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15

우리 식구가 행복하게 살 집을 설계해 주세요

나는 가끔 건축사 동료들에게 농담 같은 진담으로 물어본다. 건축주가 설계 의뢰를 하면서 딱 하나의 조건만 동의를 해준다면 건축사가 원하는 설계비로 계약을 하겠다고 한다. 그 조건은 ‘우리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이라고 하는데 계약을 할 수 있을까? 대다수의 동료 건축사들은 무슨 그런 설계 조건이 있느냐며 반문을 했다. 혹은 그 조건을 수락하겠다며 계약을 하고 잘 협의를 해가면서 진행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대답하는 동료도 있다. 그 대답을 하는 동료 건축사에게 건축주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은 어떤 집이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겠느냐고 물어보니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 과연 건축사가 자신 있게 그런 집을 설계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가 어려운 조건임에 틀..

비싼 땅에 단독주택을 지어 살자고 하는 아내

요즘 부산 시내에는 새로 짓는 단독주택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정부지로 오른 땅값 때문이다. 임대사업을 위해 짓는 도시형주택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경쟁적으로 땅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땅값을 올려 버렸다. 도시형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단독주택이 모여 있었던 오래된 동네가 이제 거의 다 없어져버렸다. 임대수익을 위해 소위 원룸 주거가 동네를 점거하는 건 마치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것과 다름없다. 주민 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늘게 되면서 우리 동네라는 정체성이 옅어지게 되니 오래 살았던 사람들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집만큼 우리 동네에 소속감과 애정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들이 땅값에 밀려 아파트로 가고 만다. 땅값이 오른 집에 등을 붙이고 살 수 없도록 가해지는 이런저런 압력을 이길..

행복의 조건-장모의 밥상과 장인의 찻자리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01213 행복의 조건-장모의 밥상과 장인의 찻자리 저는 가끔 대중 강연에 나설 기회를 가집니다. 그때 청중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곤 하지요?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은 열심히 살고 있을 텐데 무엇을 위함입니까? 이런 저런 답이 나오는데 그 중에 가장 많은 게 무엇일까요? 짐작하시겠지만 바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 답에다 제가 바로 다시 던지는 질문은 "그러면 많은 분들이 추구하고 있는 그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 질문에는 시원한 답이 잘 나오질 않더군요. 행복을 구체적으로 확신하지 못하면서 그 목표로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TV 프로그램의 이 강연에선 행복의 조건을 5가지로 얘기합니다. 1.긍정적 정서, 2...

우리집을 짓는 이유-무설자의 '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이야기 2

‘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이야기 2 우리집을 짓는 이유는 하나, 오로지 행복해지기 위해서 옷, 밥, 집과 글, 약은 만든다고 하지 않고 짓는다고 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얻어야 할 꼭 필요한 세 가지를 짚어서 의식주라고 한다. 특히 이 세 가지에 짓는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정성을 들여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짓다’를 사전에서 찾으니 ‘재료를 들여 밥, 옷, 집 따위를 만들다’로 나와 있고 약을 만들고 시를 쓰고 농사를 하다로 이어져 풀이가 되어 있다. 결국 지어야 하는 대상은 허투루 만들어서는 안 되고 마음을 내어 정성을 다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지어서 쓰지 않고 만들어서 파는 것을 돈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 요즘이다. 정성을 다해 지어야 마음이 들어가고 입고 먹고 쓰는 사람에게도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