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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짧은 차 이야기 210901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차
제가 보이차를 제대로 알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다니는 절의 주지스님으로부터 정사각형으로 된 딱딱하게 굳은 차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 때는 녹차만 마시던 때라 어떻게 마시는 것인지도 모르고 뜯어내어 우려 마셔 보았습니다.
탕색은 이쁜데 차향도 별로 없고 맛도 특별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런 차를 스님이 주시나 싶었습니다.
버릴 수는 없고 해서 종이 상자에 넣어 서재 한쪽에 밀쳐놓았습니다.
그러다 보이차를 마시게 되면서 기억이 나 서재를 뒤져 찾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차맛을 알 때도 아니다보니 그냥 마셨습니다.
제대로 보이차를 마시면서 차맛을 알아가니 그 차의 진가를 알게 되더군요.
그 차는 숙차지만 좋은 차라고 스님께 선물한 것이었을 겁니다.
그런데다 한 5년 가까이 더 묵힌 것이니 숙미숙향도 없어진데다 단맛이 기가 막히더라구요.
차 맛을 알고나니 이미 그 차는 다 마셔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진짜 소중한 사람은 늘 가까이 있는데 그를 가벼이 대하다 떠나고 나면 알게되는 것과 같은 것이죠.
차는 이미 없어졌는데 그 가치를 뒤늦게 알게 된 셈입니다.
사실 그 차가 가격으로 따지면 그렇게 비싼 차는 아니겠지만
맛을 알고나니 그만큼 느끼지 못하고 마신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정말 맛있는 차는 이미 마셔버리고 없는 차가 아닐까 싶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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