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숙차의 클래식-왕시아 '05 숙차

무설자 2008. 8. 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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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차이야기

숙차의 클래식과 캐쥬얼

 

 

분명히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로 분위기 있는 휴일을 보내려고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비는 커녕 올해 더위 중에 가장 더운 후덥지근한 오후를 맞고 있습니다. 산을 끼고 있는 아파트라 어지간하면 에어컨을 틀지 않는데 날씨도 그런데 뜨거운 차를 마시려고 하니 할 수 없이 에어컨을 팍팍틀어 전기요금 올리며 시음기 준비를 합니다.

 

남간차창의 봉황소숙병의 시음기 때문에 공동구매가 대박(?)을 치는 바람에 아직 배달되지 않아 회원님들의 반응을 미리 걱정하며 마음을 졸이고 있습니다. 부디 제 입맛과 비슷한 분들이 많아서 역시 무설자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만 그게 욕심일지 마음이 쓰입니다. 부디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용서를 하시고 좋은 내용만 댓글로 올려주시길 빕니다^^

 

 

 

 

수박과 옥수수, 오늘의 다식입니다.

 

우선 수백년된 천가채 야생아포 청병으로 입 안을 정갈하게 합니다.

 

맑은 탕색...사진이 좀....

 

엽저가 탐스럽지 않습니까? 야생차의 향기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음기를 써 볼까요. 평소에 차를 저울도 없이 적당히 넣고 마시는데다 숙차는 이탕 이탕 삼탕....계속 다른 맛을 보기위해 신중할 차가 아니니 그냥 이야기 삼아 편하게 씁니다. 차 마시며 잡담하듯이 그렇게요.....


왕시아차창과 숙차

오늘 시음기에 올리는 차는 왕시아 차창의 05년 숙차입니다. 왕시아 차창은 숙차에 특히 이름을 날리고 있다합니다. 몇 년 전에 보이차에 대한 강의를 들을 때 이 차창에 대해 숙차에 대해 유명하다는 얘기를 다음과 같이 들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숙차 만드는 기술은 국가적인 비밀이라 외국인에게는 알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숙차 만드는 비방서는 총3권이 있는데 맹해차창에 하나있고 추병랑과 왕시아차창 이렇게 소유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왕시아 차창의 노운盧雲이라는 분은 추병량의 뒤를 이어 맹해차창의 창장을 역임한 사람이라고 하네요. 차창의 이름에 있는 왕시아는 맹해차창의 기술위원이었고 05년도 광조우 국제차박람회에서 왕시아가 출품한 숙차 100g이 경매에서 16만 위안에 낙찰되어 세상의 이목을 받은 사람이랍니다^^


그 유명세에 비해서 우리나라에는 맹해나 해만차창 같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차를 마시는 분 사이에만 알려진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렇다고 해도 차가 마음에 들어야겠지요. 우선 왕시아차창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지만 자료가 많지 않아서 ‘카더라’통신 수준으로 소개 드릴 수밖에 없어서 이 정도로 소개를 하겠습니다.

 

포장지입니다. 마침 차가 온 날 멀리서 다우가 찾아오셔서 반편을 떼주고 나니 깔끔하지 않네요^^ 

 

 

 

 

병면은 아주 맛있게 익었습니다.

 

제가 숙차를 좋아하는 이유

숙차를 좋아하는 이유를 여러 가지지만 한 가지를 얘기하라고 하면 가격 부담이 없기에 여러 종류를 갖추고 기분 따라 분위기 따라 골라 마시는 기쁨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주변에 두루 나눌 수 있어서 차를 마실 인연을 쉽게 맺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숙차 덕택에 적은 돈으로 주변에다 큰 선심을 팍팍 씁니다. 숙차 한 편과 표일배 하나로 차를 모르는 사람을 차와 인연을 맺게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만약 찻값이 비싸다면 하기 어렵고, 싸다고 해서 맛이 없는 차라면 하나마나한 일이 되겠지요.


보이차 마신다고 소문이 나서 선심 쓰듯 차를 나누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차, 바로 괜찮은 맛에 가격도 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마실 차가 바로 그 후보입니다. 우선 이 차가 다른 카페에서 공동구매를 예정하고 있기에 한편을 입수했습니다. 제 손에 배달 된 시간에 서울에서 휴가차 방문한 다우가 있어서 반을 뚝 잘라주고 반편으로 사진에 올렸습니다.


우선 숙차를 마시며 제가 보는 기준은 탕색과 맛, 엽저입니다. 다른 차도 그렇겠지만 각각의 조건들이 제가 선호하는 맛에 영향을 준다는 기준으로 봅니다. 그 기준에 들지 않으면 역시 실망하게 되고 그 차는 손이 잘 가지 않더군요.

 

개완에 약 4g 정도 넣었습니다. 다음 시음기부터는 저울에 달아서 정확하게 하겠습니다.

