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보이 숙차 이야기

'08 흥해차창 이무금아숙병 시음기-차연구소 사랑의 차 이어달리기

무설자 2017. 7. 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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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08 흥해차창 이무금아易武金芽 숙병

-차연구소 사랑의 차 이어달리기로 나누어 받아...

 

 

 

 

온라인으로 다음카페 활동을 한지도 벌써 12 년에 접어들었다. 2006 년에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할 때부터, 아니 온라인을 통해 차를 구매하면서 보이세계에 입문했다고 해야겠다. 그리고나서 차연구소가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인 보이차꾼의 길을 가게 된 것 같다.

 

차연구소는 존재 그 자체로 온라인 보이차계의 사랑방으로 순기능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십년 가까운 세월동안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가는 사람 붙들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 곳이다 눈에 익은 닉네임이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으면 섭섭하지만 온라인의 인연은 늘 거기까지 이다.

 

익명게시판은 순기능도 다소 있었지만 그보다 좋지 않은 기억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블로그와 카페에 거의 천 여편의 글을 써 올렸지만 악플이 거의 없는데 유독 차연구소 익명게시판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익명게시판 덕에 차연구소 회원이 급속도로 늘기는 했지만 항상 지뢰밭 같은 불안함을 감수해야 했었다.

 

익명게시판이 잠정폐쇄되면서 차연구소가 잠깐 침체기에 들었던 것 같다. 카페지기인 차충님도 개인사정으로 카페를 돌보지 못하는 시기도 비슷하게 겹치면서 안팎으로 시련기에 직면했었다. 그 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분이 주라선님이다.

 

셀 수 없는 양을 다우들을 위해 쾌척하시며 카페의 정서를 나눔으로 전환시켰다. 그러면서 제안하신 이벤트가 사랑의 차 이어달리기이다. 이어달리기의 시작을 몇 번이나 하셨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나면 멈춰졌지만 한번도 원망하지 않으신 분이 주라선님이다.

 

이어달리기에 올려진 차를 받고 여유가 있는 차를 내놓으면 끝없이 이어질 수 있는데... 이번에 사랑의 차 이어달리기에서 받았던 차는 2008년 산 흥해차창 이무금아숙병이다. 흥해차창은 그렇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숙차는 꽤 호평을 받고 있다.

 

 

 

생산년도를 도장을 찍지 않고 포장지에 인쇄를 한다는 건 차창의 여건이 좋다는 것일 테다.

이 차의 생산량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품질이 확실해야만 찍어낸 차를 소화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보이차는 포장지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세평도 있지만 이제는 포장지에 찍힌 내용을 믿어도 될 정도로 품질이 안정되었다고 본다.

  

 

 

 

이무지역의 차엽, 어린 찻잎으로 만든 숙병이라는 차이름이다.

물론 재배차일 것이지만 어린 잎에 금아가 병면을 덮고 있어서 이름값을 눈으로 볼 수 있다.

 

 

 

나의 작업공간 옆에 차린 미니차판, 차기정 장인의 옻칠목다구이다.

차를 격식을 갖추어야 마실 수 있다면 매일 마시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표일배로 마시기는 차맛이 덜 할 것이므로 간단한 다구를 가까이 두고 일상을 차와 함께 한다. 

 

 

 

10년 째 접어드는 숙차, 개인적으로 숙차는 5년이면 마시기에 무리가 없고 10년이면 향미가 절정에 다다른다고 본다. 숙차를 폄하할 필요는 없지만 숙차를 노차 대접을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숙차는 3년 정도 지나면 맛이 안정되기 시작하고 5년 정도면 숙미숙향도 거의 가셔지면서 10년이면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흥해 '08 이무금아숙병, 숙차에서 굳이 이무차의 특성을 음미하려는 수고는 하지 않는다. 어린 잎으로 제다한 차답게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부드럽다. 쌉스레한 첫맛, 입 안에 가득 담기는 부드러운 단맛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맛 있는데...목넘김 뒤에 오는 걸리는 느낌이 살짝 있다.

 

 

 

그 이유를 나는 이 엽저에서 찾으려고 한다. 전체적으로 갈색의 바탕인데 탄화가 꽤 되어있는 상태이다. 숙차는 생차에 비해 보관에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흔히 자연습이라고 하는 보관과정에서 검게 변한 결과물이다. 습한 창고에 쌓아두어서 곰팡이로 인한 목질화나 탄화로 인해 엽저가 검게 되는 것은 아주 부정적으로 본다. 그렇지만 보관상에서 줄기부터 산화가 진행 되어서 잎까지 검게 변한 것은 갈색이 얼마나 살아있느냐에 관심을 가진다.

 

이 차는 10년차에 들어가면서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보관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갈색이 사라지고 새까맣게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숙차로서 정점을 막 지나고 있는 금아숙병, 보관에 신경을 쓰면서아끼지 말고  맛있게 마시면 좋겠다.

 

숙차는 노차를 기대하면서 오래 보관하는 차가 아니라 지금 맛있게 마시는 차로 본다. 보이차를 '월진월향'이라는 대명사를 붙여서 무조건 세월이 지나면 좋은 차가 된다는 가정을 해도 좋을까? 고수차도 그렇지만 숙차도 지금부터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차를 선택하면 좋겠다.

 

흥해 '08 이무금아숙병,

가까이에 두고 자주 마셔도 좋을 차를 얻게 되어 너무 기쁘다.

차연구소 사랑의 차 이어달리기로 홍복을 누린다.

 

 

무 설 자