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두어 번은 우리집에 손주가 온다. 출가한 자식과 가까이 사는 건 노후의 삶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는 걸 심감하고 산다. 요즘은 자식들이 결혼만 해주어도 다행인데 손주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푸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집은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는 손녀를 주말마다 기다리니 주변에서 이런 자랑을 하려면 밥을 사라며 부러워한다. 손주가 우리집에 오면 맨 먼저 달려가는 곳이 발코니이다. 우리집 발코니 한쪽에는 계절마다 색깔이 다른 꽃이 피어나고 상추와 쑥갓, 아삭 고추도 자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장독에는 아내가 담은 간장이 담겨 있어 우리집 장맛을 지켜간다. 손주가 다니러 오면 아장아장 오가며 꽃구경하는 걸 보는 재미도 발코니가 없는 아파트에선 꿈도 못 꾸는 장면이다.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