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다우라는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무설자 2024. 3. 1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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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40318

다우라는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라는 공자님 말씀 그대로 멀리서 벗이 찾아와서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안산에서 부산, 찾아오신 벗은 연세가 지긋하셔서 여섯 시간이나 운전을 하는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몇 년을 두고 걸음을 하시겠다며 벼루셨는데 이제서 그 바람을 이루신 셈이다.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차 생활을 글로 옮겨 써 왔다. 한 편 두 편 글이 모이다 보니 블로그에 저장되어 있는 게 천여 편이다. 그밖에 이곳저곳에 써서 올린 글을 더하면 1,500여 편은 되지 않나 싶다. 글을 쓰는 내 입장이야 차가 좋아서 쓸 뿐인데 읽는 사람 중에 몇 분은 차 생활에 도움이 되기도 하는가 보다.     

 

온라인에 글을 올려서 좋은 점은 필자와 독자가 즉시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을 읽은 사람이 몇 명이라는 조회 수가 느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좋다. 게다가 많지는 않아도 댓글을 붙여주는 분과 나누는 대화는 소통 부재의 시대에 얻을 수 있는 큰 소득이다.     

 

온라인에 글을 올리다 보면 악플이라고 하는 나쁜 감정을 담은 댓글로 마음에 상처를 입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전혀 없지는 않지만 겨우 몇 번이라고 할 만큼 악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글을 쓰는 동기부여가 되는 마음이 담긴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이번에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이루어진 반가운 만남으로 이어지니 어찌 글을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글을 쓰는 재주가 있어서 차 생활을 기록할 수 있으니 좋은데 읽어 주는 분이 댓글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 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찾아주는 분이 있어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건 불통의 시대에 깜짝 놀랄 사건이 아닌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茶차만한 게 또 있을까 싶다. 집에서는 식구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매개체가 되고, 집 밖에서는 차 한 잔 하자고 가볍게 던지는 말 한마디로 만남을 청할 계기가 된다. 일터에서도 차 한 잔 우려 동료들과 나누면 따뜻한 마음이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보이차는 종류가 너무 많을 뿐 아니라 진짜 가짜를 따지기도 하니 알아야 할 게 적지 않다. 포장지에 꼭 같은 산지로 표기된 차가 열 배에서 백 배까지 가격 차이가 있다고 하면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유명 산지의 차일수록 유통되는 차가 더 많으니 제 값을 치르고 구입하고 싶어도 진품 여부를 의심해야 한다.  

   

기호음료로 마시는 차를 보이차라고 해서 공부해야 제대로 마실 수 있다고 하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은가? 내 손에 들어온 차가 마실 만하면 그만이라고 여겨도 된다. 그렇지만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만큼 제 값을 치르더라도 더 좋은 향미를 즐기고 싶다면 공부가 필요하다고 보면 되겠다.     

 

 

와인도 그렇고 위스키도 보이차와 마찬가지로 제값을 치르고 술의 향미를 즐기는 마니아들이 적지 않다. 와인과 위스키, 홍차나 보이차 등은 처음에는 마시는 만큼 알게 되지만 나중에는 아는 만큼 더 좋은 향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니아나 덕후는 주머니 사정이 안타까울 뿐 더 좋은 가치의 그것을 만나는데 아낌없는 열정을 쏟아 부어 얻어내는 만족감이 어떤지 안다.      

 

어떤 취미라도 오랫동안 한 분야에 깊이 파고들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오직 당사자만 알 수 있다. 덕후라고도 하고 마니아라 칭하는 이들은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들여가며 그들만의 즐거움에 빠져든다. 그렇지만 보이차는 다른 취미와 달리 별도의 시간이 아닌 일상에서, 투자가 아닌 음료 값으로 삶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다른 취미는 식구들과 공유하는 게 쉽지 않지만 차는 함께 마실 때 비로소 즐거움이 궁극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차는 혼자 향미의 깊이에 빠져도 좋지만 식구들이나 지인들과 함께 찻자리에서 대화를 나눌 때 그 진가가 발휘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다우는 이미 부부는 물론 자식들 뿐 아니라 손주들까지도 차 마시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있다.

 

취미는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 그만큼 만족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취미를 먼저 가져온 분들과 교류를 하며 노하우를 나누어 받는 것이다. 멀리 안산에서 부산까지 나를 찾아온 다우께서는 내가 쓴 부족한 글에서 차 생활의 도움을 받고 있으시는 것 같다.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봄꽃이 한창인 부산을 찾은 다우 부부께서 어렵사리 만난 벗에게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보다 오히려 두 분이 오붓하게 즐기는 여행길이었길 바란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