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상 이야기

명품을 수선하는 사람

무설자 2005. 11. 15.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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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신문에서 명품을 수선하는 SINCE 1953-명동스타사’라는 가게를 하는 김병양씨 이야기를 읽었다. 명동에서 사십 년을 이일로 살아왔다고 한다.

 

명품에 드는 물건을 고쳐 쓰기 위해 찾는 이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명사들도 있고 그냥 보통 사람들도 있단다. 미혼이던 여성 고객이 어머니가 되어 며느리를 데리고 와서 “앞으로 물건이 잘못되면 여기서 고쳐라”라고 말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김씨의 명품론은 이렇다.

“명품을 사용할 만큼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선 개인적으로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적당히 하려는 마음도 짝퉁을 낳을 수 있다”


 

그는 명품을 보고 또 명품을 쓸만한 사람의 요건도 말했다. 명품을 고쳐가면서 쓰는 이들은 프라이드가 대단하다고 한다. 명품만큼 쓰는 사람이 보여주는 프라이드가 부럽다. 명품이 빛이 나는 이유는 명품 자체도 빛나는 것이지만 그것을 쓰는 사람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가 집에서 쓰는 작은 물건 하나도 오래 쓰고 고쳐 쓸만한 것으로 구입해야 할 이유다. 어떤 쓰임새의 물건도 오래 생각하고 제대로 골라서 두고두고 고쳐 쓸만한 것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만한 가격을 쳐서 사야 한다.

 

장인이 사라지는 세상이다. 싸구려 물건으로 쉽게 싸게 사고 금방 싫증을 내어 내다 버린다. 심사숙고해서 제 돈을 주고 샀다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골동품 가게에서 고가구를 본다. 수십 년 아니 백수십 년이 된 것도 있으려니 하고 살핀다. 요즘 가구점에서 헐값으로 파는 가구는 겉만 있을 뿐 속은 없으나 마찬가지이다. 겉과 속이 같은 가구가 바로 우리의 옛 가구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 가구를 만들던 장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대를 물려 쓰던 가구처럼 우리의 조상들은 모든 물건을 그렇게 만들었고 그렇게 써 왔다. 쓰는 사람의 수준만큼 만드는 사람도 그렇게 존재할 수 있다. 경제성만 맞춘 물건만 찾는 사람들 때문에 장인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다시 물건의 가치를 찾아야 할 것이다.

 

고쳐가며 쓸 물건을 찾는 사람들이야말로 프라이드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일 것이다. 프라이드를 아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야말로 수준 높은 문화가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우리 사회에는 어떤 명품이 존재하는 것일까? 명품은 값만 비싼 것일까? 제대로 된 명품은 제 값이 인정되는 것이다. 제 값을 쳐서 살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명품을 존재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프라이드가 있는 이 또한 명품이 아닐까?

 

귀하게 여겨서 심사숙고하여 구입하며 아껴 쓰고 고쳐 쓰는 명품의 의미를 아침신문을 통해 새겨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