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일상의 기적'을 행하는 어린 다우들이 찾아오니

무설자 2011. 2. 1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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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106

'일상의 기적'을 행하는 어린 다우들이 찾아오니

 

 

 

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중에서-

 

이 시에서 시인이 애틋하게 찾는 것은 무엇일까요?

허물없이 찾아갈 수 있는 친구를 두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그런 친구가 가까이 있어서 그냥 맘만 먹으면 불쑥 찾아가서 차 한잔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거지요

 

나이나 성별을 따지지 않고 만날 수 있는 친구를 둘 수 있는 매개체가 많이 있습니다

제게 있어서 그 매개체는  茶입니다

차를 마신다는 단서만 붙으면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일상에서 잔잔한 즐거움을 줍니다

 

그 만남은 주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해서 이루어집니다

인터넷으로 연결기에 언제든 어디에 있던 실시간으로 만남이 가능해져서 폭넓은 교유가 가능해집니다

茶라는 공유부분으로 만남을 가지게 되니 다른 조건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온라인으로 만나다가 인연이 되면 오프라인의 만남, 서로 얼굴을 보는 자리를 가지기도 합니다

처음 얼굴을 맞대는 자리지만 그동안의 온라인 교유를 통해서 이미 마음이 닿아있기에 금방 친숙한 자리가 됩니다

오프라인의 만남을 가지는 사이라면 온라인에서는 거의 매일 보는 사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다우가 저를 찾아 왔습니다

한 세대보다 훨씬 뒤로 간 나이, 고등학교 2학년인 18살의 어린 친구입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의 만남은 친구로서의 자리랍니다







인터넷 카페에서 매일 만나며  친해진 친구를 오늘 직접 만나게 된 것이랍니다

고등학생인 이 친구들이 커피가 아닌 차를 매일 마신다는 것은 참 희유한 일입니다

차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사무실로 초대를 했답니다

 

중학생일 때 선생님이 차와 인연을 맺게 해줘서 지금까지 커피보다는 차를 더 즐겨 마신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차를 잘 마시지 않다보니 용돈을 아껴 차를 구해 마시는 기특한 친구들입니다

마시던 차가 떨어지면 차를 구입할 때까지는 차를 마시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이 친구들이 온다고 하니 저처럼 차를 좋아하는 다우인 도반이 시간을 내서 찻자리에 왔습니다

호남성에서 흑차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다우도 마침 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도반은 그들을 위해서 아끼는 차와 찻잔도 선물로 준비해 왔습니다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다우는 어린 다우들을 위해서 차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줍니다

그 또한 제게는 자식 나이 또래지만 아주 가까운 다우입니다

이렇게 차를 매개체로 만나니 금방 화기애애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중학교 때 선생님과 차를 마신 이후로 이렇게 여러 종류의 차를 마시기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마셔온 몇 종류의 차 이외에는 생소한 그들에게 야생보이차와 숙차는 거의 처음 마시는 차라고 합니다

저도 숙차와 생차를 선물로 전하며 만날 때마다 차를 나누어 줄 것을 약속했습니다

 

시내 중심가에는 한 집 건너마다 있다시피한 원두커피 전문점처럼 차 전문점을 내고 싶다는 꿈을 얘기합니다

KBS에서 설특집으로 방영한 '일상의 기적, 차'라는 프로그램에서 얘기한대로 기적을 행하는 좋은 차를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이 어린 친구들도 즐기는 차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다반사로 마시게 될 날을 기다려봅니다

 

커피보다 좋다고 말하기 보다 커피처럼 즐겨도 좋을 차,

커피를 마시듯 차를 마신다면 건강을 위해서도 좋지만 차가 주는 더 큰 의미를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어린 다우들이 다녀간 제 사무실에 차향보다 더 아름다운 향기가 남았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