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008
차를 수직으로 대하는가? 수평으로 마시는가?
차를 마시는 데에도 수직과 수평이 있다. 차에 무슨 수직과 수평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다인들과의 차를 마시면서 느끼는 정서를 살펴보니 이런 표현을 해보게 된다.
나처럼 30년 넘도록 차를 마셨지만 그냥 좋아서 가까이 할 뿐 어떤 선을 넘기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또 차 마시기를 마치 도 닦는 수련처럼 오랫동안 집중하면서 마시는 사람도 있다. 어떤 분은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유통하는 단계까지 세밀히 살피기도 한다.
나는 차를 어떤 잣대로 재가면서 마시는 정서가 아니라서 손에 닿는대로 마시고 있다. 하지만 공부를 하듯 차를 대하는 분들은 그가 설정한 기준에 의해 차를 평가해 내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그런 분을 만나게 되면 머리를 숙이고 배울까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 분들이 바로 차에 대해서는 윗분이 된다. 배우려는 마음을 드러내면 그 분들은 그동안 닦은 내공을 아끼지 않고 전수해 주려고 애쓴다. 그래서 요즘은 그 분들께 배운 것을 나보다 모르는 분이 있으면 나누어주느라 신이 난다.
차는 위아래가 없는데 차를 마시는 분들은 그 자리의 차별을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그런 분위기가 보이는 자리가 탐탁치않아 보일 때도 있다. 그 자리에 있다보면 내가 주로 마시는 차가 천대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차를 수직적인 기준을 두고 아래 위를 나누는 분위기에서는 차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어떤 분위기가 수직적인 찻자리일까? 예를 들면 노차를 마시는 분들이 숙차를 하위에 놓는 경우이다. 숙차는 숙차대로, 노차는 노차대로 나름의 자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분은 숙차를 무시하고 하대하는 경우가 있다.
차를 높으니 낮으니 할 수 없는데 그 높낮이를 정해놓고 갑론을박하니 안타깝다. 차를 많이 안다는 분들이 차를 자신의 기준으로 위치를 정하고 그 논리를 강요하는 건 온당치 않는 것 같다. 차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그 자리에서 마시는 차를 그대로 인정하며 즐겼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도 내가 좋아하는 숙차를 맛있게 마시니 얼마나 흡족한 지 모른다. 마른 차를 차호에 넣으니 풀어져 나오는 차의 향미, 좋은 차란 역시 지금 마시고 있는 이 차가 제일이라 하겠다. 차도, 사람도 높낮이를 두지 않아야 만남의 자리가 늘 평안하지 않은가?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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