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가 풀어내는 다가구주택 설계 이야기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다가구주택 짓기 6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원명재라는 堂號의 우리집에 들다
원명재는 도반건축사사무소 (건축사 : 김정관)에서 설계해서 울산시 남구 신정동에 지은 다가구주택입니다. 건축주께서 오래 살았던 단독주택을 허물고 수익형 다가구 주택으로 새로 지었지요. 원명재의 특징은 원룸, 투룸, 스리룸, 아파트형 세대에다 마당을 가진 단독주택형 세대까지 갖추었다는 점입니다.
일층에는 주차장과 원룸, 이층에는 투룸, 스리룸으로, 삼층에는 한 세대가 들어갑니다. 건축주께서 4층에 작은 마당을 넣어서 단독주택에 오래 살았던 일상을 유지하도록 배려했습니다. 이층부터는 정남향으로 햇살을 받고 앞이 툭 트인 조망까지 누릴 수 있습니다.
2층에는 투룸, 스리룸이 들어가다보니 거실에는 발코니를 둘 수 없었지만 스리룸의 안방 앞에 발코니가 있습니다. 3층 아파트형 세대는 거실 앞에 발코니를 두어 여름 햇볕을 피하고 비 오는 날에도 거실문을 열어 빗소리를 즐길 수 있지요. 4층은 작은 마당을 두어 단독주택의 운치를 누릴 수 있게 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원명재의 외장재료는 대리석 문양의 대형 폴리싱타일을 썼습니다. 건축주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화강석을 제안했지만 설계자의 의도로 채택을 했습니다. 화강석과 공사비 차이가 별로 없이 대리석 질감의 고급스러운 외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층에 있는 원룸 세대의 평면도입니다. 보통 원룸이라고 하면 침실의 기능 밖에 할 수 없지만 원명재는 룸이 아니라 최소한의 집이 되도록 했습니다. 남쪽으로 열린 작은 외부공간에는 데크를 놓고 다용도 공간까지 갖춘 이 작은 집은 빠뜨린 게 없지요.
건축주께서 사는 4층의 평면입니다. 3층의 아파트 형 세대의 평면도 일반 아파트에 비해 여유로운 공간구조를 가지게 설계를 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평면에서는 마당을 가진 단독주택에 살았던 아쉬움은 해소하기 어렵겠지요.
아파트의 편리함을 가지면서 마당도 쓸 수 있는 집, 한실처럼 쓸 수 있는 서재에서는 튓마루를 거쳐 마당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햇살 고운 날은 마당에 떨어진 밝은 빛이 거실과 식당으로 산란되어 들어옵니다.
마당에서 보는 하늘입니다. 바람이 불면 처마에 걸린 풍경이 내는 소리가 마음을 가라앉게 합니다. 여기는 4층인데...ㅎㅎㅎ
마당에서 가지는 찻자리입니다. 달 밝은 날, 마당에 돋자리를 깔고 작은 다회를 열었습니다. 식구들이 오순도순 달빛 내리는 마당에서 야경을 즐기는 원명재에서 무엇을 더 바랄 필요가 있을까요?
달빛다실로 명명된 작은 정원이 있는 원명재에서 일상의 삶이 이벤트라고 합니다. 가족들은 물론 지인들을 초대해서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좋다며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오래된 단독주택에서 살던 지난 날에는 누릴 수 없었던 복이 아닐까 합니다. ^^
아직 설계자를 청하지 못했다며 송구하다시며 올 가을이 가기 전에 자리를 하자고 하십니다. 설계자에게 집자랑을 늘어놓으시는 그 마음을 보는 것으로도 더 좋은 상은 없겠지요. 가을이 지나 찬 바람이 불기 전에 다우로서 꼭 달빛다실에서 차 한 잔 해야겠습니다 ㅎㅎ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원명재의 특별한 공간인 다락입니다. 작은 다락방은 건축주의 서재로 쓰고, 큰 다락공간은 수납과 취미실로 여유롭게 쓰고 있답니다.
우리는 왜 꼭 같은 집에 살게 되었을까요? 새로 분양하는 첨단 아파트, 초대형 100평 아파트라도 인테리어가 다를 뿐 우리집이 되기 어렵습니다. 우리 식구들이 해가 늬엇늬엇 기울어지면 귀가를 서두르는 그런 우리집에 살고 싶지 않으신지요?
우리는 누구나 집에 산다.
바깥에서 지내다가 집으로 가는 게 아니다.
집에서 지내다가 잠깐 밖으로 나간다. 바깥에서 잠시 볼 일을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는 곳, 그곳이 집이다.
-이갑수 산문집 '오십의 발견'
원명재의 설계 이야기
1.헌집다오 새집줄께 http://blog.daum.net/kahn777/16116682
2.집,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곳 http://blog.daum.net/kahn777/16116684
3.두 번 지을 수 없는 내 집 짓기 http://blog.daum.net/kahn777/16116686
4.4층에 있는 건축주의 집, 단독주택이 부럽지 않다. http://blog.daum.net/kahn777/16116687
5.원룸을 집이라 할 수 있을까? http://blog.daum.net/kahn777/16116688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051-626-6261)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kahn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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