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우리가 나누는 소확행, 차 한 잔의 건배

무설자 2018. 6. 2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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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912

우리가 나누는 소확행, 차 한 잔의 건배

 

 


일상이 늘 차가 있어서 다행스럽습니다

이런 다행이라는 것이 다만 차를 마실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차가 매개체가 되는 삶이기에  그나마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듯합니다

 

지금의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제게는 고통을 이겨내는 수행 그 자체라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 하는 모습이 고행길의 수행자와 다름없어 보입니다

그 중의 한 동료가 어떤 때는 하루는 일년같은데 일년은 하루처럼 지나가버린다며 화두같은 넋두리를 던집니다

 

시간은 더디 흐르는데 돈을 만들어야 하는 날은 어찌 그렇게 빨리 돌아 오는지..

이런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이 삶을 풀어나가는 건 이겨내기 버거운 고행같습니다

저 산 속에 무문관에 들어 수행하는 이나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이가 무엇이 다를까요? 

 

그래서 저는 동료들과 자주 차를 나눕니다

차 한 잔에는 고통이 섞여 있고 눈물도 태워지고 분노도 더해집니다

그래서 차맛처럼 삶은 쓴 건 매일이다시피 하고, 가끔은 짜고, 때로는 떫은지 모릅니다

 

차맛이 곧 삶의 맛이라면 쓴맛은 돌아와서 단맛이 됩니다

차에서 짠맛은 숨어있듯 감추어져 있는데 가끔 남자들도 혼자서 울어야 합니다

떫은 맛을 이겨내야 차맛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듯이 분노도 삼켜야 살아갈 수 있지요

 

그래서 저는 단맛이 좋은 숙차를 즐겨 마시는지 모릅니다

쓴맛 뒤의 단맛이 아니라 입안에서 바로 느껴지는 그 첨미甛味를 좋아하지요

기다리며 음미하듯 마시지 않고 큰잔에 가득 부어 입안에 머금으면 바로 다가오는 넉넉한 맛입니다

 

오늘도 편안하게 다가오는 숙차를 마시며 소확행小確幸을 즐깁니다

쓴맛도 짠맛도 떫은맛도 이겨낼 수 있는 단맛이 주는 작은 행복입니다

무문관 수행처럼 일상의 힘든 삶을 잘 이겨내고 있는 동지들이여 제가 내는 숙차 한 잔으로 건배 !!!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