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상 이야기

APEC불꽃놀이 축제로 가는 길에서 본 희망

무설자 2005. 11. 1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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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게 난리통이라는 것이구나.

지하철이 거의 마비가 되고 문현동에서 수영까지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람에 떠밀려가는 현장을 실감했다. 땅 밑에서도 땅 위에서도 광안리로 광안리로 그냥 몰려간다. 불꽃놀이를 보기위해 광안리로 온 나라에서 몰려든 사람이 100만 명이란다. 이런 구경은 평생에 처음이자 또 있을 것 같지 않아서 그런지 온 부산이 들썩거린다.

 

길에서 차 밀리는 건 늘 보지만 지하철이 밀려서 가는 건 아마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걸. 광안리로 가는 2호선은 아예 구포에서부터 꽉 차서 오는 지 그 놈을 타기위해 역방향으로 올라갔다. 사상터미널까지 가서야  꽉 찬 사람을 비집고 탈 수 있었다.

 

그기서부터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지하철이 밀려서 가질 못한다. 뒤에는 또 밀려서 대기를 하고 있다. 역마다 타려는 사람은 승강장에 가득 서 있지만 탈 수가 없다. 불꽃놀이 시작시간인 8시 반에 도착하려면 이 차를 타야하기에 올라서려고 시도를 하지만 탈 수가 있나?

그래도 용감한 한두 명은 탔다. 그 중에 나도 포함된다.

 

어느 모르는 남자 품에 여자가 안겨 있고, 여자들 사이에 남자가 끼어도 그냥 간다. 이런 해프닝이 또 있을까? 아내가 모르는 남자 품에 있어도 뭐라고 할 수 없고 남편이 어떤 여자 틈에 있어도 눈을 홀길 수 없다.

 

탈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다음 역에는 정차를 하기도 하고 그냥 지나가기도 한다. 내릴 역이지만 내릴 수 없고 탈 사람은 줄을 서 있지만 탈수도 없다. 그냥 가는 것이다. 아마 전쟁통의 풍경이 이럴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런 북새통에도 화를 내는 사람이 없다. 큰 소리를 내는 이도 없고 짜증을 내는 사람도 없다. 왜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지를 다 알기 때문이다. 이 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목적지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에는 기대에 찬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서 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게 이런 표정을 만들어 낸다. 15분 정도면 갈 거리를 1시간 반이나 걸려서 도착했지만 그 걸린 시간을 탓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환호성을 지르며 승강장을 서둘러 빠져 나간다. 그것도 순서를 지키며 차례차례로. 행복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다.   


 

인생도 이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렵고 고단하지만, 시간이 예정보다 좀 더 걸려도 이 길로 가기만 하면 내가 이루고자하는 것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 믿음에 대한 확신이 실종되면 삶의 과정 자체를 견디기 어렵다.

 

아직 물질이 풍요롭지 못했던 60년대에는 사는 건 어려웠지만 모두 희망이 있었다. 잘 살아 보세라는 노래가사를 믿고 웃으며 사는 세상을 지내왔다. 그리고 그런 결과를 이루었고 또 이루려는 의지를 모두가 가지고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목표와 의지를 모두 상실하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살면 정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확신하는 사람들이 없다. 지도자가 비전을 내세워도 그에 대한 믿음이 약하다.

 

도착하면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는 확신하나만으로 그 난리통 같은 최악의 환경을 받아들이는 상황을 보면서 희망을 확신한다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보았다. 묵묵히, 열심히, 굴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의미는 화려한 불꽃같지 않더라도 가야하는 목적지가 있는 여행 같은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나의 흔들리지 않는 희망을 다시 점검해 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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