靜中動의 運氣로 푸는 단독주택의 구성, 세 영역으로 나누어 얼개짜기
단독주택의 얼개 짜기 - 에필로그
- ‘우리집’을 설계까지 다 알아서 지어주신다고요?
설계까지 다 알아서 지어주는 집, 돈만 주면 얼마든지 입맛대로 살 수 있고 집값까지 오르는 집이 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 근래 아파트는 분양만 받으면 로또 당첨되는 것과 다름없으니 이런 횡재가 어디 있을까? 그런데도 힘 들여서 단독주택을 짓는 사람은 왜 그런 악수惡手를 두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하긴 요즘은 단독주택도 단지를 구성해 분양하는 시대라서 애달프게 땅을 구해지을 필요가 있겠나 싶다. 단독주택을 지어 사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며 꿈꾸던 생활이 이루어졌다며 만족하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땅을 정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을뿐더러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몸도 지치지만 마음까지 다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분양받아서 사는 집은 아무래도 ‘우리집’ 같지 않아서 손수 지어서 살아보려고 한다. 우리 식구들만의 행복을 담을 수 있어야만 ‘우리집’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 식구들이 꿈꾸는 집을 설계까지 다 알아서 지어준다고 한다. 다 알아서 지어준다는 그 사람은 우리 식구들이 바라는 우리집에서 사는 행복을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다 알아서 지어준다는 그 사람은 우리 식구들이 바라는 우리집에서 사는 행복을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까?
인어공주의 행복
동화에 나오는 인어공주는 왕자와 사랑을 이루지 못해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인어의 꼬리 대신 사람의 다리를 얻는 조건은 왕자의 사랑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왕자와 결혼하지 못하면 물거품이 되고 만다는 무서운 최후를 받아들여 인어공주는 사람이 되었다.
인어공주는 그렇게 다리를 얻었지만 걸음을 걸을 때마다 바늘에 찔리는 통증도 이겨내야 했다. 그뿐 아니라 말을 하지 못하니 왕자에게 마음을 전하지도 못하는데 인어공주는 왜 그런 고통을 감내하면서 사람이 되려고 했을까? 그건 왕자와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인어공주의 선택은 오로지 하나, 선택이 아니라 가야 할 길을 찾았을 뿐
꼬리를 버리고 다리를 얻어 사람이 되어야만 왕자와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바람, 그 희망은 인어공주가 하루를 살 수 있는 이유였다. 어쩌면 왕자의 사랑을 얻지 못할지라도 그의 곁에 있어야만 살 수 있었기에 다리를 얻어 사람이 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 선택은 오로지 하나, 선택이 아니라 가야 할 길을 찾았을 뿐이었을 것이다.
인어공주는 다리를 얻어 사람이 되었으나 말을 할 수 없었으니 왕자에게 마음을 전할 수 없었다. 결국 왕자는 이웃나라 공주와 결혼하게 되었고 인어공주는 다리를 준 마녀와의 약속대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사랑을 얻지 못해 물거품이 되고만 인어공주는 불행한 최후를 맞이한 것일까?
단독주택과 인어공주
아파트를 버리고 단독주택을 선택한다는 건 마치 인어공주가 꼬리를 버리고 다리를 얻는 것과 같은지도 모른다. 그냥 다 그렇게 사는 것처럼 아파트에 살면 편한데 왜 험난한 집 짓기에다 집을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을 감당해가면서 단독주택에 살려고 하는 것일까? 그러다가 도저히 힘들어서 살 수 없다며 아파트 생활로 리턴하게 되면 단독주택에서 누릴 수 있겠다던 행복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인어공주는 왕자가 곁에 없는 생활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아파트에서 산다는 게 TV 시청이나 씻고 자는 정도밖에 할 수 없다는 걸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왕자를 만나면서 사랑을 느껴버린 인어공주와 단독주택에서 살아야만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 사람은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 것이다.
인어공주의 결말은 안타깝지만 우리집에서 사는 우리 식구들의 삶은 행복할 수 있다
석가모니는 '모르고 사는 그 자체가 불행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를 모르고 살아가면 행불행을 따지지 못하게 된다.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목적지를 알고 길을 가는 것과 같아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면서 가야 할 길을 가는 것이다.
가야 할 길을 알고 가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니 오로지 갈 뿐이다. 인어공주가 그렇고 단독주택을 지어서 사는 사람들이 그렇다. 하지만 인어공주의 안타까운 결말처럼 단독주택을 지어서 사는 사람이 겪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파트에서 살면 불행하고 단독주택이면 행복하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지으면서 만들어낸 우리 식구들의 삶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알고 짓는 그만큼 행복한 삶이 이루어지는 단독주택
단독주택은 땅 구입부터 설계, 시공까지 건축주의 선택으로 지어지게 된다. 집을 몇 번 지어본 사람이라면 시행착오를 줄여서 만족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독주택은 누구나 평생에 한 번 짓다 보니 시작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단독주택의 얼개에 대해 열 가지로 나누어 글로 옮겨낸 것은 집 짓기에 처음일 수밖에 없는 분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이다. 건축주를 도와주는 전문가들인 건축사와 시공자에게 우리집을 다 맡겨 놓을 수는 없다. 가고 있는 길은 목적지로 향하듯이 집 짓기의 선장인 건축주에게 우리집의 얼개는 곧 집을 짓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알아서 다 지어주겠다는 시공자, 건축주가 모눈종이에 그린 스케치를 도면으로 옮기는 건축사, 알차게 지은 집이라며 분양받으면 편하지 않느냐는 주택사업자가 많다. 그들과 함께 짓는 집이 과연 우리 식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우리집이 될 수 있을까? 우리집을 설계할 건축사와 설계도를 가지고 실물로 지어낼 시공자가 작업한 집을 사전에 돌아보면서 그 집의 얼개를 살펴보면 어떤 사람을 선택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우리집은 그 누구도 다 알아서 지어줄 수 없다
우리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우리집은 그 누구라도 다 알아서 지어줄 수 없다. 집은 눈으로 보아서 현혹되기보다 마음으로 읽어서 행복해져야만 우리 집이 될 수 있다. 단독주택은 잘못 지어 버리면 우리 식구의 행복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는 걸 명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단독주택의 얼개 짜기를 마친다.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 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kahn777@hanmail.net
전화: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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