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정 10

손님이 며칠이라도 머물고 싶은 단독주택-가랑비와 이슬비

손님이 며칠이라도 머물고 싶은 단독주택 -문으로 열려 내외부가 하나 된 ‘우리집’ 주인의 입장에서는 마뜩잖은 손님이 영 돌아갈 기색을 보이지 않는데 때마침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주인은 어서 가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실어 ‘가랑비’가 내린다고 했더니, 손님은 그 뜻을 알아차렸는지 ‘이슬비’가 내린다고 응수하면서 더 있고 싶다는 의중을 전했다고 한다. 손님의 왕래가 잦았던 시절의 우스개 얘기라서 요즘 같은 아파트 살이에서는 실감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예로부터 집에 손님이 자주 들어야 흥하는 기운이 돌고, 객의 발걸음이 끊어지면 기운이 쇠한고 여겼다. 한옥 대문을 보면 안으로 향해 여닫게 되어 있다. 이것은 들이기는 하되 내보내지 않겠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이다. 열고 닫히는 방향이 집 안으로 향하는..

집이 사람의 운명을 행복하게 이끌 수 있는 마을, 단독주택에서 사는 삶

제주도에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짓는 이야기 7 집이 사람의 운명을 행복하게 이끌 수 있는 마을, 단독주택에서 사는 삶 건축주가 제주에서 지낼 노후를 위해 초미니로 마을까지 만들도록 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돌아본다. 그가 필자를 찾아 왔던 건 그들 부부만을 위한 작은 집 한 채를 설계하기 위해서였다. 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건축주는 집의 규모를 결정하면서 손님을 배려한 공간을 확보하자는 설계자의 제안을 주목하였다. 인생의 종반기에서 손님중의 손님은 손주일 것이다.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왔을 때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집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손주들이 행복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 같은 마을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어 천여 평이 되는 땅을 구입하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었다. 제..

이 집 하나를 짓고 싶었을 뿐인데 마을을 만들었네

제주도에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짓는 이야기 6 이 집 하나를 짓고 싶었을 뿐인데 마을을 만들었네 광장을 중심으로 작은 집 다섯 채가 서로 마주보듯 배치하여 마을의 분위기를 만드니 건축주도 그가 꿈꾸는 파라다이스가 될 수 있겠다는 동의를 받았다. 제주 애월에 서른 평 규모로 소박하게 집을 지어 부부가 여생을 오순도순 살아보겠다고 시작한 건축주의 집짓기 꿈이 황당하게도 마을을 조성하게 되었다. 사람이 집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집이 사람의 삶을 바꾼다는 처칠의 말에 공감하며 내린 그의 포부라 할 수 있겠다. 다섯 채의 집에 대한 설계자인 나의 의지는 다섯 채를 각각 다른 집으로 짓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그는 나와는 다른 판단이어서 최종안을 결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세 쌍둥이 집으로 부르게..

집도 나이를 잘 먹어야 대접을 받는데

무설자의 에세이 건축 이야기 집도 나이를 잘 먹어야 대접을 받는데 목조로 지은 한옥이나 사찰, 궁궐은 수백 년의 세월을 지나면서 이 시대의 모습으로 쓰이고 있다. 경주 양동 마을의 한옥은 500여 년 전에 지어졌지만 주택의 용도로 후손들이 살고 있으며, 부석사 무량수전은 고려시대(1376년)에 지어졌으니 무려 639 년이 지났는데도 사찰의 주 전각으로 매일 예불을 올리는 공간이 되고 있다. 건축구조체 중에서 가장 약한 재료인 나무를 써서 짓는데도 화재만 피한다면 우리나라의 집 중에서 장수하고 있는 것이 목조건축이다. 물과 불에 가장 취약하고 충해나 충격에도 늘 관리가 필요한 집이 목조건축이니 늘 눈길과 손길이 필요하다 하겠다. 구조체와 외벽을 습기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바닥에서 들어올려 주추를 놓아 가둥..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시민건축대학 초청강연회 제3강, 세상에서 하나 뿐인 우리 집짓기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시민건축대학 초청강연 제3강, 강연원고 세상에서 하나 뿐인 ‘우리집’ 짓기 도반건축사사무소 김 정 관 왜 집을 ‘만든다’고 하지 않고 ‘짓는다’ 했을까? -정성을 들여 만들어야 행복할 수 있는데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이 되는 세 가지 요소인 의식주인 옷과 밥, 집은 ‘만든다’라고 하지 않고 ‘짓는다’라고 쓴다. ‘짓다’라는 말을 어디에 쓰는지 사전에서 살펴보니 ‘사람의 의식주와 관련된 것을 재료를 들여 만든다.’라고 되어 있다. 하필이면 의식주와 관련된 것에 ‘짓는다’라고 쓰는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또 ‘글’을 짓고 ‘약’을 짓고 ‘농사’를 짓는 것이니 ‘짓다’를 붙이는 목적어는 생활의 근본이 되는 의식주와 함께 정성을 다해서 해야 하는 일에 ‘짓다’를 붙여서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