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8

단독주택 지산심한 준공에 부쳐-부족한 딸을 시집 보내는 어버이의 심정으로

지산심한이 다 지어졌다. 작은 집인데도 짧지 않았던 설계 기간을 가졌지만 아쉬움을 남기며 마무리해야 했었다. 건축주께서 공사에 직접 참여해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해서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시공 중에 설계도를 임의 변경해 설계자의 마음을 힘들게 해서 아픔을 가진 프로젝트로 남겨야 했다. 대화를 나눈다는 건 타협의 여지가 있지만 일방적인 변경은 한탄할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부분적인 변경이라 하지만 집이 가지는 근본을 흔드는 내용인지 모르니 안타깝다. 설계자는 건축주를 위해, 건축주가 살 집에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가지는 사람이다. 그런데 설계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고쳐지어 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라져 버린 처마 밑 투톤 마감  설계 마무리 단계에서 거실에서 마당으로 나가는 문..

단독주택 知山心閑, 터무니로 읽어낸 심한재心閑齋의 집터

지산리 단독주택, 심한재 설계작업기 1 터무니로 읽어낸 심한재心閑齋의 집터 ‘터무니없다’라고 하면 정당한 이유 없이 얼토당토 않는 것을 일러서 그렇게 쓴다. 터무니는 터에 새겨진 무늬를 말한다. 터무니를 본다는 것은 터가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상황과 주변의 지정학적 요소와 대지의 형태, 고저차 등을 살피는 일이다. 집터가 가지는 요모조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외관 위주로 디자인되어 보기에 좋은 집을 지었다면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집’에서 살게 되는 셈이다. 집을 지을 땅, 집터를 구하는 일은 배우자를 찾는 일만큼 어렵다고 한다. 이상형으로 그리는 사람이 아니면 배우자로 삼을 수 없다고 고집하면 평생 혼자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집도 모든 것이 구족된 집터를 찾기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부족..

경자년, 새해 새날 나들이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00102 庚子年, 새해 새날 나들이 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라 하지만 어제를 지난 오늘일진대 세월의 마디를 만들어 지난해와 새해를 구분짓는다. 음력과 양력이 따로 있으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경자년의 시작은 한달이나 남아있다. 2020년을 시작하는 새날이 되면 우리 가족은 나들이를 한다. 새해 첫해맞이를 하느라고 새벽녘에 추위를 무릎쓰고 바닷가를 가기도 한다. 하지만 몇해전부터는 나이가 들어 일정의 결정권을 넘겨 받은 아내의 방침에 따르게 되었다. 아내의 방침은 새해 새날이 즐거워야 한해가 평안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벽추위를 견딘다거나 식구들이 가기 싫어하는 코스는 피해서 가기로 했다. 올해는 날씨도 쾌청하니 산사를 가기로 하고 통도사 극락암이 목적지가 되었다. 올해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