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5

발코니는 아파트에서 마당

한 달에 두어 번은 우리집에 손주가 온다. 출가한 자식과 가까이 사는 건 노후의 삶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는 걸 심감하고 산다. 요즘은 자식들이 결혼만 해주어도 다행인데 손주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푸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집은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는 손녀를 주말마다 기다리니 주변에서 이런 자랑을 하려면 밥을 사라며 부러워한다. 손주가 우리집에 오면 맨 먼저 달려가는 곳이 발코니이다. 우리집 발코니 한쪽에는 계절마다 색깔이 다른 꽃이 피어나고 상추와 쑥갓, 아삭 고추도 자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장독에는 아내가 담은 간장이 담겨 있어 우리집 장맛을 지켜간다. 손주가 다니러 오면 아장아장 오가며 꽃구경하는 걸 보는 재미도 발코니가 없는 아파트에선 꿈도 못 꾸는 장면이다. 구..

아파트는 아파트일 뿐 우리집은 아니다?

우리는 집에서 산다. 단독주택, 공동주택만 집이 아니라 오피스텔, 고시원도 있고 심지어 생활형 숙박시설도 집이다. 오늘 뉴스로 접한 일본 도쿄의 초소형 공동주택은 10㎡에 욕실과 주방, 소파까지 갖추어 혼자 사는 주택의 기능을 다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유형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집도 그에 맞추어 각양각색으로 공급되고 있다. 집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한 루이스 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다양한 주택의 유형을 두고 일일이 삶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지만 아파트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고자 한다. 집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데 아파트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우리나라에 처음 아파트가 공급되었을 ..

손님이 며칠이라도 머물고 싶은 단독주택-가랑비와 이슬비

손님이 며칠이라도 머물고 싶은 단독주택 -문으로 열려 내외부가 하나 된 ‘우리집’ 주인의 입장에서는 마뜩잖은 손님이 영 돌아갈 기색을 보이지 않는데 때마침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주인은 어서 가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실어 ‘가랑비’가 내린다고 했더니, 손님은 그 뜻을 알아차렸는지 ‘이슬비’가 내린다고 응수하면서 더 있고 싶다는 의중을 전했다고 한다. 손님의 왕래가 잦았던 시절의 우스개 얘기라서 요즘 같은 아파트 살이에서는 실감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예로부터 집에 손님이 자주 들어야 흥하는 기운이 돌고, 객의 발걸음이 끊어지면 기운이 쇠한고 여겼다. 한옥 대문을 보면 안으로 향해 여닫게 되어 있다. 이것은 들이기는 하되 내보내지 않겠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이다. 열고 닫히는 방향이 집 안으로 향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