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인연으로 만나는 사람 그리고 차

무설자 2010. 3. 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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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014

인연으로 만나는 사람 그리고 차 

동경당님과 차 한 잔

 

 

 

그를 처음 만났을 때도 오래 만나왔던 사람처럼 푸근했었던 분이었습니다

이제는 知人이라고 해도 될만큼 친근함을 가지는 분이지만 늘 처음 만나는 신선함이 있습니다

차를 많이 아시지만 늘 겸손하게 찻자리를 만드니 뵙는 것이 편안합니다

 

그에게서 느끼는 푸근함이야 그 분의 인품이겠지만 차를 내는 겸손함은 아무나 가질 수 없습니다

차는 마시는 음료이니 누구나 좋아하는 기준을 다르게 가질 수 있지만 그가 내는 차는 늘 만족스럽습니다

물론 손님 대접이라 특별히 좋은 차를 준비하겠지만 차맛이란 그렇게 늘 좋을 수 만은 없지요

 

마음이야 매일 지나는 걸음처럼 찾아가고 싶지만 한 시간 거리라고 해도 부산에서 대구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 뵙는 것도 어려우니 마음처럼 그렇게 닿지 않는 것이 몸이지요

마침 대구에 갈 일이 생겼지만 사실은 그를 찾는 핑게를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마침 이 날이 차를 알고자 하는 분을 모셔서 공부를 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하필이면 오늘의 주제가 '숙차'라고 합니다

숙차를 공부한다니 참 겸손한 공부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숙차

누구나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차지만 숙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저도 특별히 숙차를 좋아해서 늘 마시고 나누지만 숙차로 공부를 한다고 하니 흥미가 생깁니다

 

숙차를 만드는 공정과 숙차에 대한 제반 지식을 친절하게 이야기해 줍니다

배우는 분도 격의없이 의문나는 점을 묻고 제 의견도 더해 봅니다

알고 마시면 한 맛을 더하는 것이 차입니다

 

 

질문 도중에 지난 것을 다시 묻는 분에게는 복습을 하기도 합니다

보이차 도감을 꺼내서 호號급, 인印급, 숫자數字급으로 나누어 보이차의 역사적 개요를 설명합니다

호급 보이차야 이제 그림으로만 볼 수 있지만 인급은 그가 소장한 차로 마실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인급 중에서 녹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熟茶의 원래 의미는 잘 익은 생차를 이르는 것이었지요

그렇지만 그 이름을 악퇴발효보이차에게 양보를 해서 이제는 오래된 보이차는 老茶라고 하지요

 

인급보이차를 몇 번 마셔보았지만 이런 맛은 처음 봅니다

농하게 우려나온 데다 오묘한 향기가 至味리고 할만 합니다

그 맛이 주는 깊이가 천천히 온 몸에 젖어듭니다

 

인급 보이차는 인연이 닿지 않으면 마실 수 없는 차지요

그래서 제 나이보다 많은 이런 차는 사람과의 인연으로만 만날 수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茶福은 결국 人福이라고 해야겠지요

  

 

아주 특이한 차를 보여줍니다

긴압된 보이차에 인삼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 차는 인삼에 있는 사포닌 성분이 상당량이 들어있다고 하는군요

 

나이도 꽤 먹은 차인데 세월을 보낸 장소가 나이값을 낮춘다고 합니다

인삼의 쌉쓰레한 맛과 향미가 비치는 특이한 보이차인데 참 안타깝게도 창미가 가치를 떨어뜨립니다

이렇게 동경당님을 찾아 뵈면 다양한 차를 마시며 茶緣을 맺을 수 있습니다

 

 

자정을 넘기면서 차를 마시며 공부하는 이 분들은 茶福이 많습니다

인터넷으로 맺은 인연이지만 人緣이 茶緣과 이어지지요

사는 곳은 천릿길이지만 온라인을 통해 마음만 있으면 늘 가까이 지낼 수 있습니다

 

복은 지어서 얻는 것입니다

차를 마시며 짧은 글이지만 자주 써서 올리고 글을 읽고 나서 부지런히 댓글의 공덕을 지으시길 바랍니다

동경당에 글과 댓글의 공덕을 지은 분 열여섯 분께 '93복전을 나눠 주셨습니다

 

좋은 분들과의 인연을 맺으시고 茶福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