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짧은 차 이야기 210929
차를 받아들이는 마음
몇 년 전까지 일주일에 하루를 대학에 가서 강의를 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여러가지로 힘든 상황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 시기에는 더 배우기보다는 졸업 후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보니 수업은 건성입니다.
제 아이도 제가 가르쳤던 학생들과 같은 전공에다 학년도 비슷하다보니 자식을 대하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제 마음은 그렇지만 한 세대가 벌어져 있는 학생들의 마음을 읽으며 얘기한다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눈 앞만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장래를 예측하며 진로도 결정하고
그에 맞는 직장을 선택해야한다고 얘기하지만 공염불같이 듣고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들으려는 마음이 없는 학생들에게 정해진 시간동안 얘기를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학교에 나가서 학생들을 대해보면 전임교수들의 노고를 느낍니다.
부동산 경기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 시기에는 제 전공의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그 아이들 앞에 서서 실무를 하는 제가 하는 얘기에 얼마나 공감할지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차를 구입할 수 있는 카페에서 추천하는 글을 읽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판매자는 심사숙고해서 구한 좋은 차라고 설명하지만 구매해서 마셔보면 실망할 때도 많습니다.
기대가 커서 만족도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아직 차를 판단할 구감을 가지고 있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직 보이차를 많이 마셔보지 않았다면 글 내용으로 기대하기보다
차맛을 알 수 있도록 열심히 마셔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 이만큼이라는 선을 그어 버리면 그 선 너머에 있는 것은 알아차릴 수가 없지요.
아직 구감이 따라오지 않아 느끼지 못하는 차의 향미를 미리 단정해버리면
보이차의 깊은 맛에 다다르기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아는만큼 보게되고 뒤에는 보는 만큼 알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셔서 느끼는 것이 전부지만 그 다음에는 아는 맛을 스스로 알게 됩니다.
차 맛의 관건은 과거에 마신 차의 기억을 지우는 데 달려 있다고 합니다.
보이차의 깊은 맛은 무미무향을 근간으로 디테일하게 다가오는 맛과 향을 음미해야 합니다.
다른 차맛을 기준으로 판단하려고 들면 그 차만이 가지고 있는 풍미를 느끼기 어렵다고 합니다.
차도 사람처럼 비교해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자세는 보이차를 마시는 데도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교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그만큼 배울 수 있는 것처럼,
차를 비교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마음이라야
지금 마시는 차의 고유한 향미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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