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짧은 차 이야기

이제 보이차 좀 알겠습니다

무설자 2008. 3. 2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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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마음 좀 알겠어?

 

 

어려서 부터 속으로 삭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어른이 되어도 버려지지 않는
장점이자 단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결혼 전에는 먹고 살기 바빠
아파도 아프다는 말 못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10년을 한 직장에서
일 했습니다.
열이 39도가 넘어도 약 하나 먹고
일을 나갔습니다.

그런 내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2살이 되기까지 단 한 번도 아프지 않던
아들이 갑자기 열이 나고 경기 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놀랐습니다.

하늘이 노랗게 변한다는 말을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가슴이 찢어질듯이 아파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 일이 있던 후에도 가끔 녀석이
아플 때 아프다는 소리는커녕 뛰어 다니며
놀다가 열을 제면 38도 내지는 39도나
올라가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나서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툭 내 뱉었습니다.

"저 녀석은 누굴 닮아 저러지?
아프면 아프다고 해야 할 것 아냐
그래야 무슨 낌새라도 체고 대처를 하지"

내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신랑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속상해?"
"그럼 속상하지!"
"이제 내 마음 좀 알겠어?"
"무슨 소리야?"
"당신도 똑같아 아프면 아프다 힘들면 힘들다
말을 해야 알지 저번에도 열이 39도 넘어 갔는데
배추 사가지고 와서 김치 담갔잖아
아픈 척도 안하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어?"


- fairyfor님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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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성격마다 가정마다
어찌이리도
재미있게 사는 방법들이 있습니까? ^^





- 이래서 새벽편지가 인기(?)가 있습니다 -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퍼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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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짧은 보이차 이야기 080326

이제 보이차 좀 알겠습니다

 

 

하루에 3L이상 차를 제법 오래 마셨습니다.

숙차 생차 안 가리고 무조건 마셔댔습니다.

차맛도 모르고 손에 오는 차는 그냥 마셨습니다

 

처음에는 숙차는 숙차대로 생차는 생차대로 맛이 비슷했습니다

숙차는 퍼지는 맛이지만 순하지만 쓴맛이 먼저 오는 생차는 녹차만 계속 마셔온 제 입은 별로 점수를 주지 않더군요.

그래서 제 입에 맞는 숙차를 집중 공략했습니다.

 

얼마동안 마시다보니 맛이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더군요.

차 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향미, 미세하지만 맑은 정도의 차이, 첨미와 회감의 차이를 알게 됩니다.

차맛이 이렇게 다르게 다가오는 건 보이차 외에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차를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보이차를 마시면서 알게된 도반들이 차를 가져오고, 보내오고, 가서 얻어오고...수십 종류의 숙차가 모여졌습니다.

오래도 아닌한나절 정도 차를 안 마시면 차가 생각이 납니다.

 

그러다 사부님께 지도도 받고 나눠주시는 진년차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어라~~녹차에 길들여져 처음 마셨던 그 쓴맛이 아닙니다.

노차는 묘한 향미에 끌리게 되는데 나눔 받은 진년차를 마셔보니 그 맛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제 차 마다 다른 그 미묘한 맛의 차이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이 차는 이런 맛, 저 차는 저런 맛으로 차이를 알게 되어 퇴근해서 마실 차를 고르는 기대를 아시나요?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