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18

우리집은 마땅히 이런 곳이어라

투명인간의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는 집이야말로 힘든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며,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타향에 살면서 힘들 때 집을 떠올리면 눈물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이가 들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데 그건 어린 시절의 ‘우리집’에 대한 그리움이 주는 안식 효과일 터이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집은 말 자체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미소가 지어지게 한다. 집을 영어로 번역하려면 Home과 House로 구분해야 한다. Home은 가정, House는 가옥으로 나누어지지만 우리말은 그냥 집으로 통칭해서 쓴다. 집이라는 말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건 분명 House가 아니라 Home일 것이다. ‘어떤 집’에 ..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집을 살펴라

풍수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타계했지만 유명한 지관이었던 손석우 씨가 썼던 터라는 풍수를 주제로 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묘를 잘 쓰면 후손이 發福발복 해서 잘 살 수 있다고 하며 묘자리에만 관련시키는 건 풍수에 대한 편견이다. 터를 마음대로 고를 수 없는 지금도 풍수는 인테리어에 적용하는 등 주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래 풍수는 전통적인 지리 과학으로 도읍을 정하고 마을을 이루고 집을 지을 때에는 꼭 풍수를 적용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지명도 풍수와 관련되어 있다고 하니 묘를 쓰는 음택 풍수보다 도시나 마을, 집을 짓는데 적용된 양택 풍수가 주를 이룬다. 살아서는 자신과 가족을 위한 양택인 집, 죽어서도 후손을 위해 음택인 묘를 잘 쓰려고 애쓰던 실용 학문이 풍수라고 볼 수 있..

아파트는 아파트일 뿐 우리집은 아니다?

우리는 집에서 산다. 단독주택, 공동주택만 집이 아니라 오피스텔, 고시원도 있고 심지어 생활형 숙박시설도 집이다. 오늘 뉴스로 접한 일본 도쿄의 초소형 공동주택은 10㎡에 욕실과 주방, 소파까지 갖추어 혼자 사는 주택의 기능을 다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유형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집도 그에 맞추어 각양각색으로 공급되고 있다. 집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한 루이스 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다양한 주택의 유형을 두고 일일이 삶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지만 아파트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고자 한다. 집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데 아파트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우리나라에 처음 아파트가 공급되었을 ..

단독주택 晳涇帥軒, 집의 얼개 1 - 외부공간 중심으로

단독주택 晳涇帥軒, 집의 얼개 1 - 외부공간 중심으로 300 평이 넘는 땅을 구했지만 집은 스무 평 남짓으로 소박하게 지어서 살겠다는 게 건축주의 뜻이었다. 우리 조상님들도 너무 큰 집에서 살면 그 기운에 사람이 눌린다고 하셨다. 처칠은 사람이 집을 짓지만 나중에는 그 집이 사람을 바꾸어간다고 했으니 집은 규모나 모양새보다 어떤 삶을 담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삼대가 한 집에서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손주와 조부모가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는 건 예전에는 흔한 일이었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대가족 가정이 이제 핵가족을 지나 일인 세대가 급속도로 늘고 있어 가족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에 이르렀다. 건축주는 ‘우리 부부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이라는 명제를 들고 집..

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 - 다섯 번째, 넓은 잔디밭을 가진 집에 사는 게 꿈이라는데?

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 -다섯 번째, 넓은 잔디밭을 가진 집에 사는 게 꿈이라는데?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이유 중의 하나로 넓은 잔디마당을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green green grass of home’이라는 노래가 녹색잔디가 깔린 고향집을 그리워한다는 내용이니 대부분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그런 환상을 실현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단독주택을 보면 건물은 한쪽으로 붙여서 앉히고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건축물을 대지의 한쪽으로 붙이고 마당을 넓게 남겨서 잔디를 심어 ‘green green grass of home’의 꿈을 실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넓은 마당을 두고 잔디밭을 만들면 마당도 정원도 아닌 한국식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