건 이루어지게 해달라고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제가 하는 일들이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발원을 했습니다

 

행복하소서

행복하소서

우리의 일상이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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