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항아리에 숙차를 가득 채우고

무설자 2009. 4. 2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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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이야기 0929

항아리에 숙차를 가득 채우고 

 

 

 

저렇게 비워져서 들어왔던 항아리에 차가 가득 합니다

이 항아리에 들어있는 차는 모두 숙차입니다

그 중 오래된 차로는 '92곤명차창의 숙전부터 최근의 숙차까지 서로 몸을 맞대어 어우러져 익고 있습니다

 

그 중의 숨은 보물은 제 차선생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96 숙차들입니다

제가  차를 마시기 시작한 초창기에 선생님은 숙차를 전혀 드시지 않기에  소장하시던 숙차를 몽땅 제게 주신 것입니다

선생님은 드시지 않는 걸 처리하신 거지만 제게는 대단한 보물이지요

 

아직도 제대로 차맛을  모르지만 이 차들을 받았던 '07년에는 정말 백지에 먹물들듯이 그냥 마셔댔지요

그러면서 이 차들을 긴가민가 하였습니다

그 후 한 사년을 줄창(?) 거의 숙차만 하루에 3-4 리터 이상 마셔대다보니 인제사 이 차들이 보물로 다가옵니다

 

한참을  단맛을 위주로 좋은 숙차를 찾아서 돌아다니다가  제 곁에 늘 있는 항아리에서 제 맛을 찾은 것이지요

파랑새 찾기같이 경발효 차에서 느끼지 못하는 두텁고 부드러운 숙차의 깊은 맛을 여기서 본 것이지요

그래서 요즘 저는 90년대 조수악퇴차를 찾느라 분주합니다

 

경발효차도 4-5년 묵힌 차는 초보가 편안히  마시기에 무리가 없는 차가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언가 몇 퍼센트 부족한 맛이 있지만 05년 경발효차 중 괜찮은 차를 구입하여 차 전도용으로 씁니다

무엇보다 맛 대비로 가격도 착해서 무리없이 나누기에 아주 적합합니다

 

최근 모 카페에서 90년대 차 뿐 아니라 최근에 만든 조수악퇴 숙차를 올려 놓았기에 마셔보니 아주 괜찮았습니다

문제는 가격인데 모차를 고수차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좀 센 편입니다

그 차들도 저 항아리에 같이 담겨서 함께 조화를 이루며 잘 익어가길 기대합니다

 

요즘 부쩍 제대로 마실만한 숙차를 소개해달라는 쪽지를 많이 받아서 관심을 가지고 차를 마십니다

그래서 저는 제 나름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전도용은 05년 경발효 숙차로, 마실 차는 조수악퇴 숙차로 정했습니다

 

'90년대 숙차'는 지금 마실 차로 아주 그만이고 장차는 '최근 만들어진 조수악퇴차'로 항아리에 넣어 둡니다

노차를 찾아서 헤매지만  대부분 노차들이 마시기에 편하지 못한 작업혐의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보다 좋은 모차로 제대로 만든 조수악퇴 숙차를 찾아서 편안히 마시는 것도 보이차를 마시는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낮에는 고수차로 만든 생차를 마시고 저녁에는 90년대 숙차를 마시니 특별히 더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듣기만 한 지명도가 높은 노차는 인연이 닿아 외식하듯 한번씩 마셔보면 그뿐이지요 ^^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