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다가구주택 울산 원명재

4층에 있는 집인데 단독주택이 부럽지 않다?-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다가구주택 짓기4

무설자 2017. 4. 1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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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가 풀어내는 다가구주택 설계 이야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다가구주택 짓기 4

4층에 있는 집인데 단독주택이 부럽지 않다?

 

 

 

 

다우가 살고 있는 집이 있는 대지는 북쪽으로 6미터 도로에 접하고 남쪽으로 전망이 열린 양지바른 환경이라 최적의 주거환경을 가졌다고 할만 합니다. 일반주거지역의 토지 가치를 결정할 때 북쪽도로를 접하고 있으면 남쪽도로에 면한 것에 비해 훨씬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대지의 북측이 아닌 다른 방위에 도로가 면할 경우 일조권 사선제한이라는 법의 규제 때문에 4층으로 집짓기는 불가능합니다.

 

또한 다우의 대지는 경사지의 높은 위치에 면하고 있어서 앞집에서 집을 짓더라도 일조권을 보장 받을 수 있습니다. 정남향 집에 사는 건 삼대가 적선을 해야한다는 옛말이 있는데 경사지의 상단에 북측도로를 면한 땅이니 5대가 적선을 한 셈일까요? 만약 남측도로에 접한 땅이라면 4층에 다우의 집이 들어가는 건 포기해야 했을 지도 모릅니다.

 

집의 전체적인 프로그램은 그동안 진행해왔던 내용을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1~3층은 수익형세대로써 일층은 주차장과 원룸 1 세대, 이층은 투룸 1 세대와 스리룸 1 세대, 삼층은 아파트형으로 스리베이(3-bay) 1 세대가 들어갑니다. 4층은 다우가 살 주택이 들어가는데 기존의 설계안은 3층과 같은 평면을 그대로 올라가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제 설계의 목표는 어떤 소형 주거에도 뒤지지 않을 최고의 집으로 구성하는 것입니다. 또한 다우가 살 4층의 평면은 3층의 임대세대와 다른 '우리집'으로 설계하여 단독주택으로도 손색이 없도록 하려고 합니다. 큰 결심을 하여 제게 설계를 의뢰한 다우가 최상의 선택을 했다는 만족감을 가지도록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우선 다우의 집부터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빌딩 위에 올라가는 집이라 단독주택을 설계하는 것에 비해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공중에 떠 있는 사각형의 박스 위라는 한정된 범위와 계단실의 위치가 정해져 있어서 평면구성이 어렵지요.

 

 

 

앞서 얘기한 집의 전체적인 구성을 조감도를 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층에는 그림의 왼편이 주차장이며 오른쪽이 원룸이 있습니다. 이층의 전면은 스리룸이라 부르는 방이 두 개, 거실과 주방이 모두 남향에 면해 있습니다. 삼층은 3베이 아파트 평면을 닮은 세대가 들어 있는데 거실 앞에 발코니가 설치되어 있지요.

 

사층에 다우가 살 주택이 들어가게 되는데 한층이 더 있는 건 다락층입니다.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을 뚜렷하게 차이를 둘 수 있는 건 아마도 다락층의 유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락층이 있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이 어떻게 다른지 글의 말미에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와 계약하기 전에 진행했던 도면에서는 삼층과 사층이 같은 평면이었습니다. 이어지는 다음글에서 소개하겠지만 삼층은 아파트 평면으로는 최상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 싶습니다. 하지만 다우가 살 집은 아파트 평면이 아닌 단독주택의 요소를 가미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3개의 방 중에서 하나를 빼고 크기는 작지만 아담한 마당이 있는 집을 다우께 제안 해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서울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다우는 방을 하나 줄였지만 마당을 가진 평면이 마음에 든다며 좋아라 했습니다. 다섯 평 크기라 크기는 작지만 이 마당에 담기는 의미는 아주 크답니다.

 

요즘 아파트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발코니를 두지 않는 집으로 분양을 합니다. 발코니를 없앤 아파트는 내부공간은 크게 쓰게 되지만 많은 문제를 가지게 됩니다.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는 용적률을 높여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남향은 거의 없고 동남향이거나 서남향입니다.

 

4-bay라는 인어공주가 얻은 다리처럼 남향을 얻는 대신 세평 남짓한 방이 햇볕과 비를 가리지 못하는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하지요. 여름에 햇볕이 방에 가득하고 비가 오면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야 합니다. 만약에 발코니에 면한 남향집이라면 여름 햇볕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으며 비가 와도 창문을 열고 비가 내리는 정취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다우의 집은 마당쪽으로 통하는 문과 창이 다 나와 있습니다. 거실과 식당은 남향으로 덱크가 있는 마당에 나갈 수 있는 문이 있어 들락날락 안팎으로 으로 오갈 수 있어 공중에 갖힌 집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서재로 표기된 다실은 툇마루가 있어 마당에서 걸터 앉아 겨울 햇볕을 즐길 수도 있지요.

 

크기로 보면 아주 작은 외부공간이지만 마당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집에서 무엇까지 할 수 있을까 한번 따져 보았습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을수록 식구들은 외출보다 집에서 지내기를 즐기겠지요.

