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보이 숙차 이야기

누가 숙차를 그렇고 그런 차라고 하나요?-2018 대평 延年益壽

무설자 2024. 8. 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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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숙차이야기 2004

누가 숙차를 그렇고 그런 차라고 하나요?-2018 대평 延年益壽

 

 

아직도 숙차는 보이차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숙차를 그 가격에?' 정도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대부분 숙차가 착한 가격이나까. 고백하건데 나도 다우들에게 숙차를 5만 원 이상 지불하고 사려면 꼭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잘 살피라고 한다.

 

그래서 연년익수의 가격을 접하고 고개는 갸우뚱, 내심으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수차 가격과 맞먹는 숙차값이라면 어떤 모료를 썼기에 이런 가격으로 출시된 것일까?  포장지에는 어떤 차산의 모료인지 알 수 없고 차의 이름만 떡하니 '延年益壽'라고 적혀 있을 뿐이었다.

 

延年益壽,

사전을 찾아보니 '나이를 많이 먹고 오래오래 사는 것. 목숨을 늘림. 長壽(장수)함'이라 되어있다. 이 차를 마시면 오래 살 수 있다는 의미이니  작명이 너무 잘 되었다. 사람도 나이를 먹을수록 공경을 받아야 하니 숙차인데도 이 차를 마실 수 있으면 보약 한 첩 먹는 셈 쳐도 되겠다.

 

7572로 대표되는 숙차는 악퇴과정에서 발생되는 숙미때문에 아예 마시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숙미가 어느 정도 가셔지려면 3년 정도, 5년 정도면 숙미 부담이 줄어든 숙차의 제맛을 음미할 수 있었다. 하그렇지만 발효기술의 발달과 고급 모료를 써서 지금은 그동안의 숙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차가 속속 출시되어 나오고 있다.

 

고급 모료라고 하면 당연히 대지차가 아닌 산토차로 만든 모차라고 보면 되겠다. 물론 고수차나 봄차를 숙차의 모료로 쓰기는 어렵겠지만 이름난 산지가 아니라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름이 알려진 산지, 그 중에 노반장이나 빙도의 모료로 숙차를 만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2018 연년익수는 모료가 노반장 찻잎이라고 하는데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기로 하자.

 

 

 

 

연년익수는 숙차지만 차값이 만만찮은 몸값을 가지고 있다. 이 가격이라면 빙도나 노반장을 제외한 어지간한 차산지의 고수차 가격으로 책정될 수 있다. 정말 모료 산지가 노반장이라면....

 

 

음...포장지를 열어 병면을 보고는 조금 실망이었다. 분명히 귀한 모료를 썼을 텐데 그 가치에 비해 병면이 예쁘지 않게 긴압이 되었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데 고급차는 압병할 때도 좀 더 신경을 써주면 좋을 텐데. 그런데 2018년도 숙차인데 병면에 코를 갖다대도 악퇴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데 숙차에 익숙해서 그럴까?  

 

5g을 계량해서 개완에 넣는다. 언제부터 한번 마실 양을 정량으로 저울을 써서 계량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눈저울로는 양을 많이 넣게 되기 때문인데 혼자는 보통 4~5g으로 마신다.

  

 

 

 

 

와우~~~ 아 탕색은 정말 맛깔나다고 하는 표현에 어울린다. 연년익수는 경발효차가 아니라 중발효차인데 처음 마셨던 때 2년 된 차의 탕색도 이렇게 맑았다. 탕색만 봐도 그냥 입에 단침이 돈다.

 

향미는 쓴맛이 도드라지지만 묵직한 탕감蕩減에 단맛이 두텁게 깔린다. 숙차는 쇄청모차가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떫은맛이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연년익수는 입안이 너무 깔끔하게 다가온다. 숙미? 숙향? 거북하게 느껴지는 향미가 거의 없어서 그동안 마셨던 숙차에서 이 정도 될 차가 있었는지 떠올려보지만...없다.

 

고급지게 쌉스레한 이 맛을 내어줄 모료는 어느 차산의 찻잎일까? 시음기를 쓰기 전에 이 차의 정보를 살피다가 댓글에서 노반장이 연년익수의 모료임을 알게 되었다. 노반장 모료라니...노반장 찻잎으로 숙차를 만드는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숙차를 오래 마셨고 양으로, 종류로 봐도 제법 마셨지만 이렇게 고급스런 맛은 처음이다. 그런데 연년익수는 꼭... 귀한 손님의 '접대용'이거나, 나를 위하는 특별한 날에 '별식용'으로만 마셔야 할 것이다. 만약 입에 맞는다고 해서 연년익수만 한 편을 마시고 나면 아마도 다른 숙차를 푸대접하다 못해 주머니 사정을 한탄할 수도 있을 테니까.

 

 

연년익수의 엽저를 보면 발효를 얼마나 신경써서 했는지 알 수 있다. 과발효되어 탄화된 엽저는 거의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경발효로 숙차를 가벼이 하지도 않았다.

 

延年益壽...

이 차에 빠진다면 치명적인 숙차의 향미에 다른 숙차를 마시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