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3

처마 예찬

처마 예찬 김 정 관 올해는 절기로 입추가 지났는데도 장마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다가 기억 창고 한쪽에서 통도사 극락암 선방 툇마루에 앉아 있는 나를 찾아냈다. 그 날은 예고도 없이 비가 쏟아졌다. 절에 머물던 사람들은 비를 피해 요사채 처마 아래로 모여 들었다. 나도 툇마루에 걸터앉아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짙은 구름이 산허리를 두르고 절을 에워싼 대밭의 댓잎과 빗줄기가 부딪히는 소리만 산사의 정적을 깨뜨리고 있었다. 처마 바깥으로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지만 축담 안쪽과 툇마루에는 비가 들이치지 않는 안전지대이다. 만약에 처마가 없었더라면 사람들은 어디에서 비를 피할 수 있었을까? 불당 안에 들어가 앉아서 ..

사는 이야기 2020.11.26

글쓰기는 배우고 차는 나누고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030 글쓰기는 배우고 차는 나누고 배울 수 있다는 건 참 귀하지만 어려운 일입니다 쉰을 넘긴 나이에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공자가 말씀 하시길 五十而知天命이라 하였으니 아는 게 없음을 아는 것이 지천명이라 할까요? 인터넷을 통해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길을 찾았습니다 저도 문학에 뜻을 두었지만 길은 건축가가 되는 쪽으로 잡혔습니다 그렇지만 문학에 대한 미련을 맘 한쪽에 숨겨두고 살다보니 글과 관련된 일을 늘 하게 되더군요 직장의 사보 편집장, 건축 전문지 편집장과 제 분야의 월간매체 편집주간을 지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글 쓰는 일은 다반사가 되었습니다 온라인 카페에 글을 자주 쓰는 것도 이런 버릇같이 된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연히 수필 전문지의 온라인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