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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 인문학 8 - 며느리가 묵어가야 손주를 안아볼 텐데

아파트는 기성품 집이다. 그러니 아파트는 집이라 해도 어차피 골라서 구입했으니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불만을 모르고 그냥 살고 있다고 해도 아파트가 우리 식구의 삶을 얼마나 온전하게 담아내고 있는지 생각은 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은 가족들과 살아가는 삶의 가치가 집에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우리 식구들만을 위한 우리집’을 지어서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려고 해도 어떻게 지어야 우리 식구의 삶에 딱 맞는 맞춤집이 될 수 있는지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어떤 집이라는 모양새’는 전문가가 해결해 주겠지만 ‘어떻게 살 집이냐는 쓰임새‘는 건축주가 답을 내야 하므로 조목조목 잘 따져 정리해야 한다. 이렇게 저렇게 살고 싶다는..

(18)고가풍 주택에서 아파트의 풍경을 다시 생각하다| 이동언 교수

아파트 10층에 사는 나는 김기택의 시, '그는 새보다도 땅을 적게 밟는다'를 읽고 정말 의아했다. 사람이 새보다 적게 땅을 밟을 수 있을까? 가만히 따져보니 인간이 확실히 새보다 적게 땅을 밟는다. 그 사실에 크게 공감한 바 있다. 그것은 정말 예리한 관찰력과 통찰력의 소산이다. '날개 없이도 그는 항상 하늘에 떠 있고/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 엘리베이터에 내려 아파트를 나설 때/ 잠시 땅을 밟을 기회가 있었으나/ 서너 걸음 밟기도 전에 자가용 문이 열리자/ 그는 고층에서 떨어진 공처럼 튀어 들어간다./ 휠체어에 탄 사람처럼 그는 다리 대신 엉덩이로 다닌다./ 발 대신 바퀴가 땅을 밟는다./ 그의 몸무게는 고무타이어를 통해 땅으로 전달된다./ 몸무게는 빠르게 구르다 먼지처럼 흩어진다./ 차에서 ..

대엽종 찻잎이 만들어내는 독존의 향미, 보이차

생강차, 율무차, 계피차도 '차'라고 명함을 들이밀지만 차는 차나무 잎으로 만들어진 고유한 음료이다. 녹차, 홍차, 우롱차, 보이차가 다 차나무 잎으로 만든 엄연한 '차'라는 건 알아야겠다. 그렇지만 녹차는 소엽종, 우롱차는 중엽종, 보이차는 대엽종 차나무 잎으로 만드는데 왜 그런지 알게 되면 차 생활의 깊이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보이차는 육대 차류에서 흑차로 분류하고 후발효라는 특성으로 다른 차류와 다르게 오래 보관해서 마실 수 있다. 왜 흑차류는 오래 될수록 그만큼 가치를 더 쳐주는 것일까? 물론 백차나 홍차도 그 해에만 마실 수 있는 건 아니다. 백차는 3년이면 약이요, 7년이면 보배라고 하며 홍차나 우롱차도 묵힌 차로 마셔도 좋다고 한다. 그렇지만 보이차만 유독 오래된 차를 '노..

이혼은 막장 아니면 마지막 장?

요즘 즐겨 보는 드라마가 있다. 이혼 전문 변호사가 주인공이며 이혼에 관련된 소송과 그 주변 에피소드로 드라마가 전개되고 있다. 요즘 세태가 결혼하는 건 너무너무 어려운데 이혼은 너무 쉽게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니 이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결혼은 때가 되면 무조건 해야 되는 인륜지대사로 알았던 때가 있었다. 있었다고 전제를 하니 지금은 아니라는 얘기인데 사실 심각한 현실이 바로 결혼이 선택이 되었기 때문이다. 혼인 여부가 기혼과 미혼으로 나누던 시절이 이제는 비혼까지 넣어야 한다.      복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이혼      드라마 내용에 남편에게 매를 맞고 사는 아내가 이혼을 해야겠다고 소송 의뢰를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평생을 남편의 손찌검으..

단독주택 인문학 7 - 각방을 쓰자는 데 안방은 누가 써야 할까요?

各房각방을 사전에 찾아보니 '저마다 따로 쓰는 방'이라고 딱 나와 있다. 이 단어가 사전에 올라와 있을까 싶어 찾아 확인은 했지만 생소하게 다가온다. 용례를 찾아보니 ‘그들은 부부 관계마저 포기한 채 각방을 쓴 지 오래다.’라고 나와 있으니 '각방'이 긍정적인 단어가 아닌 건 분명하다.          우리 집도 공식적으로는 방을 따로 쓰자고 하지는 않았지만 아내가 작은방을 쓴 지는 제법 되었다. 우리 집 침대는 킹사이즈라서 셋이 누워도 되는데 더위를 많이 타는 아내는 어느 여름부터 거실로 잠자리를 옮겼다. 그 이후부터 아내는 안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침대를 수면용(?)으로만 쓴 지 오래라서 별문제는 없지만 어쨌든 나와 아내는 잠자리를 따로 쓰고 있다.   댁에도 각방 쓰고 있으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