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3

단독주택 인문학 3 - 우리 시대의 가문, 가풍, 가장이 있는 '우리집'

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단독주택인문학 3  요즘 가문(家門)⦁가풍(家風)⦁가장(家長)이라는 이 말들은 잘 쓰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의미마저 사전에나 있는 死語사어로 전락해 버렸는지 모른다. 이렇게 되고 만 건 아마도 삼대가 한 집에 살았던 대가족 제도의 붕괴에 따른 게 아닐까 싶다. 더 넓게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 상하관계를 따지던 종적 인간관계가 무너지면서 가정도 가족 해체에 들어가게 된 것일 터이다.     삼대가 한 집에 살았던 시절에는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기초교육이 가정에서 이루어졌었다. 사실 대화가 아니라 가장의 일방적인 훈시였지만 그 당시 사회의 보편적인 규범에 벗어나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면 “네 아버지가 누구냐?”, “어느 집 자식이냐?”는 말을 들어..

집 이전의 집, 어떻게 살고 싶은가?

무설자의 에세이 집 이야기 1901 집 이전의 집, 어떻게 살고 싶은가? 김 정 관 벌써 십년 전의 일이다. 남쪽 도시의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땅에 단독주택을 의뢰 받아서 설계를 하게 되었다. 건축주의 처삼촌이 되는 분의 소개로 그를 처음 만나 인사를 주고받았다. 건축주를 처음 만나게 되면 으레 그렇듯 그동안 주택을 설계하면서 가지게 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단독주택은 흔하지 않은 프로젝트지만 매년 한두 건씩 그동안 열 건 이상을 하다 보니 할 얘기는 많았다. 그런데 아직 본격적인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그가 내 말을 끊으며 나이를 물었다. 건축주의 나이가 나보다 한 살이 적었는데 호형호제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 일을 수주하러 온 나에게 이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란 말인가? 그렇게 제안했던 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