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다가구주택 울산 원명재

두 번 짓기 어려운 내 집 짓기, 어떻게 해야 하나?-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다가구주택 짓기 3

무설자 2017. 4. 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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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가 풀어내는 다가구주택 설계 이야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다가구주택 짓기 3

두 번 짓기는 어려운 내 집 짓기, 어떻게 해야하나?

 

건축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사람이 집을 지으려면 막막하기도 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 것이다. 집 짓는 비용이 준비되어 있다면 몰라도 금융을 이용하는 게 보통이다. 집짓기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고 해서 최저가만 따져서 설계를 하고 시공자를 정하게 되면 그 누구도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무엇이든지 싸고 좋은 것을 찾지만 세상의 이치가 싼 것은 싸구려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일상 소비재는 싸게 사서 맘에 들지 않으면 버리거나 필요한 사람에게 줄 수도 있지만 집을 그렇게 지을 수는 없다. 어떤 집으로 지어야 할지 많은 경우의 수로 구상을 해서 설계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건 건축주의 몫이다. 물론 이 단계에서부터 건축사의 도움을 받아 결정하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건축사를 선택하는 건 집 짓기를 풀어내는 실마리

 

집짓기 예산에서 설계비는 공사비에 비하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오히려 설계비 지출에 인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땅을 취득하고 난 뒤 집을 짓는데 처음 지출하는 돈이라서 그럴까? 건축사 선택은 집을 짓는 복잡하고 어려운 실타래를 풀어내는 실마리를 찾는 일이니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한번 지으면 마음에 들지 않아도 헐고 다시 지을 수도 없으니 투입된 비용만큼 효율이 나오지 않는 집이 되어 버리면 인생의 가장 큰 과오가 될 수도 있다. 싸고 좋은 건 없기에 좋은 것을 따져서 가장 효율적으로 지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실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는 적정선을 찾는 것은 삶에서 어떤 부분에서도 적용해야 할 이치가 아닐까 싶다.

 

다우께서 이미 계약을 하고 진행 중인 설계안을 보고 미심쩍은 마음을 가졌던 건 내가 써 올린 글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려고 자문을 구하고는 건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무리 급해도 단추를 제대로 꿰지 않은 옷을 입을 수는 없지 않은가?

 

설계 계약을 해지했다는 다우 


어떻든 다우는 세 번째 만남을 요청해 왔다. 지난 만남에서 자문에 필요한 얘기는 충분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더 듣고 싶은 얘기가 있었을까? 다우가 직장 생활을 하고 있으신지라 토요일에 사무실에서 다시 만났다.


다우가 다시 찾아온 이유는 이미 계약을 해서 진행하고 있던 설계를 파기하고 제게 일을 다시 의뢰하고 싶다고 했다. 다우는 설계 계약금까지 포기하고 재설계를 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니 왜 그런 결정을 한 것일까? 내가 조언해 준 내용이 진행 중인 설계에 반영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을까? 

 

다우는 내가 지적했던 몇 가지는 분명 반영되어야 할 사항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래서 진행 중인 설계안에 반영해 줄 것을 건축사에게 요청했는데 수정이 어렵다고 했다는 것이다. 다우가 얘기하는 그간의 상황을 전해 들으며 구체적인 이유를 더 묻지 않고 일을 수임하기로 했다.

 

집 짓기에서 건축사가 해야 할 일


집을 짓기 위한 과정에서 첫 단계인 설계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건축설계를 하는 건축사의 일은 건축허가를 받고 집을 짓는 과정을 챙기고 준공검사를 받는 행정적인 업무는 부수적인 일이다. 설계는 집을 짓는 목표인 준공 후에 그 집이 어떻게 쓰일 것인가에 대한 시나리오를 짜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연극이나 영화의 대본은 흥행을 판가름하는 바탕인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집을 짓기 전의 기존대지는 토지로써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집이 다 지어지고 나면 집의 수익성에 의해 토지의 가치는 재평가된다. 예를 들어 다가구주택의 경우나 상가의 경우 임대수익의 차이에 의해 부동산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니 설계자인 건축사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할까?

 

다우가 지을 다가구주택의 집터에서 내려다 보이는 울산 시내 야경


다우가 짓고자 하는 다가구주택은 일층에 원룸 한 세대, 이층에서 투룸과 스리룸 각 한 세대와 삼층은 한 층으로 구성된 한 세대에서 임대수익이 발생하게 된다. 임대 소득은 다우가 퇴직한 이후의 생활비가 될 뿐만 아니라 부동산으로 매매 시 평가되는 집값에 판단근거가 된다. 각 세대별로 주변의 다른 임대 주택에 비해서 경쟁력이 있는 평면이라야만 미래의 지속적인 임대수익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평면의 구성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면 임대수익이 하락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소형 주거가 대세가 되는 요즈음 앞다투어 오래된 주택을 헐어내고 다가구나 다세대 주택을 짓고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늘어날 경우 오래된 집은 임대가치가 하락되어 공실로 있거나 임대자가 자꾸 바뀌면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평가를 어떻게 할까?

 



내가 설계를 다시 맡게 되었으니 다우가 짓는 다가구주택의 경쟁력이 보장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크지 않은 규모의 일이라 건축사의 업무 대가로는 수익성이 없지만 다우의 절실한 마음은 이미 내 마음에 들어와 있다. 나의 설계 능력으로 임대 소득이 보장되고 다우는 새 집에서 행복한 삶을 이룰 수 있을까? 다우는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것이라 믿고 진행되고 있던 설계를 파기하면서 앞 서 진행했던 설계 계약금까지 포기했는데.


다음 편에서 무설자가 작업한 설계내용을 공개하기로 하겠습니다.


무 설 자   

 

무설자는 필명으로 김정관을 이름으로 씁니다.

건축사로서, 집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인茶人으로서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합니다.

 

도반건축사사무소 051-626-6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