 

사실 아파트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씻고 입고 먹는 생리적인 기본 생활과 TV시청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더 있을까요? 아이들은 작은 방에 갇혀 있듯이 살다보니 대학만 들어가면 탈출하듯이 원룸으로 달아나버립니다. 외지로 유학을 가지 않아도 대학생이 되면 학교 앞에 원룸에서 사는 것이 요즘 세태라서 말리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작은 마당은 겨울 햇볕이 가득 들고 달 밝은 밤이면 달빛이 담깁니다. 창가에 서서 보는 하늘과 마당에 나가 바람을 쇠면서 달을 바라보는 기분은 전혀 다르겠지요. 식구들이 모여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밥 먹는 풍경은 아파트에서는 상상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준공 후 마당에서 바라본 밤 하늘, 보름달이 눈으로 들어옵니다. 작은방은 달빛다실이라는 이름을 얻었네요 

 

화단까지 둘 면적이 아니지만 화분에 심은 나무에서 꽃이 피고 열매도 따먹을 수 있으면 어떨까요? 봄에는 철쭉과 수선화, 가을에는 국화가 가득한 마당을 바라보며 툇마루가 있는 차실에서 차 한 잔하는 분위기를 상상해 보십시오. 공중에 떠 있는 집이지만 마당에 화초를 기르면서 살던 그 생활 환경이 이어질 뿐 아니라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덤까지 얻었습니다.

 

실내를 살펴보자면 아파트의 평면구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올 것입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여유로운 길이로 거실과 식당공간이 큰 집의 분위기를 가져옵니다. 거실에는 벽난로가 아파트가 아님을 알게 하고 주방과 식당은 기대 이상의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제게 자문을 받으러 올 때 식탁을 놓을 자리도 없던 그 집이 아닙니다. 마당을 바라보며 생활하는 거실과 식당의 생활 환경은 세상에 없는 '우리집'입니다. 우리집을 찾아온 손님들이 깜짝 놀랄 표정을 떠올려 보는 건 설계자인 저만의 과한 상상일까요?

 

 

다실은 한실로 꾸며지는데 출입구와 마당으로 나가는 문, 창문이 모두 창호지가 발린 목문입니다. 마당으로 향한 목문으로 툇마루가 주는 다실의 정취는 한옥에 사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 다실에는 몰꼭지가 설치되어 차를 마시는 다인의 생활을 집에 담았습니다.

 

마당을 두면서 없어져 버린 방이 하나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 부족한 방은 윗층에 있는 다락층에서 해소가 됩니다. 다락층이 있는 것이 단독주택만 누리는 혜택이라고 했었지요?

 

 

 

 

아랫층의 현관에서 바로 연결되는 계단을 오르면 이 집이 가지는 또 하나의 공간이 펼쳐집니다. 아파트 생활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수납공간인데도 새 아파트는 발코니를 확장하면서도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수납공간의 크기는 주거면적의 20% 정도를 필요로 하기에 방 하나는 창고가 되고 맙니다.

 

제가 단독주택을 설계하면서 두는 주안점 중의 하나가 다락층을 두는 것입니다. 다락층은 수납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취미실이나 부족한 침실 공간까지 확보할 수 있는 여유공간이 됩니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에서 계절용품이나 옷 등의 부피는 아파트에서는 해결할 수 없지요.

 

다락에는 방이 두 개가 있는데 그 중에 작은 방입니다
다락방 중의 큰방입니다. 다우는 모임을 주관하는 분인데 서른 명이 넘게 이 큰 방에서 모임을 할 수 있지요

다우의 집에서 마당을 설치하면서 빠진 방 하나는 다락층에서 해결이 되었습니다. 경사진 천정이 있는 방은 잠을 자기에는 너무 편안한 분위기가 됩니다. 다락방, 평지붕으로 된 집에서는 가질 수 없는 꿈의 공간이 아니겠습니까?

 

또 하나의 큰 공간은 유효면적이 10 평 가까이나 됩니다. 다우가 참여하는 모임의 정기적인 회합장소로도 쓸 수 있는 크기가 됩니다. 경사진 아랫부분은 수납장이 설치되어서 충분히 여유로운 수납공간이 확보되었습니다.

 

이 집의 자랑꺼리가 더 있지만 이만 써야겠습니다. 벽난로가 타는 겨울밤의 정취, 마당에서 불판을 펴서 고기도 굽고 조개구이도 해서 파티를 하는 상상은 설계를 하면서 저혼자 먼저 즐거워 합니다. 달빛이 쏟아지는 마당을 바라보면서 찻물이 끓는 소리를 듣는 다우를 미리 떠올립니다.

 

작은 마당에 차린 가든파티(?)의 상차림이 어떻습니까?

다음편은 수익형 세대의 이야기로 이어 가겠습니다.

 

 

무 설 자

 

무설자는 필명으로 김정관을 이름으로 씁니다.

건축사로서, 집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인茶人으로서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합니다.

 

도반건축사사무소 051-626-6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