 


탕색

색 향 미를 차를 판단하는 요소라면 아무래도 보이차에서 향은 뒤로 좀 밀리는 편이지요. 맛도 무향무미의 차라고 하니 아주 입에 바로 오는 강한 맛은 기대하기 어렵겠지요. 그래서 저도 그랬지만 생초보들은 왜 사람들이 보이차에 집중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생산된 지 오래지 않았거나 너무 과숙된 숙차는 대체적으로 탕색이 맑지 못합니다. 그래서 구감이 깔끔하지 않은 퍼지는 맛이 되기에 숙차를 싫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 퍼지는 맛의 근거가 차 잎이 악퇴 과정에서 삭게 되어 잎의 성분이 떨어져 나오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숙차의 맑은 탕색은 경발효로 차잎의 탄성을 유지시키거나 몇 년의 숙성과정을 통해 잎이 안정되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최근에는 숙차 제조방식이 경발효가 추세다보니 떫은맛이 거북한 차가 많습니다. 그래서 경발효로 만들어 3-5년 정도 묵은 숙차는 탕색이 맑은데다 맛이 아주 부드러워 숙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차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05 왕시아 숙차의 탕색은 이제 비교적 안정이 되어 맑은 탕색을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맛은 숙차의 텁텁함이 덜하고 깔끔한 차맛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색깔 또한 숙차 같지 않은 건창발효 노차의 탕색을 보여줍니다. 탕색만 보면 거의 환상적이죠.

 

첫탕, 연하게 우렸습니다

이제 제 색이 나오는군요

맑은 탕색과 알맞게 붉은 탕색이 좋습니다

 

 

 

맛은 어떨까요? 숙차에서 가장 거북한 것이 숙미숙향이라고 하는 타고나는 맛과 냄새입니다. 그렇지만 이것도 경발효차로 만들면서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요즘 차가 만약 이 맛과 향이 거북하다면 숙차를 만들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 차에는 세차를 하고나면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제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맛은 바로 甛味입니다. 입 안에서 바로 느껴지는 단맛이지요. 엿기름 맛 같은 달콤한 맛이 얼마나 있느냐하는 것입니다. 이 차에는 다른 잡미는 없습니다. 쓴 맛과 떫은맛도 살짝 받쳐줘서 노차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첨미는? 이게 문제입니다. 제게는 충분하지 않군요.


남간 봉황소숙병과 비교하자면 맛의 무거움은 한수 위지만 즐거움은 다소 떨어져 보입니다. 왕시아의 이차가 숙차의 정장이라면 남간 봉황소숙병은 캐쥬얼이라고 할까요? 떫은맛도 아직 다소 느껴져서 1-2년 뒤의 맛이 기대됩니다. 숙차에는 느끼기 힘든 쓴맛과 더 익혀야 함을 말해주는 떫은맛을 통해 봉황소숙병에는 없어 보이는 후발효의 여지를 느낍니다.


 

 


엽저

차의 뒷모습인 엽저, 맛과 향은 속여도 엽저는 속이기 어렵다고 합니다. 숙차가 과발효되면 검고 딱딱해집니다. 제대로 발효되면 손가락으로 살짝 문질러도 문드러져버리지요. 경발효로 만든 차는 잎의 탄성이 어느 정도 유지됩니다. 이렇게 탄성이 유지된 잎이 탕색을 맑게 하지요. 과발효되어 목질화된 잎의 차는 맑긴 하지만 첨미가 부족한 드라이한 맛입니다. 


잎의 색깔도 균일해야 합니다. 검은 색의 탄 잎과 정상적인 갈색의 잎이 섞여있으면 사연이 있는 차입니다. 여러 가지로 복잡한 사정이 있는 차는 의심이 갑니다. 갈색으로 된 한가지의 색이라야 신뢰를 합니다. 이 차의 엽저는 갈색으로 균일하면서 탄성도 적당하게 유지되고 있군요.


 

최근에 제가 자주 마시는 숙차가  잘 알려지지 않은 차창의 차로 바뀌고 있습니다. 왠지 숨어있는 보물을 찾는 기분이 들어서 제가 모르는 새 차창의 차를 찾기 때문입니다. 왕시아 차창은 유명한 차창이지만 차가 우리 곁에 많이 없는 차라서 관심이 많고 남간차창이나 용생차창은 숨어있는 차창 같습니다.


왕시아 숙차는 평소에 좋아하는 차지만 이렇게 시음기를 쓰면서 음미하듯 마셔보니 특별한 의미가 보이는군요. 숙차의 클래식이라고 표현해 봅니다. 남간 05봉황소숙병의 달콤함을 캐쥬얼하다고 표현하면서 왕시아 05 숙병의 클래식한 맛을 비교해서 마셔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만약 05 왕시아 숙차와 남간 봉황05소숙병을 같이 가지신 분이라면 두 차를 비교해서 마셔 보십시오. 특별한 맛의 차이를 느끼실 것입니다.

 

너저분한 제 차판의 모습입니다.


남간 05봉황소숙병은 확보된 양에 비해 원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제 것을 많이 챙기지 못했는데 왕시아 05숙병은 차바위 노릇용으로 적당한 양을 확보해야겠습니다. 착한 가격과 맛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먹을만한 보이차를 찾는데 차가 없으면 차전도에 문제가 됩니다. 차를 처음 인연되는 분께 인터넷에서 차를 사라고 하기도 그렇고 한통을 주문해서 보름이나 한달씩 기다리게 하기도 그러니까요.

 

 

 

다실로 쓰는 거실의 유리창에 연꽃을 피웠습니다. 지금 한참 연꽃이 피는데....

 

 

고라니들이 내려와서 놀다가는 승학산 기슭에서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